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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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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1만자, 약 5.3만 단어, A4 약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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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촬영을 준비하는 스텝들로 분주하고 시끄러웠으나 문을 닫자 모든 소리들이 멀어졌다. 두 사람은 좁은 공간에서 몸이 밀착된 채로 서로를 바라봤다. 순식간에 식은땀을 흘린 채이가 건을 외면했다.
“이러니까 닮긴 했네.”
“뭐, 뭘요.”
건이 채이를 이리저리 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그와 시선이 다시 부딪히자 채이는 눈을 돌리려 했다. 쿵쿵, 갑자기 심장이 뛴다.
“진짜 놀랍다. 당신이 정미정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비켜요. 촬영 준비해야 해요.”
“그건 나도 해.”
옆으로 빠져나가려는 채이의 길을 막고 건이 비켜 주지 않았다. 나가고 싶다. 숨이 막힌다. 그와 함께 있는 이 공간. 다시 머리가 아파 오려 한다.
“비켜 줘요.”
“왜 나한테 존댓말해? 왜 모른 척했어?”
“난…….”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제발.”
“미정아.”
건이 미정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탁.
채이가 그의 손을 매정하게 내쳤다.
“그 이름 부르지 말아요. 난…… 그때가 정말로 싫으니까.”
건의 손을 쳤던 채이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눈물이 시야를 가리며 뿌옇게 안개처럼 차올랐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과거 따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야 했던 시간. 잘못된 마음 때문에 인생을 바꿔 버린 그 시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채이는 건을 밀쳐 내고 피팅룸에서 빠져나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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