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리추얼이란, 반복적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의식하고 도입할 수도 있지만, 좋아해서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 위해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한 꽃을 사 오는 것. 나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것.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 정신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리추얼은 나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리추얼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장치이자 삶의 작은 에너지원이다. 어떤 리추얼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내 일상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나를 위한 리추얼을 만드는 것은 내 삶의 이벤트를 불러오는 일이자, 사소한 즐거움을 늘려가는 일이다.
--- p.8
‘계획’이라는 단어만 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던 태도도 바꾸었다. 꿈을 꾸는 것도, 이루고 싶은 일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도, 하루하루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반복적인 리추얼도 사실은 모두 일종의 계획이니까. ‘계획’은 가능성을 차단하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루고 싶은 미래이자, 어떤 곳으로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 일상에 계획되어 있는 리추얼은 나의 현재를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나를 잃어버렸을 때, 다시 나를 찾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다.
--- p.30~31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몇 개의 열쇠를 모았고, 그 열쇠는 종종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었다. 음악과 동행하며 나만의 재미와 멋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됐고, 남들이 뭐라고 해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기준을 잡을 수 있게 됐다. 그 기준에 따라 어느 곳에 잠시 정착하고 다시 떠나기를 반복하면서 이 여정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중략) 설령 내가 모은 열쇠에 맞는 문을 찾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이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좋아하는 걸 파고드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인 그 경험이 언젠가 뜻밖의 방식으로 연결될 때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더욱 큰 기쁨을 느낄 테니까.
--- p.133~134
‘나’를 찾고,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사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하지만, 타인과의 의미 있는 연결이 빠진다면 아무리 나답게 산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고 그것이 본인의 선택이라면 그 역시 존중하지만, 나는 나만의 세상에 고립된 채로 행복할 자신이 없다. 혼자서 자유를 찾는다고 해도, 고독하지 않을까? 세상은 나 혼자만 살아가는 곳은 아니니까.
--- p.169
내가 나를 잘 몰라 힘 없이 흔들릴 때부터 나 자신과 친해지며 단단해지기까지 음악은 늘 나의 곁에 있었다. 많이 울고, 웃고,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가 다시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은 때마다 내가 들었던 여러 음악에 새겨졌다. 그 시간들 속에서 어린 정혜윤은 지금의 정혜윤으로 자랐다. 감정에 솔직해지고, 내게 소중한 가치들을 당당하게 수호하며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
--- p.197~198
길을 잃어도 음악을 놓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음악은 삶의 즐거움, 기쁨, 희망, 공감, 연결, 평화, 영혼, 위로와 같은 다정한 단어들과 직결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필요한 순간에 당신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 음악이 흐르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머릿속으로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 음악에게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나의 기나긴 러브레터를 마친다. 어떤 순간이 와도 우리 삶에 음악이 끊기지 않기를.
---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