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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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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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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76쪽 | 854g | 153*224*35mm
ISBN13 9788996056164
ISBN10 899605616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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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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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통합적 사유를 요구하는 텍스트입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을 때에는 우선 말의 뜻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독서가 완결될 수 없습니다. 텍스트가 만들어진 시대의 맥락도 함께 살펴보아야 하고 더 나아가 그 텍스트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도 궁리해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텍스트 자체, 텍스트의 맥락 즉 콘텍스트, 그리고 그것들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시대,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첫 시간' 중에서

《일리아스》에 나타나는 아킬레우스의 변화과정은 다양합니다. 분노한 아킬레우스, 명예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아킬레우스, 위험에 처한 공동체를 구하는 아킬레우스, 노인장을 위로하는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의 삶의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겪는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험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 모두에 파고들어서 그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사람에게 나타나는 힘, 그리고 그 겪음으로 인해 오만해지지 않고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법칙 아래 무릎을 꿇는 태도가 여기서 생겨납니다. 모이라(moira)는 동양으로 치자면 '분(分)'과 같은 것입니다. 분(分)이라고 해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겪을 것 다 겪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되 하늘의 이치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을 말합니다. 진정한 영웅만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운명 앞에서 자기의 잘남을 굽히는 것. 즉 양립되지 않을 것 같은 '강함'과 '굽힘'이 공존하고 있는 사람이 영웅인 것입니다. ---'제3강' 중에서

아테네인들에게 정치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에 시민이라면 누구나 민회에 가서 발언할 권리가 있었고 나아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들은 위대한 지도자가 등장해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애당초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정치철학 용어로 '결단주의(決斷主義)'라고 하는데, 이는 정치적 행위가 개개인의 일상에서 멀어져서 무력감을 느낄 때 흔히 발생합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른 행위로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느낄 때, 정치가 더이상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일종의 볼거리로 전락할 때, 사람들은 결단주의에 빠져 위대한 메시아를 기다립니다. (…) 고대 아테네의 폴리스에는 결단주의와 메시아주의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에는 좋은 습관을 기르자는 주장이 많은지 아니면 메시아주의가 널리 퍼져있는지 생각해볼 만합니다.---제9강' 중에서

《신곡》에 관한 이야기 말미에서 저는 단테와 마키아벨리 모두 같은 피렌체 사람이지만 그들이 사는 세계는 아주 딴판이라 했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기에 차이가 있다 해도 그들이 하는 말의 차이는 정말 딴판입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왜 생겨났을까요. 이것이 우리가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탐색해 보아야 하는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마키아벨리 이후에 형성된, 고대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지금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그것의 한계는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가 더욱 집중하여 살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이 탐색을 위해서 지금부터 이른바 '근대의 텍스트들'을 읽습니다. 마지막에 읽을 《논어》 이전까지가 그것들입니다. ---제17강' 중에서

여기서 분명한 것은 진화(evolution)는 진보(progress)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을 잘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변화(change)는 그냥 바뀌는 것입니다. 반면 진보는 가치적으로 더 나은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나은 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시대와 집단에 따라 다릅니다. 생물종에서는 진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치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미생물보다 더 진보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기가 인간보다 개체수가 더 많습니다. 개체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모기가 더 진화한 것입니다. 인간은 진화를 멈췄을 뿐만 아니라 서로 죽이기까지 합니다. 개체수 증가에 치명적인 짓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진화는 곧 진보라는 입장에 서더라도 인간은 진보한 게 아닙니다. 다윈은 진화를 진보로 보지 않았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는 어떠한 가치판단도 끄집어 낼 수 없고, 인간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어떠한 원리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을 아무런 변환 없이 인간사회에 적용하려는 태도, 이것은 자연주의의 오류입니다.--- '제25강' 중에서

폴라니는 '자기조정 시장'을 핵심적인 문제로 삼았습니다. 저는 '자유주의 입헌국가'도 문제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경제학자들이 잘 묻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유주의 입헌국가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모든 것에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헌법에 명시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개인이 전 세계에서 우뚝 선 고유한 존재이며, 따라서 개인의 판단과 생각, 이익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그것을 대개 개인주의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을 '개인 중심주의'라고 말합니다. 개인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가족, 국가, 공동체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오롯이 독자적인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중심주의는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이 명제에서는 '나의 생각'이 모든 것의 출발점입니다. 데카르트는 철저하게 개인의 주체성을 내세운 철학자입니다. 그가 천명하는 근대적인 주체성은 모든 공동체적 연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유산과 전통을 끊어낸, 말 그대로 독자적인 개인입니다. '내 몸과 내 정신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라는 것은 데카르트적 자아의 사회적 함의입니다. 이것과 사적 이익이라는 로크의 사상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로크는 《통치론》에서 인간의 신체와 그 신체의 산물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카르트적 자아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자기조정 시장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폴라니는 자기조정 시장의 붕괴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지만, 사실 근대 세계는 데카르트적 자아라는 형이상학적인 토대부터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역설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자적 개인을 강조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시스템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 개인을 집단 속에 무자비하게 집어넣은 것입니다. 폴라니의 말에 따르면 사람을 맷돌로 갈아버리는 파시스트 체제로 귀결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폴라니의 분석을 통해서 데카르트적 자아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습니다.---'제35강' 중에서

경쟁에서 지는 사람은 패배한 것이고 패배한 사람은 사라져야 한다-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이 생각은 좀처럼 없애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는 누구라도 패배자가 될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불안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우리 삶의 최종근거로 삼을 것인가 생각해봅시다. 가령 인문학의 최종근거는 고전입니다. 그런데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문학은 시장에서 경쟁이 안 되니까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므로 인문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학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만히 따져보면 돈이 없어서 위기가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인은 시장경제이고 처방은 국가 지원입니다. 위기에 대한 해법 자체를 돈에서 찾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참으로 인문학적 태도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처방입니다. 그들은 속된 말로 밥그릇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지 사회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 못합니다. 인문학은 바로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서 성립하는 학문입니다.
---'제36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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