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영취산 진달래새초롬한 연분홍 화원으로의 초대 겨우내 참았던 봉오리가 화사하게 만개한 하늘 밑 화원,
그대 고운 손길 맞잡고 선녀의 치맛자락 같은
저 꽃바위 능선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인가 물감인가. 하늘 바로 밑에 연분홍 화원이 화사하게 열렸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읊었던 김소월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뭐라고 감탄했을까. 약산보다 더 곱다고 했을까.
북한 사람들은 흔히 '예쁘다'는 표현을 '곱다'라고 한다. 많이 먹으라는 말은 '많이 하세요'라고 한다. 북한 신의주 건너편에 있는 중국 단둥시에 가면 북한 음식점이 서너 집 있다. 냉면, 밸볶음(곱창전골), 고사리볶음 등이 푸짐하고도 맛있다. 고운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식사를 많이 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진달래 군락지 3곳은 마산의 무학산과 거제의 대금산, 여수 영취산 등이다. 그중 영취산이 제일이다. 대금산의 경우, 수해로 훼손이 심한 상태다. 해달 5백10m의 영취산은 4월 초면 바위와 진달래가 어우러져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된다.
한데 이 멋진 풍경을 감상하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바람에 너무 약해 꽃이 금세 망가지기 때문이다. 개화 기간도 그리 길지 않다. 꽃이 예쁜 상태는 1주일이 채 안 된다. 그래서 때를 맞춰서 찾아가는 정성이 필요하다.
진달래 군락지는 영취산 정상 부근에 있다. 오르는 길은 영취산 남쪽 흥국사 쪽에 있다. 흥국사는 고려 명종 25년(1195년)에 보조국사가 지은 절로 임진왜란 때 승려와 수군 4백여 명이 무술을 닦은 호국사찰이다.
4월 초는 진달래 외에도 각종 봄꽃이 앞 다튀 피는 시기다. 흥국사는 일주문은 늙은 벚나무에서 하염없이 흩날리는 벚꽃으로 꽃대궐을 이루고, 경내의 목련도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화사하게 치장한다.
절 마당 왼쪽으로 등산길이 나 있다.
여기서부터 약 40분쯤 걸어야 한다. 겨울이 남아 있는 숲길은 새소리, 물소리가 봄의 전주곡처럼 끊임없이 들리는 흥겨운 하이킹 코스다. 외길이고 훤히 트여 있어서 헛갈릴 염려는 없다.
움트는 새순과 노거수 둥치에 낀 이끼 등을 구경하며 룰루랄라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매우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이윽고 반반한 터가 있는 봉우재가 얼굴을 내민다. 고개 오른쪽은 시루봉과 영취봉으로 가는 쪽이고, 화사한 진달래 군락이 얼굴을 내민다. 왼쪽은 진례봉 쪽이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는 약 15만 평에 달한다. 고개에서 진례봉으로 가는 길에는 도솔암이 있다. 탁 트인 길인데 느릿하게 경계 구경을 하라는 의미인지, 암자까지 1천 개도 넘는 계단이 놓여 있다.
참고로, 여수 영취산보다 더 큰 영취산은 경남 양산에 있으며 거기에는 통도사가 있다.
---pp. 184~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