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계급의식의 성장(1922-1956)
“실업과 열악한 일자리의 세계, 대부분의 시간을 비좁고 지저분한 곳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 나라에서조차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적절한 학위를 갖추고 나서 그 세계를 빠져나와 대학교수가 된 후에도, 나는 결코 그 세계를 잊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계급의식을 버리지 않았다.”(53p)
가난, 길거리, 보잘것없는 일자리, 가족, 지극히 제한된 읽을거리. 이 모든 것이 유대인 이민자를 부모로 둔 하워드 진의 비정규 교육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열정적이고 일관된 반전사상을 갖게 된 계기, 더 이상 미국식 민주주의의 자정 능력을 신봉하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이 나라가 근본적인 문제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는 급진주의자가 된 계기 등이 소개된다. 또한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 로슬린과의 연애 이야기,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 1956년 드디어 스펠먼 대학의 교수가 되어 애틀랜타로 떠나는 과정까지의 지난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2장 남부와 운동(1956-1964)
이 장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들이 다니는 스펠먼 대학에서의 활동과 이 시기에 출간한 『의회에서의 라과르디아』, 『남부의 신비』, 『SNCC ― 새로운 철폐론자들』, 『뉴딜 단상』 등의 저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의회에서의 라과르디아』는 진의 첫번째 저서로 미국역사학회의 베버리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부(스펠먼 대학이 자리잡은)와 민권운동이라는 배경에 뿌리를 두고 쓰여진 『남부의 신비』와 『SNCC』는 1964년에 출간되었다.
『남부의 신비』는 신비의 핵심인 두 그룹, 즉 남부의 흑인과 백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오랫동안 남부 백인들의 염세주의와 게으름의 근거로 작용해 온 인위적이고 특별한 신비를 지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놀라운 사실은, 남부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징이 고도로 집약된 위험한 형태라는 것이다. 화려한 부 속에 극도의 가난이 깃든 나라, 인종 차별과 폭력, 위선적인 신앙, 외국인에 대한 혐오, 여성에 대한 허위의식, 민족주의, 보수주의가 한데 어울린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것이 바로 변화의 첫걸음임을 주장한다.
3장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1964-1973)
스펠먼 대학에서 해고된 진은 1964년 보스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베트남 ― 철군의 논리』, 『불복종과 민주주의』, 『역사 정치학』, 『펜타곤 보고서』(노암 촘스키와 공동 편저) 등을 펴냈다.
하워드 진의 강의는 독특한 방식으로도 유명한데, 늘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갈수록 수강생이 늘어나 시내의 극장을 빌려 수업을 진행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진의 제자이자 『컬러 퍼플』의 저자인 앨리스 워커는 스승인 하워드 진을 이렇게 평가한다. “나의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 급진적인 역사학자이자 민중을 사랑하는 ‘말썽꾼’, 언제나 우리 곁에서 고난을 함께 나누던 이 겸손한 영웅…… 그는 곧 역사이며,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그가 자기 삶의 그토록 많은 부분을 기꺼이 나누어주었던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106p)
진이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은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역사란 언제나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세상을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 민중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싶다. 세상은 권력을 장악한 자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의해 규정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권위에 맞서 싸우고, 투쟁하고, 조직하고, 도전하는 사람들, 비록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교과서에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도전자들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런 도전자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19p)
『베트남 ― 철군의 논리』, 『불복종과 민주주의』, 『역사 정치학』 등의 저서는 모두 하워드 진의 이러한 관점에서 쓰여진 역작들이다. 특히 『역사 정치학』에서는 역사학자들, 특히 젊은 역사학자들에게 객관성을 강조하는 전통적이고 중립적인 역사학자 혹은 수동적인 보고자 역할에 만족하는 ‘안락의자 역사학자’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4장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1973-1988)
1973년부터 1988년 은퇴하기까지의 기간을 다룬 이 장에서는, 이 시기에 출간한 진의 저서 『전후 미국』, 『일상생활의 정의』, 『미국 민중사』 등을 분석, 요약, 평가하고 있다.
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민중사』는, 미국 역사를 ‘아래’로부터의 시각, ‘바깥’으로부터의 시각으로 바라본 미국 최초의 살아 있는 역사서이다. 진에게 이 책을 쓰도록 유도한 것은 1960년대와 그 이후에 이어진 일련의 운동이었다. 『미국 민중사』는 하워드 진과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저서일 뿐 아니라, 1960년대를 휩쓴 각종 운동 ― 민권운동, 반전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 과 그것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좌파’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민중사’라는 개념을 이해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의 역사 그 자체를 이해하는 데도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책으로, 대부분의 미국 민중을 포괄하는 역사서이다. 이 책은 미국의 인종주의, 제국주의, 성차별, 계급 구조, 폭력성, 환경 파괴 등의 문제에 대해 강력한 비판적 입장을 띠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 사회를 다룬 『전후 미국』은 1970년대 미국 현대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책이자 미국 사회의 지배 계층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의 정의』는 감옥제도, 경찰, 법원, 주거, 노동, 건강, 학교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5장 중단의 실패(1988-현재)
은퇴 이후 각종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며,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책을 펴낸 시기이기도 하다. 『오만한 제국』, 『중단의 실패』,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진 읽기』, 『테러리즘과 전쟁』 등이 이 시기에 출간되었다.
『오만한 제국』은 인권과 자유, 평등, 평화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허황되고 기만적인 것인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진은 이렇게 말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헌법의 구절이나 대법원 판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곳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들에 의해 좌우된다.” 길거리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경찰관에게 달려 있다. 일터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사장 혹은 회사에 달려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민주적 제도를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는 나머지”, FBI와 CIA 같은 ‘비밀경찰’까지 가지고 있다.(268p)
『테러리즘과 전쟁』은 9?11 테러와 그 이후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미국이 왜 그렇게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는 질문에, 진은 “석유”라는 단 하나의 단어로 답을 대신한다. “중동에서 미국이 하는 모든 일은 석유에 대한 관심, 또한 석유를 통한 이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314p) 진은 미국의 이미지가 결코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전쟁은 본질적으로 부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6장 하워드 진, 급진적 미국의 전망 ― 예비 평가
이 장에서는 하워드 진과 진의 저서에 대한 각계각층의 평가와 반향, 그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저자는 하워드 진이 자신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급진적 미국의 전망’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한다. 그것이 급진적인 이유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며, 미국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것이 미합중국의 건국 이념, 즉 독립선언서의 이념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전망인 이유는 하나의 희망일 뿐 아직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은 단순히 희망만으로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하워드 진은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