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가 줄곧 마음에 남은 적이 있나요? 집에 가서도, 쉬는 동안에도 계속 그 말만 떠올린 경험 말입니다. 처음엔 상대방이 별다른 의미 없이 한 말이니 ‘신경 써봐야 나만 손해’라고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머릿속이 아까 들은 말들로 가득 차버리고 말죠. 고작 이런 일에 속을 끓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자신이 싫어서 자책하기도 합니다. … ‘왜 나만 이런 거야?’ 하는 마음은 접어두세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은 누구나 자주 타인의 말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나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죠. ‘나에게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1장 〈오늘도 타인의 말 때문에 상처받은 당신에게〉, 25~29쪽」중에서
왜 우리는 자꾸만 타인의 말에 휘둘릴까요? 지금껏 우리는 타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말에 휘둘리는 게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겁니다. ‘말 안 듣는 아이’는 그야말로 문제아의 대명사로 통했죠. 또한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도 배웠습니다. 사회화 과정 속에서 무엇보다도 말의 중요함에 대해 학습해왔죠. … 그렇습니다. 문제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타인의 말’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원활히 소통하려는 노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모든 소통의 방향이 ‘타인’에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혹여나 남의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장 〈말하고 듣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거짓말〉, 42~45쪽」중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아주 작은 일로도 흔들립니다. 커다란 심리적 문제 외에도 수면 부족이나 영양 부족, 운동 부족 등의 일상적인 문제로도 공적 영역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인간은 사적 영역이라는 바다에 뜬 불안정한 조각배 같은 존재입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비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세지면 배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배가 뒤집혀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조각배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망망대해를 건너는 중입니다. 우리는 ‘간신히’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신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부여받은 사회적인 지위와 역할을 지키고 살아가므로 멀쩡해 보이는 것뿐이죠. 이렇듯 불완전한 사람이 하는 말을 과연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까요?
---「2장 〈불안정한 인간이라 불안정한 말을 내뱉는다〉, 68~69쪽」중에서
인간의 자존감은 아주 작은 일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나쁜 평가를 받는다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거나,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했다거나 하는 일로도 마음이 무너지고 맙니다. ‘I?m OK’, 즉 ‘난 괜찮아’가 아닌 상태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게 마련이죠. 그럴 때 마음을 지혜롭게 다스리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타인을 향해 ‘You are not OK’, 즉 ‘너는 괜찮지 않아’라며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려 하죠.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소모하고 희망을 갉아먹는 ‘에너지 도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을 끌어올리려 애씁니다. … 신기하게도 에너지 도둑은 그들이 쉽게 다룰 만한 상대를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 결핍으로 괴로워하는 사람 등이 에너지 도둑의 먹잇감이 되기 쉽습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서 그럴듯한 말로 상대를 공략하고 조종합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에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라도 있는 양 행세하고 마음껏 ‘갑질’을 하죠.
---「2장 〈상대를 깎아내려서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의 심리〉, 77~79쪽」중에서
일상에서 받는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약한 강도의 스트레스여도 매일매일 반복되면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죠. 이를 ‘만성 트라우마(복잡성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를 간과하면 자신이 트라우마 때문에 심리적·신체적 문제를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괴로워할 수도 있으니까요. … 만성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은 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분명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데도 별일 아니라며 회피하죠. ‘엄청난 사건을 겪은 것도 아니고, 나에게 무슨 심리적 문제가 있겠어’ 하고 넘겨버리는 거죠.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일상의 작은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3장 〈왜 이유 없이 긴장되고, 불안하고, 괴로울까? - 트라우마〉, 102~105쪽」중에서
실제로 인체는 외부에서 유입된 물질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콧속에 먼지를 비롯한 이물질도 함께 들어옵니다. 이때 코털은 콧속으로 흡입된 이물질을 1차 여과하는 필터 역할을 하죠.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이 외부 물질을 걸러서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타인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말을 걸러 들을 줄 알아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 인간의 사적 영역은 매우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공간이에요. 마치 용광로와 같아서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죠. 말의 의도는 센스 있게 파악하되, 상대방의 생각과 기분을 모두 파악하려 애쓰지는 말아야 합니다.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적 결핍, 매우 개인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발언을 그의 ‘진심’이라 생각하고 상처받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4장 〈우리에겐 타인의 말에 대한 면역력이 필요하다〉, 132~138쪽」중에서
타인의 말에 휘둘릴까 봐 불안해질 때는 마음속으로 상대방에게 이렇게 외쳐보세요. “증거를 제시해보세요!” 아마 거의 모든 말이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타인의 말을 좀처럼 흘려버리기 힘들다면 지금부터 재미난 상상 하나를 해봅시다. 나의 내면에 커다란 집이 있다고 가정해보는 겁니다. 보통 거실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침실까지 들이는 경우는 없죠.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인은 입구에서부터 경계를 풀지 않습니다. ‘말’도 딱 그렇게 대하면 됩니다.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말은 내면의 집 입구에서부터 차단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를 여러 차례 확인하는 겁니다. 또한 친한 지인의 말이어도 침실까지는 들이지 말아야 하고요.
---「5장 〈타인의 말을 검증해보기〉, 154-155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