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공연장에 신발을 벗고 들어갔을까?
가끔 아는 척! 해보자~
아이가 뮤지컬 '구름빵'을 보고 싶어 해서, 아이 친구들과 함께 보러 갔다. 유치원 친구들과 가족들이 같이 관람하려고 하니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단체 관람 할인과 평일 낮 공연 관람 할인, 그리고 포털 사이트 최저가 등을 비교해서 제일 싼 가격으로 티켓을 사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할인 혜택이 크지 않았다. 고민 끝에 SK텔레콤에서 T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만원의 행복' 혜택을 이용했는데, 1매당 만원에다 예매 수수료도 무료였다. 멋진 아빠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TV에서 보던 '구름빵'을 큰 공연장에서 보니 아이들은 무척 신났던 모양이다. 공연장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구름빵'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들떠 있었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와!' 하면서 공연장 로비의 포토 존으로 달려갔다. 내가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는 동안 아이는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티켓을 제시하고 공연장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황당한 광경이 벌어졌다. 공연장은 객석 안에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아이들이 신발을 벗어서 손에 들고 깔깔거리며 걸어갔기 때문이다. 객석 안내원인 어셔도 당황했고, 우리 어른들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왜 아이들은 신발을 벗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공연을 보러 다닌 습관 때문이었다. 백화점 문화센터 소극장은 일반 공연장과 다르다. 보통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선착순으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방식이다. 일반 공연장은 좌석번호가 지정되어 있지만, 문화센터 소극장의 경우는 비(非)지정석이기 때문이다.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방식이다. 거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당연히 빨리 들어가기 위해 달려갔고, 신발을 벗고 들어갔던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공연장도 즐거운 놀이터일 뿐이지만, 어른들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공간으로 알고 있기에 당황스러운 것이다. 1980년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비행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비행기를 처음 이용하는 손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여행인구가 늘어나 비행기 탑승 때 긴장하는 사람이 많이 않지만, 공연 관람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낯선 경험이다.
보통 1,000석 이상인 우리나라의 대공연장은 대부분 로비가 넓고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고 격식을 차리게 된다. 많은 이들이 어쩌다 한 번 특별한 기념일에 공연을 보게 되니 즐겁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이벤트로 기억될 수 있다. 나한테도 공연장 에티켓이나 인기 있는 공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는 데 아직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는 느낌이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처럼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을 처음 관람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찾아서 그에 대한 정보를 매일 조금씩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은 흔히 BGM(Background Music) 또는 OST(Original Sound Track)라고 부르는데,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은 왜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라고 하는 것일까?'처럼 사람들 앞에서 뽐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 보았다.
또한 공연장에만 존재하는, 불편하지만 지켜야 하는 에티켓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공연장에서는 하지 말라는 게 생각보다 많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른 점이 많다. 예를 들면, 영화는 내가 편한 시간에 가서 팝콘을 먹으면서 봐도 되고, 조금 늦더라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다. 그런데 공연은 보통 평일 저녁 8시, 주말에도 2시, 6시 정도에 공연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한다. 늦게 도착하면 작품에 따라 10분에서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해야 한다. 이를 '지연 입장'이라고 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티켓 가격은 영화 티켓보다 10배 정도 비싼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수도 있고,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무대 암전(暗轉)이 되었을 때 관객의 입장을 유도한다. 암전이란 막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의 조명을 끈 다음 무대장치나 장면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술 분야 서적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친구나 아이들 앞에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물론 전혀 몰라도 공연을 즐기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연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 초록 검색창에서 검색한 최저가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팁!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팁! 포토 이벤트나 싸인 이벤트처럼 공연을 200% 즐기는 팁! 등 ‘아는 척’ 할 수 소재들로 구성하였다.
공연 티켓은 영화 티켓보다 더 비싸면서도, 영화보다 관람하기에는 훨씬 불편하다. 그럼에도 뮤지컬이나 연극과 같은 무대예술의 감동은 언제나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어쩌다 멋진 공연을 접하고 나면 주변 지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내가 느낀 감동을 그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아는 척' 하다 보면 공연을 더 즐기게 되고, 그런 시간들이 늘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렇게 관객이 늘어나고,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프롤로그_편하게 즐기자!」 중에서
1. 4대 뮤지컬이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포털 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해 보면, '서울 3대 탕수육' 이니, '전국 5대 짬뽕'이니 하는 수식어로 입맛을 유혹하는 식당들이 있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신뢰가 간다. 절묘한 홍보 마케팅 방법이다.
이와 비슷한 수식어가 뮤지컬 분야에도 있다. 바로 '세계 4대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않았어도 '세계 4대 뮤지컬'이 무엇인지 아는 분들은 많다. 네 작품 중에서 한두 작품 정도 보신 분들도 꽤 많다. 특히 뮤지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4대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익숙한 소재다.
그런데 세계 4대 뮤지컬의 기준은 무엇일까? 맛집이라면 손님들의 입소문을 통해 검증되기도 하고, TV 맛집 프로그램에 등장해 맛을 알리게 되면서 맛집으로 통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4대 뮤지컬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그리고 어떤 작품들일까?
우리가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작품은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다. 많은 분들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대부분 ‘빅4’(Big Four) 또는 ‘매킨토시의 빅4’로 부른다. 영국 출신 뮤지컬 제작자(Producer)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가 1980년대에 발표해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세계 4대 뮤지컬’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영미권에서 ‘매킨토시의 빅4’로 부르던 것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세계 4대 뮤지컬’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네 작품 다 지금까지 전 세계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들은 1980년대에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고, 잘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미국의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전 세계 무대에서 계속 흥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네 작품이 현존하는 뮤지컬 작품 중에서 최고의 작품들일까? 아마도 일반 관객들에게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꼭 관람해야 하는 훌륭한 작품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가미된 마케팅적 용어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의 어떤 요소가 빅4라고 불릴 만큼 관객들을 매혹시켰는지 살펴보자.
뮤지컬 '캣츠'는 1981년 런던에서 초연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이다. 카메론 매킨토시와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T.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목 그대로 30여 마리의 개성 있는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천상으로 향할 단 한 마리의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해 각자 풀어놓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도 있다.
뮤지컬 '캣츠'의 매력은 화려한 의상과 분장, 역동적인 안무,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특히 극중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Memory)는 많은 사람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너무나 유명한 곡이다. 다만 스토리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 고양이들이 공연 도중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다른 공연처럼 무대 위의 배우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들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앞좌석 통로에 가까운 '젤리클 석'에 앉는다면, '캣츠'만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질 것이다. (젤리클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세계를 뜻하는 말로 극중에서 극중 고양이들이 원하는 곳이다.)
이 4대 뮤지컬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레미제라블'이다. 1985년에 런던에서 초연되었으며,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지금까지 공연 중인 세계 최장수 뮤지컬이다. 어릴 적 읽은 동화책 〈장발장〉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을 뜻한다.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가 아니라, 신념, 자비, 정의, 사랑, 열정 등을 잘 표현해낸 한편의 대서사시이다.
특히 'I Dreamed A Dream'을 비롯하여 'One Day More', 'On My Own',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 이 작품의 뮤지컬 넘버는 감동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중에서 'I Dreamed A Dream'은 가난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판틴이 부르는 노래이다. 2009년 영국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수전 보일(Susan Boyle)이 부르면서 화제가 되었다.
당시 47살의 나이와 돋보이지 않는 외모로 심사위원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녀는 이 노래를 통해 뛰어난 가창력을 선사하여 극찬과 기립박수를 받았다. 김연아 선수는 2013년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프리 프로그램에서 '레미제라블'의 음악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그 외에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음악은 영화, 광고,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뮤지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아마도 '오페라의 유령'일 것이다. 1986년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1988년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공연되고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최다 공연 기록으로 월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이 작품도 '캣츠'와 마찬가지로 카메론 매킨토시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들었다.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동명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하였다.
이 작품에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잇’(Music of the Night), '씽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노래가 많다. 특히,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의 노래는 매우 음역대가 넓기 때문에 웬만해선 소화해내기 어렵다. 1대 크리스틴 다에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아내였던 사라 브라이트만이었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그녀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고 한다. 이 작품과 뗄 수 없는 것이 샹들리에이다. 공연 시작 부분에서 샹들리에가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공연 중에 관객석으로 뚝 떨어지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 외에도 이 작품에는 놀라운 특수효과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1989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었으며,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마찬가지로 작곡가 클로드 미셀 쇤베르그, 작사가 알랭 부빌과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함께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베트남 전쟁 직후 널리 알려진 한 장의 사진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제작진은 여자 주인공 킴(Kim)을 찾기 위해 1년여 동안 수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적합한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당시 17세였던 레아 살롱가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는 '미스 사이공'의 초연 배우가 된다.
이 작품의 포스터가 헬리콥터를 형상화한 것 같지 않은가? 사이공 함락 장면에서 실제와 똑같은 크기의 헬리콥터가 무대에 등장하는데, 이 장면 역시 압권이다. 요즘은 영상기술이 발달하여 3D 영상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주인공 킴과 크리스가 결혼식 후에 부르는 '나잇 오브 더 월드’(Night Of The World)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엔지니어의 ‘아메리칸 드림’(The American Dream)이 명곡이다.
위 네 작품 모두 추천해 드리지만 모두 대작이기 때문에 네 작품 모두 관람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통 2~3년에 한 작품 정도가 공연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주로 서울에서 공연하고 지방은 대구, 부산 지역 정도에서만 공연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것은 공연실황을 영상으로 보는 것이다. 다행히 ‘레미제라블: 25주년 특별 콘서트’(2010),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2011), ‘미스 사이공 : 25주년 기념공연’(2016) 영상은 1만원 미만으로 소장용을 구매할 수 있다. 공연장의 감동을 실제 관람하는 기분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제1장 아는 척! 해보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