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간을 들여 파리를 관찰해보라. 가만 살펴보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파리의 형상은 극도로 다양하다. 그 작은 몸들은 빛을 받으면 다채로운 금속색으로 현란하게 빛나고 날개는 진줏빛의 베일에 싸여 있다. 일부 종의 눈에는 화려한 색의 띠 또한 들어가 있다. 심지어 일부 파리는 특이한 벌처럼 생겨, 적들을 속여 내쫓기까지 한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지금도 나는 파리를 채집하고 관찰하거나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표본 모음들을 찾아볼 때마다 어린애처럼 환호성을 지르곤 한다.
이 작고 아름다운 생명체들은 어디에나 있다. 모든 대륙은 물론이요, 극소수의 곤충만이 가본 영역인 바다에도 있다. 해안의 비말대는 말할 것도 없고, 열대 환초 인근의 해수면 바로 아래에도 파리가 살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해양 환경에서 사는 파리종이 그리 많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단 네 종만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곳은 다른 어떤 곤충도 살지 않는 곳이다. 그렇기에 파리는 어디에나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파리는 결코 혼자서 다니지 않는다.
이번엔 파리의 숫자를 따져보자. 추산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늘 1,000경 마리의 곤충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 1인당 곤충 2억 마리꼴이다. 이 곤충 중 파리목의 비율은 8.5퍼센트나 된다. 바꿔 말하면 인간 1인당 파리목 곤충이 1,700만 마리나 된다는 이야기다. 소름 돋지 않는가? 그리고 파리는 현재까지 기록된 생물종 중에서도 상당한 비율(10퍼센트)을 차지하고 있다.
파리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중요하다는 말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파리는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파리는 꽃들을 수분시킨다. 만약 파리가 카카오나무 테오브로마 카카오를 수분시키지 않는다면, 우리 에게서 초콜릿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파리는 해충을 구제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예를 들어 떠돌이파리의 유충은, 정원의 꽃을 망치는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파리는 다른 여러 동물들(특히 새)의 주식이 되기도 한다. 또한 폐기물을 분해하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일이다. 이뿐인가. 파리는 수질의 지표도 되어준다.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많이 해주는 곤충이 방방곡곡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과실파리인 드로소필리아 멜라노가스테르는 지난 100여 년간 현대 유전학을 좌지우지했다(단, 엄밀히 말하면 이 파리는 아니라 초파리과다). 이 작은 파리의 유전자를 연구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인간 질병의 연관 유전자를 제대로 알 수 없다.
DNA는 모든 생명체의 성장과 발달, 기능과 번식에 관한 유전 정보를 담은 긴 분자다. 유전자는 DNA를 이루는 구간들이다. 각 유전자에는 줄지어 연결된 염기쌍이 있다. 인간의 DNA의 길이는 32억 염기쌍으로, 1억 3천만 염기쌍인 드로소필리아 멜라노가스테르보다 훨씬 길다. 그러나 유전자의 수는 생각만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인간이 20,000개인 데 비해 드로소필리아 멜라노가스테르는 13,600개다. 그리고 이 종과 인간은 질병 유발 유전자의 75퍼센트를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파리는 번식력이 왕성하고 유전자의 발현과 억제를 제어하기가 쉽다. 즉 유전병, 약물, 유전자 조작, 환경 스트레스의 충격과 영향을 평가하기에 이상적인 모델인 것이다. 이 파리는 게놈 서열이 처음으로(2000년) 해독된 동물이 되었고, 이 덕택에 3년 후 인간의 게놈 서열도 해독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무시되어왔던 파리의 경이로움을 깨닫는 기쁨을 선사할까 한다. 비행 중에 알을 낳고, 형체와 생활 방식을 유충기에 완전히 바꾸는 종에서부터, 꿀벌들은 갈 수 없는 고도에 살면서 꽃들의 세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수분매개종, 중고도에서 잠자리를 잡아 내장을 먹고 똥을 싸는 포식종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소개할 것이다. 독자들이 파리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파리를 잡는 행동에 대해 두 번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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