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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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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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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20g | 152*224*20mm
ISBN13 9791185393292
ISBN10 118539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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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일당이 축사로 접근할 때 눈뭉치는 첫 번째 공격을 개시했다. 서른다섯 마리나 되는 비둘기가 공중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아다니며 머리에다 똥을 갈긴 것이다. 울타리 뒤편에 미리 숨어든 거위 무리는 존스 일당이 새똥을 닦아내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순식간에 몰려나와서 종아리를 사정없이 쪼아댔다. 하지만 이건 상대편 전열을 흩뜨리기 위한 가벼운 전초전에 불과하니, 존스 일당은 몽둥이를 휘둘러서 거위 무리를 손쉽게 쫓아냈다.
눈뭉치는 이제 두 번째 공격을 감행했다. 자신이 선두에서 뮤리엘과 벤자민과 양 무리를 이끌고 돌진해 사방에서 머리로 들이받고 발로 걷어차고, 벤자민은 몸을 홱 돌리며 조그만 뒷발굽으로 후려차기 시작한 거다. 하지만 인간은 몽둥이에다 징 박힌 장화로 무장한 터라 이번에도 동물이 대적하기엔 무리였다. 그러자 눈뭉치가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쳐서 후퇴하란 신호를 보내니, 모든 동물이 일시에 돌아서며 농장 입구를 지나 마당으로 도망쳤다.
존스 일당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예상대로 적이 도망치는 걸 깨닫고 마구 쫓아갔다. 눈뭉치가 의도한 결과였다. 그래서 말 세 마리와 소 세 마리와 나머지 돼지 모두 외양간에 미리 매복했다가 존스 일당이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일시에 몰려나오며 퇴로를 차단했다. 그와 동시에 눈뭉치는 돌격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자신도 존스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존스는 그걸 보고 총을 들어서 발사했다. 산탄 총알 여럿이 눈뭉치 등을 이리저리 스치며 핏줄기를 만들고 양도 한 마리 쓰러져서 죽었다. 하지만 눈뭉치는 조금도 멈칫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서 백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몸뚱이로 다리를 들이받았다. 존스는 똥 더미에 빠지고 총은 멀찌감치 날아갔다.
하지만 가장 무시무시한 동물은 복서로, 종마처럼 뒷다리로 우뚝 일어나서 편자가 박힌 거대한 앞발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처음 휘두른 발에 ‘여우 숲’ 농장 마구간 지기가 머리를 맞고 기절하며 진창에 그대로 널브러졌다. 그러자 몇몇 사람이 몽둥이를 내던지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이 공포에 떨며 우왕좌왕하자 모든 동물이 합심해서 마당을 빙글빙글 돌며 공격했다. 뿔로 들이받고 발로 걷어차고 입으로 물어뜯고 몸뚱이로 깔아뭉갰다. 동물마다 나름대로 특기를 살려서 인간에게 복수했다. 심지어 고양이까지 지붕에서 갑자기 뛰어내리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목을 할퀴니, 소몰이꾼이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탈출구가 열리는 순간, 인간은 다행으로 여기며 마당을 허둥지둥 벗어나 큰길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침공하고 채 오 분도 안 돼서 처음에 들어온 길로 도망치는 치욕을 감수하는데, 거위 무리는 야유를 내지르며 쫓아가서 종아리를 끊임없이 쪼아댔다.
한 명만 빼고 모든 인간이 도망쳤다. 복서는 마당으로 돌아가더니, 진흙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마구간 지기를 발굽으로 밀어서 똑바로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마구간 지기가 꼼짝도 안 해서 복서는 슬퍼하며 말했다.
“저 사람이 죽었어. 죽일 생각은 없었어. 발굽에 무쇠 편자가 박힌 걸 내가 깜빡 잊었어. 일부러 이런 게 아니라는 걸 누가 믿을까?”
그러자 눈뭉치가 등에서 아직도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감상은 금물이오, 동지! 전쟁은 전쟁이오. 좋은 인간은 죽은 인간밖에 없소.”
“목숨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었어, 인간 목숨이라도.”
복서가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두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그런데 누가 소리쳤다.
“몰리는 어디에 있지?”
정말로 몰리가 안 보였다. 갑자기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다. 인간이 해쳤거나 데려갔을지 모른다고 모두 걱정했다. 그런데 결국에는 마구간 여물통에서 건초에 머리를 처박고 숨은 몰리를 찾아냈다. 인간이 총을 발사하는 순간에 도망친 거다. 동물들이 몰리를 찾아서 돌아오니까 죽은 줄만 알았던 마구간 지기는 어느새 정신을 차려서 도망치고 없었다.


화창한 봄날 저녁이었다. 울타리에서는 꽃봉오리가 활짝 터져 나오고 풀밭은 저녁 햇살을 머금으며 황금처럼 빛났다. 동물에게 농장이 이처럼 소중하게 보인 적은 없었다. 농장 구석구석과 땅 한 뼘 한 뼘이 모두 자기네 소유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새삼스레 경이로운 느낌까지 들었다.
클로버는 둔덕을 굽어보는데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머릿속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몇 해 전에 자신들이 반역의 길에 들어서서 인간을 타도하려고 마음먹을 당시만 해도 이런 세상을 꿈꾼 건 아니라고 말할 게 분명했다. 이처럼 끔찍하고 참혹한 광경은 메이저 영감이 반역을 일으키라고 선동하던 날 밤에 자신들이 학수고대하던 게 아니었다. 클로버 자신이 바라던 사회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모든 동물이 굶주림과 채찍질에서 벗어나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메이저 영감이 연설하던 날 밤에 어미 잃은 새끼 오리를 자신이 앞발로 보호한 것처럼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며 평등하게 사는 사회였다.


“서둘러, 빨리! 어서 달려와! 저들이 복서를 데려가고 있어!”
동물들은 돼지에게 허락조차 구할 정신도 없이 작업을 중단한 채 축사 쪽으로 허겁지겁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말 두 마리가 끄는 커다란 포장마차가 안마당에 있는데, 옆에는 글씨를 뭐라고 적어놓고, 마부석에는 인상이 교활한 사내가 중산모자를 납작하게 눌러쓴 채 앉아있었다. 그리고 복서가 있던 마구간은 텅 비었다. 그래서 동물들은 마차를 에워싸고 한목소리로 커다랗게 외쳤다.
“잘 가요, 복서!”
“잘 가요!”
그러자 벤자민이 작은 발을 동동 구르고 동물들 사이를 껑충껑충 뛰면서 소리쳤다.
“바보들아! 바보들아! 마차 옆구리에 적어놓은 글씨가 안 보여?”
이 말에 동물들이 주춤하면서 쥐죽은 듯 조용하게 변했다. 뮤리엘이 한 글자씩 떠듬떠듬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벤자민이 옆으로 밀치더니 커다랗게 읽고 주변은 고요했다.
“‘알프레드 시몬즈, 폐마 도살 및 아교 제조업, 윌링던 소재. 동물 가죽과 뼛가루 매매. 개집도 판매함.’ 저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복서는 지금 폐마 도살업자에게 끌려가는 거란 말이야!”
모든 동물이 공포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바로 그 순간, 마부석에 앉은 사내가 말에게 채찍질하고 마차는 빠른 속도로 안마당을 빠져나갔다. 동물들이 뒤를 쫓으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클로버가 제일 앞에서 달렸다. 마차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클로버는 뚱뚱한 네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서 전속력으로 달리는데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복서! 복서! 복서! 복서!” 하고 울부짖었다. 바로 그 순간에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복서가 코 밑으로 하얀 줄무늬가 뻗어 내려간 얼굴을 마차 뒷문 조그마한 창으로 내밀고, 클로버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복서! 복서! 어서 내려! 빨리 내리라고! 저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데려가는 거야!”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로 “내려, 복서! 빨리 내려!” 하고 고함쳤다. 하지만 마차는 이미 속도가 붙어서 계속 멀어질 뿐이었다. 클로버가 한 말을 복서가 알아들었는지도 모호했다. 그러나 곧이어 마차 창문에서 복서 얼굴이 사라지더니, 안에서 쾅쾅거리며 발굽을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일어났다. 마차를 부수고 탈출하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복서가 두어 번만 걷어차도 이런 마차는 성냥갑처럼 박살 날 터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힘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잠시 뒤에는 쿵쿵 차던 발굽 소리마저 점점 가늘게 변하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동물이 마차를 끄는 말 두 마리에게 멈추라고 애원하며 “동지들, 이봐, 동지들! 형제를 황천길로 데려가는 걸 멈추시오!” 하고 소리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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