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창세신화
성서의 첫 권인 [창세기]의 처음 열한 개 장은 천지창조 때부터 대홍수 직전까지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창세기]에서 우리는 7일간의 천지창조, 아담과 이브와 에덴동산, 카인과 아벨, 노아와 대홍수, 인간의 재번성, 최초 국가들을 창건한 이야기 등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들은 과학 지식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성서의 정확성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는 부분이다. 그 중 일부를 살펴보자.
♣ 이집트와 성서 모두 천지창조가 한 마디 말로 시작된다
성서에서 천지창조는 빛이 있으라고 명한 하나님의 말로 시작된다. 그것은 이집트 신화의 기본 개념이다. 이집트인들은 인간의 말에 자연환경을 창조하고 통제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많은 이집트 원문들이 창조가 명령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이집트 신화의 한 원문에서는 아멘을 "말을 하면 생겨야 할 것이 생기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원문에서는 프타하를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따라서 그는 원하는 것을 〔생겨나도록〕 생각하고 명령한다"고 묘사한다.
♣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 쫓겨난 진짜 이유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지혜의 나무에서 열리는 선악과와 생명의 나무의 열매를 먹지 못하게 했다. 이것은 도덕률과 영생의 관계에 대한 이집트 사상이 기초를 이룬 것이다. 이집트 원문에서 눈(태초의 홍수의 인격화)은 아툼(헬리오폴리스의 창조주)에게 그의 딸 테프누트를 먹으면 선악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창세기]에서는 하나님은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명함으로써 도덕적 지혜를 얻을 가능성을 차단한다. [창세기]는 이집트 종교의 기본틀을 따랐으면서도 왜 선악과를 먹는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게 혁명적인 전환을 취했을까? 두 이야기의 차이는 내세 사상의 근본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집트인들은 도덕률을 지키고 살면 내세를 지배하는 신 오시리스가 영생을 준다고 믿었다. 생명과 도덕성이라는 두 근본 원리는 바로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이 두 원리를 창조주의 두 자녀로 묘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그들은 도덕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알면 불멸과 신성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창세기]는 바로 그 점을 문제삼았다.
이 외에도 하나님이 타락한 인간을 벌하기 위해 대홍수를 내렸다는 주제에는, [신성한 소의 책]에 기록된 이집트 신화와 인류의 수몰을 이야기하는 바빌론 신화가 결합되어 있다. 또한 대홍수가 끝난 후 노아가 방주에서 날려보낸 새와 관련된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 기록된 홍수신화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제2부 건국신화
고대 이스라엘 창건자는 아브라함과 그의 아들 이삭과 이삭의 아들 야곱으로, 모두 함께 유대 민족의 조상이라 불린다. 제2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창건에 관한 구약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집트의 신화와 설화 그리고 그들의 역사에서 차용되었는지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 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는 실존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인간의 타락을 벌하기 위해 멸망시켰다는 소돔과 고모라는 실존하지 않은 전설의 도시다. 게다가 지리학의 기록에 따르면 구약에서는 비옥한 곳이라 묘사되는 이 지역은 이미 수백만 년 전부터 사해 즉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소금 땅이었다.
♣ 구약의 야곱과 에서 : 이집트의 신 호루스와 세트
구약에 나오는 야곱과 에서는 이집트의 신 호루스와 세트에서 유래했다. 호루스와 세트는 자궁 안에서 싸움을 벌였고 태어난 후에는 국가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으며, 야곱과 에서 또한 자궁 안에서부터 싸움을 벌이고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그밖에 야곱과 에서 사이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호루스와 세트의 이집트 신화에서 유래했다.
♣ 요셉과 열한 명의 형제간의 갈등 : 열두 왕에 대한 이집트 전설
요셉과 열한 명의 형제간의 갈등에 관한 성서 이야기와 이집트의 전설이 보여주는 공통점을 살펴보면, 여러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양쪽 이야기에서 모두 결혼으로 연결된 열두 명의 남자가 왕이 없는 나라에서 살며, 그들 중 한 명이 모두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언을 받는다. 누가 미래의 통치자가 될지 알게 된, 나머지 열한 명이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지만 곧 마음을 바꿔서 그를 영토 밖으로 추방한다. 추방된 후 주인공은 이방인들과 함께 이집트로 들어간다. 그리고 주인공은 열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침으로써 최초의 예언을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이집트는 출애굽 이전에 헤브루 민족을 박해하던 나쁜 나라라는 전통 견해와, 그와 대립하는 견해로서 바빌론은 당시 근동 지방에서 가장 세련되고 존경받는 문화 강국이라는 관점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또한 헤브루 조상들과 그 친척들에게 비이집트-바빌론계 배경을 부여하기 위해 가짜 계보와 배경이 만들어졌음을 알린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을 위해서는 바빌론 땅에 '갈데아의 우르'라는 고향이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기원전 첫 번째 천 년대 중반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시대착오적 이야기였다. 같은 맥락에서 노아의 계보를 보여주던 민족일람표도 기원전 첫 번째 천 년대 중반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람표는 노아-아브라함 계보를 이집트와 분리해 바빌론에 연계하고 있었다.
제3부 영웅신화
여기에서는 이스라엘을 파라오로부터 해방시킨 그들의 영웅 모세와 그 이후의 시대를 이끈 여호수아에 관한 이야기들조차도 얼마나 많이 이집트 신화와 전설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 민족의 영웅인 모세와 여호수아 그리고 삼손과 다윗마저도 저자의 관심에서 결코 빗겨갈 수 없었다.
♣ 모세 이야기의 모태
모세가 태어났을 당시 이집트의 파라오는 남아살해의 포고령을 내린다. 이런 위험중에서 살아나 파라오의 딸의 손에 길러진 모세의 출생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의 니므롯 왕국에 있던 4대 도시 중 하나인) 아카드의 왕 사르곤 1세의 출생에 관한 전설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자주 지적되었다. 사르곤 1세는 기원전 2300년경에 바빌론을 정복해 최초의 주요 셈족 왕국들 중 하나를 건설한 인물이다. 그의 전설은 그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앗시리아의 여러 글에 기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 모세가 내린 재앙 : 이집트 현자의 훈계
이제 <이집트 현자의 훈계>에 기록된 사건들과 성서의 재앙들을 비교해보자. 이 파피루스는 무정부상태의 대혼란기를 묘사하고 있는데, 아마 제1중간기(기원전 2200년경∼2040년경)로 추정된다. 여기에 묘사된 몇몇 사건들은 모세가 몰고왔다는 재앙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성서: 강의 모든 물이 피로 변하였다. (…) 이집트 사람들이 그 강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이집트 땅의 모든 곳에 피가 괴었다.(「출애굽기」 7장 20, 21절)
파피루스: 참으로 강물이 피가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신다. 사람들이 서로 피해다니며 애타게 물을 찾는다.
성서: 이집트 온 땅에 있는 들의 나무와 푸른 푸성귀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출애굽기」 10장 15절)
파피루스: 과일도 풀도 발견할 수 없으니 (…) 온 땅이 거의 말라버렸더라.
성서: 이집트 사람의 집짐승은 모두 죽었는데 (…)(「출애굽기」 9장 6절)
파피루스: 참으로 모든 가축이 심장에서 피를 흘리도다. 이 땅의 재앙으로 가축들이 신음하도다.
게다가 구약은 삼손이 20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손은 그리스 신화의 반신반인(半神半人) 헤라클레스와 이집트의 태양신 라-헤라크테를 결합시킨 가나안의 태양신이었다.
고무총과 돌로 무장한 어린 다윗이 완전 무장한 블레셋의 거인 용사 골리앗을 거꾸러뜨린 이야기는 성서 전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