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힘들거나 졸리진 않는지. 먹고 싶거나 마시고 싶은 건 없는지. 그게 나한테는 전부 다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말로, 하루종일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 거야. 그렇다잖아. 그만큼이나 시시콜콜한 것들이 궁금하다잖아. 그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꼭 사랑 같잖아.
---「물음표」중에서
술 마시지 않겠습니다, 아니아니 오늘은 안 되겠으니 술이나 마시겠습니다, 결심하고 포기하고 괴로워한다는 건, 그만큼이나 마음속에 기대가 많고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뜻이 아닐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난 그런 내가 너무 애틋하고도 좋다.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중에서
어딘가의 누군가는 지금도 나를 미워하고 있고 싫어하고 있고 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아프게 다가오긴 한다. 그래도 그들의 이해관계 모두를 충족시켜주고 해명하고 오해를 풀고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일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일뿐더러 나의 에너지와 시간 역시 너무도 한정적이라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안다.
---「불꽃놀이」중에서
나는 여전히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알고 싶을 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가늠해본다. 생각나는 게 적으면 조금 더 알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생각나는 게 많으면 이만큼이나 빠져버렸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더 좋은 것을 줄 수는 없을까 아침마다 생각해본다. 누군가는 속없다고 할 것이고 멋도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게 내가 베풀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능숙한 다정이라는 것을 안다.
---「비모」중에서
아마 당신의 오늘도 괜찮겠지. 무력감에 며칠 면도를 못 했대도. 끝끝내 사랑 하나를 끝냈대도. 몸에 물보다 술이 더 많이 도는 나날 속에 있대도. 사람에 지쳤대도. 사람에 지친 걸 억지로 숨기고 있대도. 그래서 내일이나 모레쯤 뒤늦게, 바빠서 연락을 받지 못했었다며 거짓말을 한대도. 괜찮다. 그런 당신을 이해할 테니까. 언제까지고 긍정할 테니까. 오늘의 당신은 참담하구나. 괜찮다. 그거참 괜찮다. 잘못된 게 아니다. 더 괜찮아질 거다.
---「괜찮다는 말」중에서
우리, 모든 게 끝난 것 같거나 유난히 내게만 세상이 가혹한 것 같을 때면, 우리의 삶을 영화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너무도 극적인 행복과 감동과 희소식들이 내게 찾아오기 전에, 소품이나 준비물 같은 시련들이 나를 할퀴고 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보는 거예요. 아무런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어떤 것도 쉬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면 제가 조연이라도 하다못해 단역이라도 되어 당신을 빛나게 해드릴게요. 좋은 역할을 하는 소품, 가구, 물건이라도 되어드릴게요.
---「해피엔딩」중에서
그러니 앞으로도 힘든 날이면, 죽을 것처럼 마음이 바쁜 날이면 아주 작은 것들부터 챙겨보기로 한다. 좋아하는 커피를 사러 나간다든가, 그게 안 된다면 그런 커피를 사 와 달라고 조른다든가. 농담을 한다든가. 농담할 기운이 없다면 농담을 들려주는 사람이나 화면을 바라본다든가. 맥주를 한 캔 한다든가. 그 작은 것들이 우리를 하루 더 버티게 해줄지 모를 일이다.
---「농담 없는 하루」중에서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사람을 다정하게 부르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는 생각을 늘 한다. 야, 너, 저기, 있지, 그런 말들 속에도 충분히 애정을 담을 수는 있지만, 누구야, 누구야, 말의 높이와 질감 자체가 따뜻한 호칭은, 그리고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없을 때도 그이, 우리 누구는요, 그렇게 소개하는 일은, 듣는 이에게 마치 예쁜 선물이 담긴 예쁜 상자를 받는 느낌을 준다.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일, 어쩌면 다정한 부름이 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이」중에서
어쩌면 사람 역시 마찬가지겠지. 새것 같은 사람, 볼 때마다 세련된 모습만 보여주는 사람, 미지의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주는 사람도 물론 반갑긴 하겠다만, 결국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은 늘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 기억해주는 사람, 내가 돌아온 곳에 있어 주는 사람이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얼마든 엎어질 수 있는 집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 어쩌면 사람의 행복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호텔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