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종영하고 헛헛한 마음을 채우지 못하던 어느 날. 5년을 한 작가 마음도 이런데, 13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던 유재석 씨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날도 유재석 씨와 뭘 하면 재밌을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크고 거창한 거 말고, 작게 시작해서 키워갈 만한 거 없을까? ---「프롤로그」중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존재 사이에 유대와 신뢰가 쌓이는 것,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삶의 일부가 되는 것. 이러한 마음은 퇴근하고 잠들고 휴가를 떠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친구이고 가족이듯, 사육사와 판다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지켜보며 위로받는지도 모른다. 귀여운 겉모습과 익살스러운 애교도 사랑해 마지않지만, 어쩌면 그들 사이 두터이 쌓인 사랑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사육사 강철원 | 푸바오와 대화할 수 있다면…」중에서
‘요즘의 나를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너무 심심해”. 안부를 여쭸을 뿐인데 어쩐지 큰 이야기가 나왔다. 가볍게 웃으며 넘기기 쉽지 않았다. 말끝에 묻어나는 쓸쓸함과 무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으니까. 하지만 그날 촬영은 끝까지 적적하지는 않았다. 그가 쓸쓸함을 반가움으로, 무력감을 소박한 가꿈으로 잘 보듬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밀정원 주인 김영갑·MCM 전 대표 류근오 | 나는 나를 살뜰히 어루만진다.」중에서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마음으로 분투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순간 모두의 마음속에는 누군가가 옆에 있기를, 혼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인간을 향한 본능적 사랑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이 절망을 희망으로 희석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찾도록 한다고 나는 믿는다. ---「튀르키예 구호대 | 절망과 희망 사이.」중에서
나는 무심결에 ‘인생의 필수 조건은 사랑’이라는 말속 사랑을 ‘받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랑을 받는 일에 열심인 것과 사랑을 주는 일에 열심인 것, 그 구분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거기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랑은 기분 좋게 전염될 것만 같다. 엄마에서 딸에게로.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에게로. 다시 두 사람에게서 네 사람에게로. 구미 황상동 버스 종점 앞 작은 미용실에서 한없이 큰 세상을 향해.
매주 수요일 많은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갑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낀 수많은 감정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어느 날,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어느 날 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언주 작가의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유재석 (큰자기)
대반상고! 대단히 반갑습니다, 상당히 고맙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탄생한 인사말입니다. 200화가 넘도록 저희와 함께한 모든 분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지요. 이렇게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있던 건 전부 이언주 작가님 덕분입니다. 책을 읽으니 그때 그분들을 다시 만나는 듯해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