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꿈을 잃지 않았던 모든 사람의 이야기

『이재명의 일 포스티노』는 한국의 근·현대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글이자, 제가 살아온 삶을 한국의 근·현대 문학 작품에 빗대서 소개한 책입니다.

책을 보면서 저는 루마니아의 신부이자 작가인 콘스탄틴 게오르규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겪었다는 ‘잠수함에 탄 토끼’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예전에는 제작 기술이 부족하여 잠수함에 토끼를 태웠습니다. 잠수함 내부에 공기가 부족해지면 토끼가 반응을 보였고, 잠수함은 즉시 부상하여 부족한 산소를 다시 채웠다고 합니다.

군부 독재 당시 한국에 초청 강연을 온 게오르규는 자유를 박탈당한 국민을 위해 한국의 문인들이 ‘잠수함의 토끼’가 되어주기를 당부했다고 합니다.

국내의 많은 문인께서 게오르규의 역설 이전부터 ‘잠수함의 토끼’를 자임해왔습니다. 산업 재해를 딛고 인권 변호사,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대통령 후보의 길을 걸어온 제 발자취마다 인용할 문학 작품이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피땀 어린 헌신 덕분입니다. 동시에 이런 빛나는 성과는 많은 분의 희생 위에 세워졌습니다. 저의 굽은 팔과 잃어버린 후각 역시 그런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흔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산업화와 궤적을 같이 해왔습니다. 거리 위로 나선 노동자, 농민, 학생, 수많은 시민과 함께 산업화의 폐해를 고발한 문인들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문인들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모두가 함께 일군 삶의 흔적을 기록하고, 때로는 먼저 나서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제 개인의 삶이 아니라 가난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아온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어주신 김용락 시인님과 유응오 소설가님, 글을 감수해주신 도종환 의원님을 비롯한 문화강국본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절망이 아닌 미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