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과, 그토록 방자하고 잔인하게 문명의 얇은 베일을 찢어버리는 것은 그녀에게는 너무도 끔찍하게 인간의 위엄을 유린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멍해지고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대답도 하지 않고, 마치 뾰족한 우박이 퍼붓거나 더러운 물이 튀겨 몸이 흠뻑 젖는 일을 잠자코 감내하려는 듯이 머리를 숙였다. 할 말이 없었다. --- p.57~58
자신의 모든 애착을 떨쳐버린 이 자아는 아주 이상한 모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웠다. 삶이 잠시 가라앉을 때면 경험의 범위는 무한해 보였다. --- p.109
그 무엇도 융합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모두가 각자 앉아 있었다. 융합시키고, 흐르게 하고, 창조하려는 노력 전체가 그녀에게 달려 있었다. --- p.145
그녀는 너무도 단순하고, 너무도 직접적으로 소망함으로써 그들 모두에게 주문을 걸었으며, 릴리는 그 풍부함을 자신의 빈곤한 정신과 비교했고,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이 이상한 것, 이 겁나는 것에 대한 믿음이라고(램지 부인의 얼굴은 온통 환했다―젊어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광채가 났다) 생각했다. --- pp.174~175
그녀는 그 단어들의 의미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들은 음악처럼, 그녀의 자아 밖에서, 그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그녀가 다른 것들을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 내내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것을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 p.191
그녀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창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일정한 시간의 경험이 있은 후면 그녀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그 습관적인 흐름들 중 하나에 갇혀버린 것처럼 애초에 그 말을 누가 했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그 말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았다. --- p.272
그녀는 그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갔으며, 그 기억은 거의 예술품과도 같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그 단순한 질문이 다였다―그것은 시간과 더불어 사람을 죄어오는 경향이 있었다. --- p.275
유령, 공기, 무, 낮이나 밤 어느 때나 쉽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존재. 부인은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갑자기 부인이 손을 내밀어 그렇게 가슴을 쥐어짰다. 갑자기 텅 빈 응접실의 계단들, 집 안에 있는 의자의 주름 장식, 테라스에서 뒹구는 강아지, 파도 전체와 정원의 속삭임, 이 모두가 한가운데의 완전한 공허 주위를 장식하는 곡선과 아라베스크같이 되어버렸다. --- p.305
한순간 그녀는 만약 그들이 둘 다, 여기, 잔디밭에서 지금 일어나, 왜 삶이 그토록 짧고 왜 그토록 불가해한 것이냐고, 하나의 해명을 요구하고 격렬하게 말한다면―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는, 완전하게 준비를 갖춘 두 명의 인간이 말하게 될 테니까―아름다움이 드러나고, 공간이 충만해지고, 그 공허한 장식들이 어떤 형체를 이룰 거라고 느꼈다. --- p.307
저 한 여자를 제대로 보기에는 50쌍의 눈도 충분하지 않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들 가운데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전혀 못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녀가 앉아서 뜨개질하고, 이야기하거나, 홀로 창가에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열쇠 구멍으로 몰래 들여다보며 그녀를 감쌀 수 있으려면 공기같이 섬세한 어떤 비밀스러운 감각이 매우 필요했다.
--- pp.336~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