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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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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우크라이나에서 온 열두 살 소녀, 예바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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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56g | 128*196*16mm
ISBN13 9791190955874
ISBN10 119095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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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아침, 나는 일찍 눈을 뜬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열두 살이 됐다. 이제 거의 십 대에 들어선 셈이다! 내 방엔 깜짝 선물이 있다. 풍선들! 무려 다섯 개나 된다. 은색, 분홍색, 금색 그리고 터키색 풍선도 두 개나 있다. 앞으로 더 깜짝 놀랄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콩닥댄다. 생일 축하 문자가 쉴 새 없이 온다. 집을 나서기 전 벌써 일곱 명에게서 문자가 왔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
--- p.21

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학교 단체 채팅방에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준비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로 들어가자 공황 증상이 다시 느껴졌다. 숨을 쉴 수 없었고 손은 차갑고 축축해졌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폭발, 소음, 내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 공포와 소음 속에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 p.35

시간이 가는 게 이렇게 느리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지속적인 포격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위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하르키우가 항복하길 원한다. 또다시 포격. 공황 발작이 또 오려고 한다. 할머니 곁에 앉자 할머니가 나를 꼭 안아 준다. 우린 공포에 질렸다. 전시 상황이라 시에서 내일 전기와 수도를 끊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지만, 우린 절망하지 않을 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 p.42

짐을 쌌다. 폭격을 멈췄나? 생각하는 순간 폭발음이 들린다. 그렇다.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우린 지하실로 달려 들어갔다. 무척 추웠다. 지하실 입구에 ‘대피소’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놀랍게도 눈이 내린다. 앞으로 며칠간 눈이 내릴 거라고 한다. 또다시 폭격이 시작될 거라는 사실에 두렵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걷는다. 고맙게도 조용한 아침이었다. 밤새 친구들에게서 도착한 단체 채팅방 메시지 180개를 화면을 죽죽 내리며 읽는다.
--- p.48

단체 채팅방에 계속 메시지가 뜬다. 폴리나는 하르키우 북동쪽 흐바르디치우-시로닌치우 거리에 탱크가 전진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할머니와 이나 아줌마에게 이 소식을 들려주자 “걱정하지 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미 일어난 일일 뿐이야”라는 답만 돌아온다. 우린 무서워하지 않기로 한다.
--- p.54

해가 진다. 우린 평화를 원한다. 예전에 가졌던 꿈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뭐였는지 우리는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예전에 했던 말다툼이나 골머리를 썩던 문제들도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에 품었던 그런 고민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 중엔 단 하나의 목표만이 남는다. 살아남는 것.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일이 사소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이 걱정되고, 일상은 쾅, 하는 소리에 망가진다. 마음을 움켜쥔 공포를 억지로 숨긴 채, 나와 거리가 먼 곳에 로켓이 떨어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신에게 평화를 달라고 요구하며 하루 종일 기도한다. 삶의 매분, 매초에 절실하게 매달린다.
--- p.66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집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내 집을 공격하는 건 내 일부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다. 심장이 짓밟힌 기분이다. 수많은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우리의 이탈리아제 가구들, 예쁜 그릇과 접시들, 유리로 된 테이블……. 그 모든 추억이 산산조각 났다. 넘쳐 흐르는 눈물은 내 슬픔의 일부일 뿐이다. 물건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담고 있던 추억에 비하면 물건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 p.93

밖은 어둡다. 리라는 창밖의 갈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얘기해서 날 웃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걱정하지만, 그저 갈대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다. 하하!

겁나는 순간도 있었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는 일이 반복됐고 가끔은 완전히 멈추기도 했다. 객실의 불이 계속 꺼져서, 불이 다시 들어올 때마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 한마디를 내뱉기도 두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나중에 할머니는 창문 너머로 저 멀리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봤지만, 내가 더 무서워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차가 중간중간 멈춘 것도 아마 그 폭발들 때문이었을 거다. 상황이 안전해지고 계속 운행해도 된다는 신호를 받을 때까지 정차해야 했던 거다.
--- p.114

나 자신을 추스르려 노력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있을 때, 할머니가 아까 우리를 영상으로 찍던 아저씨에게 내가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어를 전혀 못 하는 아저씨에게 할머니가 그런 설명을 어떻게 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어쨌든 우리 일은 아저씨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의 이름은 플라비앙이다. 그는 영국의 지상파 방송국인 채널4에서 일한다.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말했다. 아저씨는 나를 영상으로 촬영하며 인터뷰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 p.125

부다페스트에 거의 다 도착했다. 기차 창문으로 도시를 내다볼 때는 그냥 평범하고 딱딱한 느낌이었다. 곧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게 드러났다. 기차는 역 건물 바로 바깥의 플랫폼에 멈춰 섰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사로잡은 풍경에 압도당했다. 켈레티역은 거대한 기둥들이 커다란 유리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아름다운 기차역이다. 기자들이 날 찍기 시작했다. 중앙역 본관으로 들어가자 벽을 따라 석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갖가지 생필품을 나눠 주고 있었다. 샴푸, 생리대, 기저귀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린 치약과 칫솔,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어마어마했다! 이 말을 계속 반복할 것 같다. 부다페스트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커다란 쇼핑센터, 오래된 건물, 내 주변을 온통 둘러싼 시끌벅적한 사람들과 자동차들.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다. 난 유럽에 온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말이다!
--- p.153

할머니랑 산책을 가기로 했는데, 이번엔 지난번보다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린 공원 근처를 거닐었다. 오늘은 따뜻하고 햇살이 밝은 날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들라라와 톰이 와서 내가 일기를 읽는 모습을 촬영했다. 나는 날마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다. 그 애들에게 하르키우 상황이 어떤지 묻는다. 아직 거기 머물고 있는 지나 할머니와 요시프 할아버지와도 통화한다. 내일은 아주 중대한 날이다. 기자들을 만난 후, 나는 이 사실을 일기장에도 비밀로 지켜 왔다. 내일이 되면 모든 걸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167

그러고 나서 우크라이나 국기로 몸을 감싼 커플을 만났다. 할머니와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바로 며칠 전 더블린에 왔다고 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당신이 있던 곳에도 전투기가 많았나요? 그 끔찍한 소음 속에서 어떻게 버텼나요?”였다. 그들은 “전쟁 첫날, 거리를 달려갈 때 머리 위로 전투기가 지나가는 걸 봤어. 그 뒤 우린 다섯 개의 나라를 옮겨 다녔고 결국 더블린에 왔지”라고 대답했다.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모든 걸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 그러자 슬픔과 고통이 밀려들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리 집이 폭격에서 무사하길 바라면서 기도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는 하르키우와 하르키우에서 한때 중요했으나 이제는 파괴된 모든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집으로 가려고 택시에 올라탔을 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p.192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전쟁은 내 친구와 가족, 모든 사람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겼다.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이 이미 사라졌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이 사라지게 될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 당장 한 시간 안에, 아니 심지어 1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전쟁이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 그러면 세상은 더 행복한 곳이 될 거다. 전쟁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으니까.
--- p.209

‘난민’이라는 단어를 견디는 게 힘들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다. 할머니가 우리 스스로를 난민이라고 칭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할머니에게 당장 그렇게 말하는 걸 그만두라고 했다. 속으로는 부끄러웠다. 왜 부끄러웠는지 이제야 겨우 알 것 같다. 집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창피하다. 집을 떠나 지하 대피소로 도망간 바로 그 순간부터 참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내 꿈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다시 우리만의 집을 갖게 되는 것이다.
--- p.222

나와 친구들 모두에게 친근한 존재들이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족이 됐든 반려동물이 됐든 말이다. 설탕이 뿌려진 빵 한 조각이나 폭신한 인형과의 포근한 포옹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이 됐다. 하지만 전쟁은 한 순간도 멀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들의 희망과 꿈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 난 이 글을 이렇게 마치고 싶다. 우린 아직 아이들이라고, 그러므로 우린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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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일어난다. 예바의 일기에서 전쟁은 우리의 폐부를 찌르며, 눈앞에 즉각적으로 존재하여 우리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없게 한다. 삶과 세계는 파괴된다. 예바는 마치 안네 프랑크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우리가 들어야 하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언어는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이윽고 화해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든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전쟁이 그것을 직접 겪은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희망은 영원히 샘솟는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상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 마이클 모퍼고 (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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