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말을 할 것인가?
아마도 이 책을 보시는 분은 대화의 기술에 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저자도 역시 대화에 관심이 많아서 엄청난 양의 대화에 관한 책과 강의를 들었고 거절에 관한 책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많은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 자체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가족들과의 대화나 직원들과의 대화, 친구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똑같았다. 내가 설득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실패하기 일쑤였고, 그들의 설득이나 부탁은 항상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왜 내 대화의 기술이 늘지 않는지를 알게 되었다.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호신술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주인공 고현정이 이런 호신술 따위는 실전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다른 선생님들이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이 제대로 된 호신술을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고현정은 괴성을 지르면서 치한 역할을 하는 선생님을 볼펜으로 찌른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 현실적인 호신술이라고 하면서, 그런 몇 가지 기술들을 배워봤자 실전 상황에서는 되레 상대의 화만 내게 만들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장면에서 대화의 기술에 관한 책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 이유는 책을 쓴 사람들이 심리학자이거나 철학자, 교수 같은 훈련된 대화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즉 무술로 치면 수십 년을 훈련한 사람이 여자나 아이들을 데리고 호신술을 가르치고 나서 그 호신술을 현장에서 사용하면 된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들은 이미 일반 사람의 수준 이상의 수많은 심리적인 훈련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말을 하든 그것을 받아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대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의 책을 읽는 순간에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내가 대화하고 있는 현실에선 별 소용이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책속의 대화의 기술들 대부분이 특정한 상황의 대처법만을 이야기하다 보니 변형된 상태에선 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무술로 예를 들면 팔을 잡혔을 때 반격하는 기술을 익혔는데 목을 잡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너무 구체적인 상황에만 집중하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은 항상 움직이는 것이기에 현실에 복잡한 상황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대응해서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세 번째 이유는 책에서 읽은 대화의 기술을 실생활에서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의 책들에서 나온 사례들은 모두 이론적이거나 특별한 상황의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상황을 훈련할 수 있는 실제 상황이 없고, 상황이 없다 보니 반복학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내용을 읽었다 한들 결국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좋은 대화의 기술에 관한 책을 읽어서 대화의 기술을 늘린다는 생각은 마치 권투에 관한 책, 태권도에 관한 책, 그리고 유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보고선 자신이 무술의 고수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이론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써보지도 않고 훈련하지도 않아본 대화의 기술은 그냥 죽은 대화의 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리 읽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저자는 누구, 언제나, 어디서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현대의 심리학적인 대화의 기술을 틀을 벗어나서, 인간관계 전체를 통찰하는 대화의 기술을 찾던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권위, 감정, 논리로 상대를 설득, 거절, 협상을 하게 되는 방법을 통해서 일상적인 대화에서부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협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수사학의 틀 속에 넣어서 책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대화 훈련이 가능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끝으로 이 책은 반드시 처음에는 순차적으로 읽되, 다 읽고 다음에는 상황별로 필요할 때마다 읽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응용, 훈련을 해서 자신만의 대화술을 완성할 때 비로소 내가 어떻게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안정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