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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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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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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68g | 규격외
ISBN13 9788984370760
ISBN10 898437076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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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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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함유선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번역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에 출강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프랑스적인 삶』(장폴 뒤부아),『악의 꽃』(Ch. 보들레르), 『나쁜 혈통』(A. 랭보), 『붉은 말』(자크 프레베르), 『절망은 날개를 달고 있다』(피에르 장 주브), 『편안한 죽음』(시몬 드 보부아르), 『섬』(장 그르니에), 『시간의 옷』(아멜리 노통브), 『불쏘시개』(아멜리 노통브), 『게으름의 즐거움』(피에르 상소 외), 『미남왕 필립』(모리스 드뤼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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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아킨은 앙상한 얼굴에 배추 속처럼 빛바랜 안색을 하고 있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그의 진정한 성격이 어떠할지 자주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의 눈은 항상 망을 볼 때처럼 동물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나는 그 눈이 과연 먹이를 노려보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포식자가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더구나 쿠리아킨은 왼손을 항상 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있었다. 내 생각에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성기를 쥐고 있는 듯했다.
--- p.51
상인은 저에게 해밀턴 시계를 내밀더니 바로 제 앞에 손을 깍지 끼고 팔꿈치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더니 자리를 잡고 앉더군요. 태엽을 감는 레버를 면밀히 살펴보는데, 시계 케이스의 금속판 위에 무엇인가 적혀 있는 글씨가 보였어요. 제이 에프 케이, 브루클린, 1962(J.F.K., Brookline, 1962)라 새겨진 글씨였습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시계가 어떤 물건인지 아십니까?’ 상인이 저에게 말합니다. ‘역사적인 물건이죠. 케네디 대통령이 댈러스에서 암살되던 날 손목에 차고 있던 바로 그 시계입니다. 관례대로라면 그 시계는 대통령과 함께 땅속 깊은 곳에 묻혀있어야 하죠. 그런데 아닙니다. 그 시계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 p.58
“이런 형편없는 작자야. 당신을 조각내기 전에 당장 내 병원에서 나가.”
그의 위협적인 어조에다가 모욕적인 말을 들으니 나는 다시 활력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제 막 얼굴에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을 갖다 대고, 짜디짠 소금 냄새를 맡게 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 엄청난 오물과 마주한 채 계속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손등으로 피를 닦았고, 텔레비전 생방송에 나갔을 때 질렀던 것과 비교할 만한 외침이 목에서 터져 나왔다. 물소의 심장을 달고, 들소 같은 기분으로 나는 대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충격은 우리가 처음 맞붙었을 때만큼이나 격렬했다.
내가 무모하게 위를 펑크내버리겠다는 광란의 의지와 함께 머리로 그의 불룩한 배를 들이받는 순간, 한 여자가 경찰을 부르라고 요청하는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괜찮았다. 마치 마라토너가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에 들어설 때와 같은 그런 정신 상태임을 나는 느꼈다. 분명하게 들려오는 함성이 내 고통을 달래주었다. 나는 괜찮았다. 문트가 나를 떼어내려고 애썼지만 너무 늦었다. 나는 낚싯바늘처럼 그에게 매달려 있었다. 그가 내지르는 절규가 대중의 격려에 묻히고 말았다. 나는 그때 정원 한 구석에 묻어놓은 권총을 생각했다.
--- p.152
“폴라리스 선생, 1962년 매사추세츠에서 미국의 한 대통령이 이 시계를 선물로 받았고, 그 다음해에 암살당했습니다. 한데 선생이 단지 마뉴스 문트라는 이름을 가진 형편없는 치과의사를 물어뜯었기 때문에 대통령의 시계가 어느 날 이 방에 와 있는 당신의 손 안에 들어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상해본 적 있습니까? 해밀턴 시계가 선생의 손 안에 들어있게 되기까지 벌어졌던 모든 사건과 필연적인 우연의 일치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런 결과를 빚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 배경,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극적으로 이루어진 무대장치 그리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들러리들의 찬조출연을 생각해 보세요.
--- p.184
대부분 추도식이 끝나고 난 뒤 그렇게 하듯, 참석자들을 위해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었다. 기이한 약혼식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들 서둘러 선실 옆에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 앞으로 몰려갔다. 안나를 빼놓고는 어느 누구도 사무엘이 지금 요트의 키 뒤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바로 2년 전 그랬듯이, 사람의 몸이 저 깊은 바다의 표면에 부딪치며 내는 비극적이고 특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전까지는……. 리디아는 안내원을 따라 급히 배 뒤쪽을 향해 갔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했다. 애벌레처럼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사무엘 폴라리스가 즐거움에 찬 소리를 조그맣게 내지르며 꽃잎 한가운데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 pp.24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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