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보고 있으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도대체 이 남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지? 웬 엄마 이야기래?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면 어쩌자는 거야? “어머니가 돌아가셨시유……?” 보람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묻자, 그는 더욱 처량한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래서 와인을 마시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구나. 갑자기 서인혁이 안돼 보였다. “절 아들이라고 생각하시고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될까요?” “네? 제... 제가요?” 당황한 보람은 더듬기 시작했다. 뭐지? 이 남자, 변태 아냐? 그러나 인혁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붉어진 눈에는 말간 액체가 고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 보람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까짓 거... 이왕 연기하는 김에 함 해보지 뭐! “음…… 그러면 한 번만 안아드릴게유. 우리 아들 생각도 나고 하니께.” “아들요?” “네. 지금 군에 있슈.” 없는 아들 얘기까지 지어내려니 참 힘들다. 차보람, 원래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의 그리움을 이렇게 잘 표현하다니. 기사만 잘 쓰는 게 아니고, 연기도 잘하는구나. 그래, 연기한다 생각하고 한 번 안아줘야지. 뭐, 연기니까……. 보람에게 다가온 그가 팔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단단한 팔로 허리를 감아왔다. 어라, 이건 아닌데? 허리는 왜 감아? 보람은 자신의 허리를 감은 인혁의 팔을 떼어냈다. 그러자 그가 다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왔다.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젖히며 다가오는 남자의 향기에서 되도록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허리를 감았던 팔에 더 힘을 주며 몸을 밀착시켜 왔다. 많이 취했나? 이건 엄마와 아들의 포옹이 아니잖아. 왠지 느낌이 이상한데……. 보람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연기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고 가슴이 뛰는 거지? 도대체 이 남자, 왜 이러는 거야? 보람은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정체가 들통난 걸까? 그럴 리가......! 그럼.... 이 인간..... 정말 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