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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강민정
이미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으로서의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기업에 적합한 인재 양성이 최대 목적이 된 대학과, 그런 대학에 한 명이라도 더 진학시키겠다고 위험한 입시 전쟁의 사령탑이 된 고등학교, 사교육비 부담에 가정 경제는 바닥을 치고 아이들은 입시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마당에 진학 실적을 높이기 위한 화려한 생기부의 진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준열이는 일반 학교를 다니지 않아 생기부가 없다. 고등학교 3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출석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신 90퍼센트와 출결 10퍼센트로 선발하는 교과 전형에 준열이는 검정고시 성적만으로 3년간의 출결을 100퍼센트 인정받았다. --- p.33
아이를 열심히 공부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니던가. 부모의 욕심을 조금 덜어내면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방향과 숨겨진 아이의 잠재력이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하여 돈도 벌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서른 살이 아니라 더 늦게 자녀가 취업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면 자녀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너무나 큰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 p.41 나도, 아이도 대학 진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을 진학해야 하는 명확한 기준이 먼저 있어야 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마치 대학 진학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를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에게 대학이란 곳은 딱 4년 머무르는 곳일 뿐 더 이상의 의미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해도 그나마 이력서에 적을 수도 없는 잉여 스펙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대학 말고 빨리 대학에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 p.56 현재 우리 아이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10대의 권리를 모두 포기한 채 국?영?수 공부에 올인 한다. 그러나 알파고의 등장으로도 알 수 있듯이 국?영?수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영역이 될 것이 확실하다. 대학 간판도, 은행의 현금도 이제 더 이상 아이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 있는 유산이 아니다. 알파고에 뺏기지 않을 만한 좋은 학벌과 평생직장이 과연 남아 있을까? 이런 세상의 변화 속에서 내 아이가 살아남으려면 대체 무엇을 물려줘야 할까? --- p.82 나는 항상 느리고 부족한 아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엄마였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세상을 달리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 혹시나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아들의 미래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몹시 두려운 날들이었다. 현재의 아들과 앞으로 되어야만 하는 아들 사이에서 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면서 잠시라도 다른 역할의 나로 살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면 죄책감마저 들곤 했다. --- p.101 입시에 성공하고 싶다면 딱 한 가지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나쁜 조건의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아이의 솔직한 현실을 기준으로 정보를 내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는 정보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발견 즉시 과감히 버릴 줄 아는 능력이다. 또한 정보 수집에 있어서 ‘카더라 통신’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가능하면 본인이 직접 두 발로 찾아가서 두 귀로 듣고 정성을 다해 정보를 모아라. 경험상 내가 정성을 들인 정보에서는 항상 건질 만한 것이 나왔다. --- p.118쪽 특성화고 특별전형은 2011학년도부터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일반전형으로도 지원은 가능하나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지원을 해야 하므로 자기소개서와 비교과 활동 증빙자료 등 준비할 게 많았다. 지금부터라도 내신 1등급은 기본이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서 전공 적합성도 어필해야 했다. 한편 전문대는 면접만으로 입학이 가능한 곳이 많았다. 솔직히 전문대는 특성화고 출신이 더 유리할 수 있었다. --- p.144 집을 떠나면 집이 보이고, 학교를 떠나면 학교가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것이 삶의 현장을 체험하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삶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구나’를 느낀 아이라면 꿈과 비전을 생각하고 미래의 진로도 스스로 찾게 될 것이다. 바뀌는 세상을 뒤쫓아 가는 삶은 언제나 피곤하며 에너지 소모도 크다. 반대로 ‘세상아, 너는 너대로 가거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강점을 살리며 미래를 준비하는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라고 외칠 수 있다면 그만큼 당당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 p.166 부산시 교육청 영재교육원 1차 합격(급작스러운 이사로 2차 응시를 하지 못했다.), 부천시 교육청 영재교육원 최종 합격, 창원시 교육청 영재교육원? 최종 합격, 이렇게 세 곳의 교육청 영재교육원 선발 과정을 사교육 없이 모두 경험해보았다. 내가 공유하고자 하는 핵심은?영재교육원 시험의 출제 의도와 선발 의도를 정확하게 알면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성공한다는 것이다. 선발처는 분명 학원이 아닌 교육청이다.?-p.185 남편의 실직 이후 우리의 경제 상황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결코 토끼를 이길 수 없는 거북이와 같았다. 토끼는 태생이 거북이보다 빠르기도 하지만 21세기의 토끼는 잠도 안 자고 달린다. 그런 토끼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노선을 제대로 선택해서 아이가 최대한 빛날 수 있는 길을 찾기로 했다. 보이는 것에 답이 없다면 보이지 않는 아이의 잠재력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가족은 이런 위기를 통해 서로서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 p.194 |
평범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특별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더 이상 대학이 밥 먹여주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거부해야 할 것들 매년 이 때쯤이면 학부모들 모임에 불참하는 엄마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그러나 모임에 나타나지 않아도 굳이 전화나 문자로 이유를 묻지 않는다. 수능 성적 발표와 정시 합격자 발표 등이 있는 시기가 되면 항상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고등학교 한 반의 학생수가 30명 정도라고 보면 그 중 IN서울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아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부는 재수를 선택할 것이고, 극히 일부는 대학을 포기할 것이고, 나머지는 지잡대로 비하되는 지방대와 전문대 등으로 흩어질 것이다.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던 우리 아이들의 3년은 그렇게 무참하게 찢기고 갈린다. 평범함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런 경쟁력도 없으며, 평범함은 곧 다가올 낙오와 패배를 상징할 뿐이다. 특출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승자독식사회의 교육현장에서 중간은 없다. 최상위만이 존재하며 인정받을 뿐이다. 그런데 최상위로의 진입이 아이의 특출함에 부모의 막강한 경제력이 합체되어야만 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쩌면 사라져버린 우리의 평범한 아이들과 무너져버린 그 부모들이야말로 가장 힘들게 12년의 사교육을 감당해낸 계층일지 모르기에 더 쓰리다. 홈스쿨로 검정고시를 거쳐 15살에 대학생이 된 이 책의 주인공 준열이의 이야기는 단순히 홈스쿨이나 검정고시에대한 관심만으로 읽고 끝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생각꺼리를 담고 있다. 몸이 약해서, 돈이 없어서 제도권 교육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대한민국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가장 오랜 시간 노동하는 노동자가 된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식을 가장 오래 일하는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다. 다행스럽게도 준열이와 준열이의 엄마는 통괘하고 발칙하게 시원한 한 방을 날려주었지만, 좀 더 많은 평범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현재의 교육 제도가 정해놓은 낙오의 길을 거부한다면 시스템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평범한 아이들을 낙오의 길로 내모는 또 다른 한 축은 아이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며 내버려두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엄마들의 불신이다. 이러한 불신이 아이를 사교육의 정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아이를 가르침과 훈육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거부하면 아이도 스스로를 믿고 자기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준열이가 그랬듯이 말이다.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무수한 경쟁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교육의 결과가 아이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가? 준열이의 엄마인 이 책의 저자는 이 답 없는 질문들에 행동으로 도전하고 경험으로 깨달은 것들을 책에 담아 대답을 대신 한다.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 한 것은 믿음의 실천이다. 선택한 길로 계속 직진할 수 있으려면 아이를 믿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