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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
중고도서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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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54g | 140*210*23mm
ISBN13 978892556891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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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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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미 쌤 이번에 용기 내서 학교도 빠지고 [전국노래자랑]에 나갔거든요. 특이해야 뽑힌다 그래서 방방 뛰어다니면서 해금 켜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상한 애처럼 보였나 봐요.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너무 속상하고 창피해요. 이 흑역사를 어떻게 지우죠?

A 잘했어요. 그게 다 담력 훈련이고 무대 경험이야. 아마 내 나이쯤 먹고 ‘나 그 나이 때 뭐 했지?’ 생각하면 [전국노래자랑] 나가서 해금 켜고 뛰어다닌 게 생각날 거야. 흐릿한 흑백텔레비전 같은 인생에서 쨍하고 선명하게 기억나는 명장면 하나 남기는 건 정말 좋은 거예요. 야, 흑역사가 어때서. 그게 다 컬러풀한 추억이 될 건데.
--- 「흑역사도 시간이 지나면 컬러풀한 추억이 돼」 중에서

Q 마흔두 살 가장입니다. 배우 시절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무대에서 와이프를 만났어요. 결혼 후 두 아이 아빠가 된 후 생계를 위해 꿈을 접고 작은 사업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가 그리워요. 저 이대로 꿈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A 꿈꾸라고 말하는 시절에 미안해요. 그 꿈 접으세요. 깨세요. 일단 생계가 먼저예요. 아이라는 가장 정확한 현실을 보고 일하세요. 나는 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할까, 너무 불행하다, 이런 생각하지 말아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별로 사람 없어. 마흔이라는 나이를 어느 소설에서는 ‘다시는 열 수 없는 문을 닫고 돌아서는 나이’라고 했거든? 포기 못 하고 내내 붙잡고 있던 걸 놓는 나이라고. 근데 너는 안 놔도 돼요. 그 꿈 이룰 수 있어요. 배우는 마흔, 쉰, 예순, 일흔 먹고도 얼마든지 될 수 있어요. 속에 쌓인 세월이 많을수록 좋은 배우가 됩니다. 그러니까 그 꿈 이루기 위해 꿈 깨세요.
--- 「꿈꾸는 시절에 미안한데 꿈 깨세요」 중에서

Q 에티오피아에 있는 회사 공장에 3개월 출장을 나와 있습니다. 요즘 같은 때 취직이 된 건 정말 감사한 일인데, 여긴 인터넷도 잘 안 되고 시차가 안 맞아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남자친구랑 전화 통화 한 번 하기도 어려워요. 저 이러다 향수병 걸릴 거 같은데 이 3개월을 어떻게 견디죠?

A 내가 방법 하나 알려줄까? 도톰한 노트를 사서 일기를 써 봐. ‘에티오피아에서 몇 년 몇 월 며칠 나의 일기’ 하고. 난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벽 일기를 써. ‘어제 어떤 시발놈이 나한테 개지랄해서 깨부수고 녹화 안 하고 뛰쳐나왔다’ 이런 거. 아니면 ‘어제 열무김치, 물김치, 갓김치, 깻잎김치 담갔다. 너무 맛있다.’ 이런 거. 어떤 날은 너무 쓸 게 없어서 ‘어제 날씨 오지게 흐림’ 하고 끝이야. 이게 보물이 되거든요? 거기 내 힘든 날, 좋은 날이 다 들어 있어. 특히 힘든 날은 구구절절 주옥같아. 원래 사람은 제일 힘들 때 제일 좋은 걸 만들어내기도 해. 살다가 힘들 때마다 일기를 열어보면 ‘에티오피아에서 이렇게도 힘든 시기도 견뎠는데’ 하고 웃을 수 있을 거야.
--- 「사람은 제일 힘든 시기에 제일 좋은 걸 만들어」 중에서

Q 큰딸이 다섯 살인데요. 신랑이 큰딸이 못생겼다고 놀리면서 엄청 즐거워해요. 큰애가 주저앉아서 울 정도예요. 큰애가 아빠랑 붕어빵인데, 자기 닮은 걸 예뻐하면서도 왜 그렇게 놀리면서 마음에 상처를 줄까요?

A [델마]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어. 델마라는 여자가 주인공인데 영화 첫 장면이 델마가 강의실에서 막 경기 일으키는 장면이거든. 병원에 가도 발작 원인을 몰라. 나중에 보니까 델마가 다섯 살 때 부모님이 델마 손을 붙들어서 촛불에 갖다 대고 ‘나쁜 짓 하면 지옥 가서 이렇게 뜨거운 불에 타버린다’ 협박을 해. 이 일을 완전히 까먹고 살다가 커서 대학생이 된 시점에 갑자기 무슨 계기로 발현이 돼서 발작까지 이어진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냐? 어릴 때 기억은 잠재의식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튀어 올라 평생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엄마, 아빠가 평생 쫓아 다녀도 살다 보면 안 좋은 트라우마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걸 막아주지는 못할망정 아빠가 만들고 있냐. 염병을 떨어 진짜. 정신 차려!
--- 「내 새끼 내가 차는데 남이라고 못 찰까」 중에서

Q 제 별명은 ‘똥차 컬렉션’입니다. 스무 살에 처음 사귄 똥차는 3개월 만에 바람나서 헤어졌고 그 뒤로도 돈 빌려간 뒤 잠수탄 똥차, 군대 제대 일주일 전에 질린다며 절 차버린 똥차, 다른 여자와 연락주고 받던 똥차…. 제대로 된 인간이 없었어요. 앞으로 또 얼마나 큰 똥차가 올지 겁나요. 전 평생 이렇게 똥차만 만나야 할까요?

A 예전에 어느 광고 문구에 이런 게 있었어. 물건이나 사람이나 똑같아. 한번 뭐 잘못 고르면 그 뒤에도 비슷한 상태, 비슷한 컨디션을 고르게 된다고. 그러니까 왜 처음부터 똑똑히 못 봐. 처음부터 똥차를 골라 노니까 그다음에도 똥차를 고르게 되잖아. 똥차도 버릇이고 취향이야. 당장 고쳐!
--- 「똥차만 만나는 것도 버릇이고 취향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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