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누나 많이 보고 싶었어?”
“아우우웅, 아우웅, 우오아아아아옹, 우오오오옹.”
라이는 연신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리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품속에서 라이를 떼어낸 뒤 표정을 살피려고 했지만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다. 라이의 발톱이 옷을 파고들어 살까지 푹 찌르고 있었다.
그만큼 강하게 붙들고 있다는 생각에 고통보다는 애잔함이 더욱 컸다. 그래서 꼭 껴안아주며 물었다.
“라이, 왜 그래, 응?”
“아, 아가씨.”
이제야 리리를 발견한 모양인지 젤리가 놀란 표정으로 들고 있던 물건을 툭 떨어트렸다. 반사적으로 떨어진 물건에 시선이 갔다. 하얀색 인형이었다.
얼핏 그녀에게도 있는 페가수스 인형을 떠올리게 했지만, 자세히 보니 눈 대신 붉은 구슬이 달린 호랑이 인형이었다. 백호인 라이를 따서 만든 인형인 듯 똑 닮아 있었다.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험악하게 가지고 놀았는지 여기저기 뜯어져 있고 다시 꿰맨 자국투성이라는 것이었다. 그새 라이에게 전용 장난감이 생긴 모양이었다.
“아, 아가씨!”
젤리는 다시 한 번 리리를 부르며 다가왔다.
리리는 화들짝 놀라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라이처럼 리리의 품에 안기는 대신 그녀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그러자 품에는 라이가, 옷자락은 젤리가 붙잡고 있는 오묘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리리는 금세 눈물이 차올라 그렁그렁하다 못해 금방이라도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젤리의 눈망울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얼굴은 굉장히 초췌했다.
결 좋고 늘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던 머리카락은 제대로 빗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라이가 물어뜯은 것인지 엉망진창으로 엉켜 있었고, 눈 밑이 어두워 그렇지 않아도 하얗고 연약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병색이 완연한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목에 맨 타이는 삐뚜름했고 장갑 한쪽은 어디다 팔아 치웠는지 맨손이 드러나 있었다.
그 상태로 눈물까지 뚝뚝 흘리니 정말이지 미안하다 못해 석고대죄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젤리의 모습은 딱 육아에 지친 엄마의 모습이었다.
한참 걷기 시작해 한눈파는 즉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그런 아이를, 그것도 아들을, 그것도 쌍둥이 형제를 키우는 엄마가 얼핏 겹쳐 보였다.
“아가씨, 흡. 아가씨, 왜 이렇게 늦게 오시나요. 제가 그간 얼마나, 얼마나…….”
젤리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울음을 꾹 참아내려 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뚝뚝 떨어져 내리는 눈물은 애석하게도 그칠 줄을 몰랐다. 리리는 덩달아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너무 미안해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미, 미안, 젤리. 내가 너무 늦게 왔지?”
왜인지 정말 울컥해 목소리마저 떨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간 젤리의 고생이 훤히 보였다. 자신이 데려와 놓고 젤리에게 맡겨놓다니, 그것도 이렇게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았다니. 왠지 갓난아기를 마누라에게 맡겨놓고 출장 갔다 온 남편이 된 것 같았다.
미안하고 고맙고 온갖 다양한 기분이 섞여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아오옹, 아오우오오오오오옹.”
라이도 리리가 많이 보고 싶었는지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계속 울어젖혔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