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쇼펜하우어가 깊은 사색에 잠긴 채 길을 걷다가 앞에서 오는 어떤 사람과 부딪히게 되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화를 버럭 내면서 "당신은 도대체 누군데 앞도 보지 못하고 다니는 거요?"하고 말했다. 그러자 쇼펜하우어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내가 누구냐고요? 글쎄올시다. 나도 방금 그걸 생각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친구인가, 아니면 나의 원수인가? 사라은 누구나 자기를 사랑한다. 친구 이상으로, 그리고 애인 이상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의 표본으로 우리는 흔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를 든다. 미남인 나르시스는 자기를 너무 사랑하였기 때문에 호수에 비친 자기의 얼굴에 도취하여 침식을 잃고 들여다보다가 마침내는 죽어 수선화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자기를 사랑하며 자기에 만족하고 있는가?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다 한 번씩은 자기의 외모, 자기의 성질, 자기의 성격 등에 불만을 가져보았고, 자학적인 태도를 가져보았을 것이다. 또 모든 위대한 성인들은 다 자기와 싸워 이긴 사람들이다. 자기가 만족할 수 없고 따를 수 없는 자기만의 어떤 요소와 싸워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거쳐 이기지 않고 위대한 일을 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며넛도 자기를 미워하고, 자기를 따르면서도 자기를 배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불행은 대개 두 개의 자기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자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갔던 백절불굴의 신앙적인 삶,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범했던 과오와 실수 들은 언제나 같은 인생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과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실린 또 다른 많은 이야기들은 필자가 거쳤던 여러 종류의 책에서 발췌된 것이고 일일이 다 기억되는 것도 아니라서 출처를 정확히 밝힐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