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몸은 석고처럼 하얀색이었다.
몸 어디에도 털이 없었다. 머리에도, 턱에도, 가슴에도, 겨드랑이에도, 사타구니에도, 다리에도.
마치 달걀처럼 온몸이 매끈매끈했다.
혹은 해골처럼.
마치 가죽을 벗겨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시들어 빠진 레몬마냥 주름투성이였고, 그의 눈은 여전히 시커먼 안경에 가려져 있었다. 안경은 마치 가면처럼 올리브색 눈두덩에 깊숙이 박혀 있었고, 흉터투성이인 지나치게 작은 귀에 꼭 끼여 있었다. --- p.61
백작과 나는 광택이 없는 불투명한 금속제 식탁 상석에 앉았다. 납으로 만든 이상한 식탁, 특히 메뉴가 이번 경우처럼 오로지 동물의 내장만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입맛을 돋우기에는 어딘지 적절하지 않은 식탁이었다. 간, 콩팥, 고환, 창자, 식욕 떨어지는 껍질……. 그 모든 것이 양파와 각종 채소 소스에 푹 잠겨 있었다. --- p.p.
빛이 없었다.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불을 켰다. 그리고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내가 미리 의심했어야 했던 것을 마침내 목격하고야 말았다. 농도 짙은 공포. 미스터리의 정수. 관 그리고 또 관, 터널 안에 길게 늘어서 있는, 시체를 안치하는 상자들은 적어도 열두 개는 넘어 보였다. --- p.78
나는 멕시코시티 깊숙이 사라질 거요. 이전에 런던에서, 로마에서, 브레머하펜에서, 뉴올리언스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당신들의 상상력과 두려움이 나를 이끌고 간 그 모든 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오. 이제 이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깊숙이 사라지는 거요. 밤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 신선한 피를 만끽하고, 그 피를 내 것으로 만들며, 역사의 근원에 있는 고대 희생 제물의 갈증을 내 갈증으로 다시 일깨우며……. 하지만 잊지 마시오. 나는 늘 블라드요.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