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또또.
어렸을 때만 해도 내가 나이를 먹으면 엄청 큰 사냥개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느 작게 태어나서 작게 자라고, 조금만 먹고 조금만 싸는 말티즈. 처음 보는 이는 나를 보고 너무 작아서 뭘 할 수 있냐면 놀린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모습을 한번 보면 깜작 놀라 입을 쩍 벌리고 벌레 들어가는 줄도 모를 게 분명하다.
난 이 동네에서 두 번째로 빠른 개 또또.
뒷산에서 열리는 ‘장애물 달리기 대회’에서 이때껏 딱 두 번, 숲속의 달리기왕 애꾸눈에게 두 번 졌다. 두 번째 패배 이후 난 쉬지 않고 훈련하며 오늘을 기다렸다. 오늘이 바로 새로운 달리기 대회가 열리는 날, 복수의 시간이 돌아왔다. --- p.5-6
“넌 너무 작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걸.”
아무도 나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힘들고 지루했다. 다리 밑에 웅크리고 누워 멍하니 있으면, 나를 거리에 내려놓고 멀리 사라지는 자동차의 뒷모습만 자꾸 떠올랐다. 그때 나는 오랜만의 외출이라 여자아이와 함께 잔디밭을 한 바퀴 뛰고 낮잠이나 잘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은 날 두고 떠났다. 난 혼자 남았고, 아무도 나와 같이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뒷산에서 ‘장애물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인간이 모르는 깊은 숲에서 열리는 달리기 대회, 숲속 동물들이 모두 모여 벌이는 큰 잔치.
처음에는 달리기로 모두를 이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달리기 대회에 나가서 동물들과 어울리면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쩌면 마을에 사는 동물들과 다를 거라고, 숲속에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도 기대했다. --- p.16-17
“또 언제 오냐?”
나는 눈물을 들킬까 두려워 뒤돌아보지 않고 소리쳤다.
“이제 안 올 거다!”
“한번 놀러 와라.”
난 애꾸눈에게 세 번 도전해서 세 번 모두 진 개. 그런 나를 두고 또 놀리려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화가 나서 뒤돌아 소리쳤다.
“내가 뭐 하러 여길 또 와!”
애꾸눈은 한쪽밖에 없는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놀러 와라. 여기서는 아무도 나랑 달리려고 하지 않는다. 혼자 달리는 건 심심해.”
“너는 맨날 이겨서 좋겠지만, 나는 억울해서 싫다.”
“뭐, 꼭 시합할 필요는 없잖아. 오늘은 나도 즐겁지 않다. 이런 시합은 이긴 게 아니지.”
그 말에 나는 화가 좀 가라앉았다.
“여기, 그냥 달려도 재밌다. 바람 좋은 곳도 있어. 거기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즐겁다.”
(중략)
난 앞발로 눈물이 흐르는 눈을 비비면서, 그 자리에 한참 서서 들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난 여전히 이 동네에서 두 번째로 빠른 개 말티즈 또또.
오늘도 졌지만, 기분이 좋다.
--- p.5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