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럴 때 읽었으면 좋겠어. 야구 경기를 처음 보거나 처음 해보면서 뭔가 재미있기는 한데 규칙도 너무 많고 용어도 복잡하고 작전도 어려워서 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야구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야구의 역사나 기록 같은 것에도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할 때. 아니면 보모님이나 친구들이 모두 야구를 좋아하는 걸 보니 뭔가 재미있는 게임인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 싶을 때. 그럴 때 이 책은 야구라는 것이 얼마나 쉽고 재미있고 멋진 것인지, 그리고 좀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을 거야. --- 「머리말」 중에서
홈런 말고도 야구 경기에서는 멋진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어. 그중 타자가 아닌 투수가 보여 줄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삼진이야. 타자가 칠 수 있는 공 세 개를 던졌는데도 타자가 치지 않거나 공을 맞히지 못한 채 헛방망이질을 해 버리면 삼진으로 아웃이 된다고 했었지?
수비 팀의 투수에게는 바로 이 삼진을 잡는 것이 가장 신나는 일이야. 분명히 타자가 칠 수 있는 곳에 던지면서도 타자가 도저히 칠 수 없을 만큼 빠른 공을 던지거나, 타자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휘는 ‘변화구’를 던져서 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일이거든. 투수가 순전히 자기 힘으로 타자를 이겨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변화구가 뭐냐고? 공이 타자 앞을 지날 때쯤 갑자기 옆으로 휘거나 아래로 뚝 떨어지도록 기술을 써서 던지는 공이야. 손가락도 길어야 하고 손목 힘도 세야 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어린이들이 던지기는 어렵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여러 가지 신기한 변화구를 던지곤 해. 어떤 변화구는 휘거나 뚝 떨어질 뿐만 아니라 마치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아가기도 하거든. 이렇게 투수 혼자의 힘으로 타자들을 아웃시키는 삼진을 많이 잡아낼 수 있는 투수가 훌륭한 투수야. --- pp.45-46
우리나라에서도 30년쯤 전부터 프로야구가 시작됐어. 그리고 해마다 아주 훌륭한 선수들이 나타나 관중들을 즐겁게 했지. 그 덕분에 지금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어.
그중에서도 홈런왕 이승엽 선수는 너희들도 모두 잘 알 거야.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같은 국제 대회 때 항상 국가대표팀의 4번 타자로 등장해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날리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이승엽 선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같은 이웃 나라에서도 굉장히 유명해. 왜냐하면 이승엽 선수가 한 해 동안 56개나 되는 홈런을 때려낸 적이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그보다 많은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승엽 선수는 ‘아시아의 홈런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지.
미국에서는 이승엽 선수보다 박찬호 선수가 더 유명해. 박찬호 선수는 대학생이던 스물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사람이야.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인 메이저리그 말이야. 그때 박찬호 선수는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어. 무려 시속 160킬로미터가 넘을 정도였는데, 그건 보통 아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보다도 빠른 속도야. 투수가 던지는 공이 그렇게 빠르면 타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박찬호 선수는 세계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들만 모인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해마다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잘하는 투수가 될 수 있었어.
20년 가까이 그곳에서 뛰면서 124번이나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한국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박찬호라는 이름은 누구나 알 정도야. 박찬호 때문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고, 또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미국인들도 굉장히 많대. --- pp.72-75
우리나라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던 투수는 누구였을까? 바로 선동열 선수였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11년 동안 뛰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았지. 얼마나 잘했던지 선수 시절 별명이 ‘국보급 투수’였어. 별명이 나라의 보물이었을 정도니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겠지.
그 선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11년 동안 모두 4,941명의 타자들을 아웃시켰는데, 그걸 3으로 나누면 정확히 1,647이 돼. 1,647회를 던졌다는 얘기지. 선동열 선수는 그동안 모두 274점을 내주었지만 그중에 54점은 수비수나 다른 투수의 잘못으로 내준 점수였기 때문에 자책점은 220점이야. 220을 1,647로 나누면 0.134가 되고, 다시 한 경기를 의미하는 9를 곱하면 1.20이 되지? 그래, 선동열 선수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1.20이야. 무시무시한 숫자지. 한 경기에 3점 정도만 내줘도 잘하는 투수라고 하는데, 선동열 선수는 겨우 1점 정도밖에는 내주지 않을 정도로 잘 던졌던 투수라는 뜻이니까 말이야.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선동열 선수는 시속 150킬로미터가 넘을 정도로 빠른 직구를 던졌을 뿐만 아니라 타자 앞에서 갑자기 옆으로 혹은 아래로 휘는 마술 같은 변화구를 굉장히 잘 던졌거든. 게다가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곳으로 정확히 던져 넣는 기술도 뛰어났기 때문에 선동열 선수가 경기에 나오는 날이면 상대 팀 타자들은 어차피 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미리 체념을 하곤 했었대. --- pp.94-95
야구에서는 한 팀을 이루는 아홉 명의 선수들이 하는 역할과 그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특기가 모두 달라. 투수는 공을 잘 던져야 하고, 포수는 그 공을 잘 받아야 해. 그리고 내야수는 빠른 공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민첩해야 하고, 외야수는 멀리 날아가는 공을 잘 쫒아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 해. 내야수 중에서도 유격수나 3루수는 1루까지 멀리 공을 던져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깨 힘이 좋아야 하지만, 2루수는 어깨 힘보다 1루나 2루 어느 쪽으로도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부드러운 몸놀림이 필요해. --- p.103
지금 생각해 보니까, 우리의 삶은 마라톤보다도 야구와 더 많이 닮은 것 같아. 야구도 무려 아홉 번이나 서로 공격과 수비를 바꾸면서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마라톤과 닮기도 했어. 하지만 달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던지는 것도 필요하고, 치는 것도 필요하고, 받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더 복잡하고 다양한 경기이기도 하지. 우리의 삶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그리고 엉뚱한 생각을 잘하거나 모든 일에 묵묵히 열심히 하는 사람 모두 필요하잖아.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니?
갑자기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 어른들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야구의 매력이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게 야구의 진짜 재미지.
자! 그럼, 이제 글러브를 끼고 운동장으로 나가 볼까?
---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