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장수 나무는 소나무속의 일종인 브리슬콘소나무(Pinus longaeva)인데, 그 나이가 5,066세로 밝혀졌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있는 이 소나무 종류(다음 페이지 그림 참조)의 이름은 독어로 번역하면 그 특징이 잘 반영된 장수 소나무(Langlebige Kiefer)쯤 된다. 이 오래된 나무가 싹이 터서 자란 시기는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던 때다. 당시의 인간은 남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옥수수를 재배했고, 나일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인 하이집트와 상류의 상이집트는 피라미드 건설을 하며 파라오의 지배를 받는 하나의 제국으로 합쳐졌다. 이집트에서는 상형문자가, 수메르에서는 쐐기문자가 개발되었으며, 인도에서는 최초로 닭을 가축으로 길들였다.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아직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스톤헨지가 세워졌을 때 이 나무는 이미 적어도 오백 살이었다. 천체를 묘사한 인간의 작품 중 두 번째로 오래된 것으로 간주되는, 독일 네브라에서 발견된 하늘원반(해, 달, 별 등을 묘사한, 직경 30센티미터가량의 청동제 원반_옮긴이)이 중유럽에서 사용되던 때는 대략 천 살이었다. 한 세대의 기간을 25년으로 잡는다면 이 노송이 서 있은 이래 얼추 203세대가 지난 셈이다.
--- p.35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적어도 실험상으로는 부드러운 말이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은 식물들이 통제집단에 비해 번성한다. 다시 말해 모차르트나 비발디의 음악을 들려준 식물들이 그런 것들 없이 재배되는 식물들에 비해 더 번성하는 것이다. 관건은 과연 무엇이 정말 유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가다. 식물에게 말을 건넬 때 (말을 건네기로 한다면 날마다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식물에게 좋은 작용을 한다. 그러니 이것이 성장에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밤에 들려주는 음악은 어떨까? 연구자들은 유리한 음파가 성장을 자극한다고 추측한다. 식물이 그런 감지 기능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아주 확실한 것은, 식물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이라면 자기가 아끼는 초록 친구들의 다른 모든 요구에도 틀림없이 귀 기울였으리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물도 때맞춰 주고, 안성맞춤인 자리도 찾아주고, 비료도 알맞게 주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말을 걸어주고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아마 ‘정원사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식물에게 해될 리 있으랴’라는 말 그대로인 것이다.
--- p.63
꽃의 푸른색을 만들어내는 바탕이 되는 색소는 델피니딘인데, 이것은 소수의 식물에서만 발견된다. 반면 색깔을 결정하는 또 다른 색소들, 예컨대 카로티노이드 같은 것은 아주 흔한 편이다. 만약 장미에 델피니딘이 존재한다면 이 색소는 다른 색소와 중첩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일은 자연계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푸른색은 우리가 동경하는 천상의 색깔이지만 가루받이를 해주는 다수 곤충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들의 겹눈이 우리 인간의 눈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컬러 차트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푸른 색조는 존재 이유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식물의 꽃에게는 없어도 되는 색이다.
생물은 누구나 나름대로 선호하는 색이 있다. 꽃들이 유인하려 하는 곤충들이 색을 우리 인간과는 완전히 달리 인식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보라색은 자주색이나 분홍색과 같이 세포액 속의 안토시아닌에 의해 유발되는데, 곤충들이 문제없이 볼 수 있는 색깔이다. 아주 집중해서 보면 우리 눈에는 어두운 색으로 감지되지만, 벌들에게는 아주 밝게 빛나 보인다. 이를테면 크림수프 색처럼 보이는 것이다.
--- p.131
화분에서 가장 잘 자라는 식물을 구하는 광고를 낸다면 거기에는 아마 다음과 같은 조건이 들어 있을 것이다.
- 스트레스에 잘 견뎌야 하며 이따금 건조함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 뿌리가 번성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 각각의 개별 공간, 예컨대 해가 드는 테라스, 그늘진 테라스, 밝은 방, 어두운 방 안에서 각각의 빛의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 먹을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아도 거기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 항상 단아한 모습으로 보는 이를 열광하게 해야 한다.
- 제 자손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서는 안 된다.
- 다른 식물과 잘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하며, 장식품, 시설, 가구와 같은 비(非)식물과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 철인과 같은 건강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사람으로 치자면, 채용 담당자는 이런 조건에 맞는 화분용 식물을 최우수 인재라고 여길 것이다.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든 기꺼이 채용할 거라는 말이다. 놀랍게도 그런 식물은 엄청나게 많으니, 채용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사장님이라면 면접을 통해 구직 후보를 가능한 한 정확히 파악해서 그 녹색 친구가 갖고 있는 몇 가지 바람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친구에게 양질의 흙, 적절한 크기 의 화분, 물, 비료 및 돌봄이라는 형태의 믿음직한 급여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채용된 식물이 해충, 고인 물 또는 그와 비슷한 무언가에 괴롭힘을 당하면 제발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기 바란다. 이따금 고용주의 우수한 지도력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 p.259
어떤 경우든 주거 공간 내부에는 많은 빈자리가 있고, 그곳에서 식물을 지속적으로 기를 수 있다. 식물과 우리 인간 양측의 기쁨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배치는 그 식물이 필요로 하는 빛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려할 때에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식물이 빛을 충분히 얻으려면 화분을 볕이 드는 자리에 놓아야 한다. 어두운 구석이라도 우리 기준에서는 빛이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빛을 먹고살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식물이 너무 어두운 곳에 있다는 것은 마치 우리 인간이 목이 졸려 공기를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상태와 같다. 다만 식물이 죽는 데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며, 가장 끈질긴 축에 드는 식물이라면 그 상태로도 아주 오래 버틴다. 이러저러한 식물이, 예컨대 창문과 서가 사이의 빈자리에 딱 어울리는 장식이 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식물을 죽이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그렇게 공간을 꾸미려는 생각을 도저히 머리에서 떨쳐낼 수 없는데 자연적인 빛 공급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인공으로라도 조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것도 식물용 특수 조명으로 말이다. 그런 조명에서 나오는 빛은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파장을 발산하므로 광합성에 쓰일 수 있다.
---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