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다른 누군가의 옷을 개는 동안에 쓰였다. 내 심장이 이것을 단단히 품으면, 이것은 내 두 손이 자질구레한 일들을 수없이 수행하는 동안 부드럽게, 천천히 자라난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죄책감과 욕망에서 태어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에 꿰매진 텍스트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존재하는 것조차 작은 기적인 텍스트다. 이것이 활자라는 평범한 경이를 만나 또 다른 의식까지 들어 올려진 지금 이 순간처럼.
--- p.10
만약 하루하루가 글자들로 가득한 페이지라면 나는 거기 적힌 글자들을 문질러 닦으며 내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그 속에서 내 노동은 내 존재를 지우는 행위가 된다.
--- p.47
나는 내가 아일린 더브의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 내가 좋아하는 그 요소는 텍스트 너머에서, 연과 연 사이의 공백에서, 번역할 수 없는 곳에서 맴돌았다. 그 공백에 난 계단 위에 서면 한 여자의 숨결을,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숨결을 느낄 때마다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한다. 어째서일까, 그 숨을 쉬었던 몸은 이미 다른 숨 쉴 곳을 찾아 서둘러 달려 나간 지 오래인데도.
--- pp.57~58
결국 ‘텍스트’라는 단어의 어원은 ‘엮다, 녹이다, 땋다’를 뜻하는 라틴어 동사 ‘텍세레texere’다.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의 형식은 여성에 의해 쓰이고 엮인 문학 장르에 속하며, 따라서 그 시는 여성의 몸에 담겨 전해지는 여성의 목소리 가닥들을 서로 얽어 놓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런 독특한 형태는 경이롭고 감탄할 만한 것일 뿐, 원작자를 의심해야 할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pp.98~99
딸아이가 태어나면 바다 이름을 따서 붙이고 싶다고 언제나 생각했지만, 분만실 바깥의 기다란 형광 전구들 아래 누워 있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빛이라는 뜻의 이름을 충동적으로 골랐는데,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내가 커튼을 열어젖힐 때마다 내 목소리는 그 애의 꿈속 멀리까지 나아가며 그 애를 부른다. 빛아, 빛아.
--- p.170
나는 왼쪽 유방 속에 암모나이트 화석처럼 멋지면서 각각이 하나의 단서에 해당하는 두 개의 덩어리를 지니고 있다. 내 몸이 해부실에 눕혀지고 나면, 어떤 학생은 내 문신과 제왕 절개 흉터, 혹은 부러진 앞니를 읽어 내는 것만큼이나 쉽게 이 텍스트들을 읽어 낼지도 모른다. 그 학생은 그 덩어리들을 일종의 흔적으로 해석할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몸속으로 흘려보냈던 그 많은 모유가 남긴 흔적. 나는 그 덩어리들을 쉼표라고 여긴다. 마침표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 모유의 나날들이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멀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그런 날들에 다시 가닿을 수는 없을 것만 같다. (...)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놓아두지 않을 테니까. 나는 혼자서 되뇐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언제나 나의 기념품을, 진주와 마노로 만들어져 내 가슴 속에 단단히 박힌 이 내밀한 브로치를 간직하고 있을 거라고. 결함이든 장식이든,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이고, 나는 그것을 내 심장 가까이에 지니고 다닌다.
--- pp.298~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