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마틴 클레이는 철학과 전임 강사로, 안식년을 맞아 유명론에 대한 책을 쓰기로 되어 있다. 딴 데 정신 파는 것을 막기 위해 클레이 가족은 시골에 있는 별장으로 잠시 떠나는데, 그곳에서 클레이 부부는 시골 지주인 토니 처트와 예상 외로 젊은 그의 아내로부터 뜻하지 않은 초대를 받는다. 저녁 식사 후 이들 부부를 초대한 목적이 밝혀진다. 처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림이 얼마나 나갈지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마틴 클레이는 은근히 자기 능력을 과시하던 중, 16세기 네덜란드 풍경화를 발견한다. 그는, 무례한 이웃이 온갖 잡동사니 사이에 귀중한 물건, 즉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브뢰겔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물건이 뭔지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틴은 주인에게 물건의 진가를 알려 주지 않고 그것을 빼앗을 궁리를 하게 되고, 또 능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틴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토니 처트에게 그림을 살 구매자를 찾았다고 말하고 그림을 구매자에게 넘기기까지 며칠 정도 감상이나 할 생각으로 벽에 걸어 놓았다고 해야지. 그사이 내가 그림을 사랑하게 되어 그림값에 해당하는 몇천 파운드를 간신히 구한 뒤 그림을 사겠다고 하는 거야. 그러고는 그림에 대해 그냥 호기심이 생겨 우연한 기회에 전문가에게 감식을 받아 보았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그 그림이 금세기 들어 최고로 중요한 예술적 발견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는 거지. 물론 그에 따르는 부와 명예에 대해 적당히 겸손해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야 할 거야. 그리고 그 그림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어디 미술관에 마지못해 넘기는 척해야겠지. 물론 그림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해야 할 거야. 물론 외국으로 넘기는 편이 돈은 더 많이 받겠지만 욕먹기는 싫거든. 그리고 예술 발전 명목으로 꽤 많은 돈을 기부하는 거야. 또 토니 처트가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하튼 약소한 정도 금액을 떼어 주고 말이야.'

이런 환상을 연이어 하지만 정작 마틴은 자신이 본 그림이 브뢰겔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른다. 그리고 미술사가인 아내에게도 자기 생각을 완전히 털어 놓지 않는다. 그리고 토니 처트에게는 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그림, 즉 조르다노의 작품인 「헬렌의 강탈」 판매를 도와주겠다고만 말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 손을 대어, 나중에 브뢰겔의 것으로 짐작되는 작품을 옮겨 가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림 주인으로부터 그림을 훔쳐 올 계획을 짜는 한편으로, 그림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주인공은 미술관과 도서관을 이리저리 방문한다. 여기서 비롯되는, 브뢰겔의 그림을 비롯하여 수없이 등장하는 해박한 미술사적 지식과 16세기 당시의 네덜란드 정치, 사회적 지식도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마틴 클레이가 그림을 훔치는 과정에서 처트의 부인과 벌어지는 사건과 그 심리 묘사도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긴박감 넘치는 사건의 전개와 치밀한 심리 묘사는 한밤의 시골길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추격전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끝내 작품은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 불타 사라지고 만다.
이후 클레이는 은행과 토니의 아내에게 빚을 지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b>역사와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b><br/><br/>『곤두박질』은 프레인이 1999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16세기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 브뢰겔의 것으로 추정되는 명화와 돈에 얽힌 흥미진진한 블랙 코미디이다. <br/>미술사가를 꿈꾸는 마틴 클레이는, 안식년을 보내러 시골로 갔다가 토니 처트라는 속물 지주를 만나 16세기 네덜란드 풍경화 한 점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가 이 그림을 브뢰겔의 작품이라고 여기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돈에 대한 탐욕으로 거침없이 진행된다. 순간순간 치밀하게 돌아가는 심리 묘사와 화상과의 그림값 흥정 등이 보여 주는 긴박감 넘치는 사건의 전개는, 한밤의 시골길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추격전에서 최고조에 달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br/><br/>이 소설이 담아내는, 브뢰겔의 그림을 비롯하여 수없이 등장하는 해박한 미술사적 지식과 16세기 당시의 네덜란드 정치, 사회적 지식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라틴 어와 독일어 지식, 그림 재료나 화법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 미술품 거래에 대한 회계사의 법률적 조언까지 참조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실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 책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프레인의 대표작임을 뒷받침한다. <br/><br/>또한 여기에 곁들여진 작가 특유의 유머가 주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프레인의 작품은 재치와 유머가 풍부하기로 유명한데 이 소설 또한 그런 명성을 허물지 않는다. 특히 마틴 클레이 혼자서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리며 상황을 설정, 묘사해 나가는 방법이나 변덕을 부리는 과정은 풍자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 준다. <br/>역사와 코미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소설은, 예술, 정치, 경제 그리고 미술사가와 화랑, 화상들이 난마처럼 얽힌 사건을 속도감 있는 문체와 뛰어난 분석력으로 치밀하게 전개하면서 독자를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