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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날이 괜찮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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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날이 괜찮지 않았지만

: 우리는 가까스로 행복을 찾을 것이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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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27*188*20mm
ISBN13 9791190408356
ISBN10 11904083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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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세상이다. 당장 망해버려도 딱히 절망적일 것 같지는 않았고, 지금보다 더 윤택해질 거라 하여도 딱히 커다란 기대는 갖지 않는다. 무엇보다 거대한 세상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고작 찰나의 삶에서 우린, 그저 세상의 도구로서 온전히 행복하다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그러니 이젠 힘내라는 말을 억지로 이해시키기도 하였던 자신을 안아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 우리는 어떻게든 걸어 나가겠지. 어떻게든 살겠지. 그러니까, 가끔은 열자마자 쏟아질 슬픔을 그만 감추고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있는 척하느라 수고했다.
--- p.19 「길」중에서

사실 우리는 ‘사랑’이란 단어에 일정 부분 매료되어 있다. 정확히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애당초 사랑이란 것 자체가 소유할 수도 없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까. 덕분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터득한 가지각색의 사랑을 품에 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토록 우리는 사랑을 알 듯 모른다.
--- p.66 「막연한 사랑보다 이해로」중에서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일은 어렵다. 나보다는, 타인에게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연의 나를 지워가면서까지 사랑을 받으려 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지워버린 나를 ‘언젠가 나타날 누군가의 사랑이 모두 메워 줄 것이라고 믿는 것’보다 참혹한 믿음은 없다.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허름한 인기가 많은 사람보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더 근사하다.
--- p.149 「허름한 호감보다 당신은 근사하다」중에서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찮은 밤은 잘도 찾아왔다. 하늘은 곧잘 창백해졌고 이내 밝아졌다. 하늘의 섭리보다 못한 내 마음이 푸석했을까. 그날따라 뒤축에 따라붙는 거뭇한 것이 유난히 짙었다. 삭막한 거리를 걷다 보면 금세 손이 말랐다. 다들 웃고 있는데 나만 볼품없이 울고만 있는 하루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도 갈라지는 피부 같은 것은 누구에게나 오는 듯했다. 하지만 눈물은 사치스럽다. 슬픔이 취미가 되어선 곤란하다. 애잔한 사람들아, 우리는 슬플 자격조차 없구나. 가엾고 가엾은 예민함.
--- p.191 「괜찮습니다」중에서

하찮은 우울을 먹고살았지만, 이제는 우울에 도가 튼 사람이 된 터라 삼킨 우울을 소화시키거나 때론 뱉어버릴 줄도 안다. 그렇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찾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웬만한 것에 예민하게 휘청거리거나,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양날의 검 같은 감정의 존재를 품고 사는 내가 나쁘지 않았다. 나는 나와 잘 합의하고 지낸다. 하지만 내가 나처럼 사는 것에 유일하게 걸리는 사람이 있었다. 엄마였다.
--- p.210 「나는 그녀의 돌연변이」중에서

사랑 앞에서 나는 때로 작동을 멈춘 기계처럼, 전쟁을 겪은 고아처럼, 땅을 짚는 노인처럼, 지름길을 찾아 빠르게 집으로 가는 가장처럼. 그렇게 뭐가 되었다가 뭐가 되기를 반복했다. 언젠가 다른 무엇이 되기가 편해졌을 적엔, 피곤과 솔직함이라 할 것을 오갔다. 그 후엔 이미 맨 처음의 사랑이 무엇이었을지 까맣게 잊은 후였다.
--- p.252 「과거의 나에게 인사할 용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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