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이야."
수화기에서 형의 소리가 났다.
"너, 지금, 행복하냐?"
"뭐?"
"아니, 그러니까....."
"뭐야, 기분 이상하게."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너처럼 살아도 한평생, 나처럼 살아도 한평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형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다바타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행복하냐는 갑작스런 질문에 그리 간단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다바타는 직사광선에 조금 익숙해진 눈으로 해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오늘밤 갑자기 자기가 모습을 감추면 도모미는 눈물을 흘릴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울겠지.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눈물을 그치게 될 날도 오겠지. 아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라 우긴다 해도, 그 날은 꼭 오고야 만다. 울음을 그칠 날이 올 때까지 곁에 있어 주면 된다고 다바타는 생각했다. 넌 바보야, 어리석어. 형은 그리 말할지라도 그런 식으로밖에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여보세요."
다바타는 수화기 저편에서 잠자코 입을 닫아버린 형에게 말했다.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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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얼굴을 쳐다보던 형제가 "아, 엄마다.", "응"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고 다바타는 다행이라며 그 둘의 머리를 번갈아 쓰다듬었다. 처음엔 함께 있어줄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왠지 그 어머니가 아이들끼리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 움직이지 않을까 싶어 생각을 바꾸고 다바타는 문 앞에 아이들을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왔다.
멀리서 상봉 장면을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역으로 향했다. 모자상봉의 감동적인 장면이라면, 딱히 보지 않고서도 눈을 감으면 금세 떠올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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