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화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논문 <레르몬토프의 소설들에 나타난 구성의 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도스토옙스키였지만, 대학교 3학년 때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을 읽고, 주인공 페초린에게서 도스토옙스키 소설 ≪악령≫의 주인공 스타브로긴의 모습을 발견하고 레르몬토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90년 여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찾아간 레르몬토프 박물관의 낭만주의적 정취에 매료되어 레르몬토프를 전공할 결심을 하고, 1991년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때마침 1992년부터 레르몬토프에 대한 특강이 진행될 계획임을 보고, 레르몬토프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
1995년 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후, 2003년부터 ‘악마성’이라는 테마 속에서 푸시킨·레르몬토프·도스토옙스키 작품들에 나타난 악마적인 주인공 형상들의 상호 관련성, 고대 루시 문학과 고골, 불가코프의 작품에 드러난 ‘악마성’을 추적한 논문들을 발표했다. 주요 저작으로는 역서 ≪죄와 벌≫(열린책들, 2000), ≪거장과 마르가리따≫(열린책들, 2007), ≪바흐찐과 기독교: 믿음의 감정≫(부산대 출판부, 2009)과 입문서 ≪도스또예프스끼≫(살림출판사, 2005) 등이 있다. 레르몬토프의 미완성 소설인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지만지, 2013)을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의사 선생. 이 분들이 아마 서두르느라 내 권총에 실탄 넣는 것을 잊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장전을 해 주십시오. 아주 잘!” “그럴 리 없어요!” 대위가 외쳤다. “그럴 리 없어! 난 권총 두 자루 모두 장전했소. 당신 총에서 총알이 빠져나간 건 아니오? 그건 내 탓이 아닙니다! 당신은 장전을 다시 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건 규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겁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대위에게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똑같은 조건으로 당신과 결투를 하겠습니다.” 그는 말을 우물거렸다. 그루시니츠키는 당황하고 음울한 모습으로 머리를 가슴에 박았다. “그들을 내버려 둬!” 그는 마침내 의사의 손에서 내 권총을 빼앗으려고 하는 대위에게 말했다. “저들 말이 옳다는 것을 너도 알잖아.” 대위는 공연히 그에게 여러 신호를 보냈다. 그루시니츠키는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의사는 총에 장전을 해서 내게 건네주었다. 이것을 보고 대위는 침을 뱉고 발을 굴렀다. “너는 바보야, 친구.” 그는 말했다. “저속한 바보야! 나한테 맡겼으면, 다 내 말대로 해야지… 자업자득이야! 파리처럼 자기를 잡아라….”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면서 투덜댔다. “어쨌든 이건 규칙에서 어긋나는 일이야.” “그루시니츠키.” 나는 말했다. “아직 시간은 있네. 자네의 험담을 거두게. 그럼, 모든 것을 용서하겠네. 자네는 나를 바보로 만드는 데 실패했어. 내 자존심은 충족되었어. 우리가 언젠가는 친구였다는 것을 기억하게.”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불타올랐다. “쏘게.” 그는 대답했다. “나는 나를 경멸하고, 자네를 증오하네. 만일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밤에 자네를 베어 버릴 거야. 이 땅에 자네와 내가 함께 숨 쉴 곳은 없어.” 나는 총을 쏘았다. 연기가 흩어지자, 그루시니츠키는 공터에 없었다. 다만 먼지만이 가벼운 기둥이 되어 절벽의 끝에서 일고 있었다. “코미디는 끝났소!” 나는 의사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