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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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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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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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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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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4.97MB ?
ISBN13 9791130499659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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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많은 사람들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까이에는 옷을 잘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여자와 아이와 함께 서 있었다. 여자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고, 다른 쪽 겨드랑이엔 종이로 포장된 전기스탠드를 끼고 있었다. 남자의 양손은 비어 있었다. 아이는 여자 뒤에 바싹 붙어 서서 남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다툼을 했다. 아이가 뭐라고 말했다. 남자가 아이의 손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자는 아이를 자기 뒤로 끌어당기고는 쇼핑백을 남자를 향해 휘둘러 댔다. 왜 저들은 아이를 나누어 가지지 못할까, 대학생은 생각했다. 남자는 오른쪽 반을, 여자는 왼쪽 반을 가지고 서로 헤어져 걸어가는 장면을 상상하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가 사람들 속으로 뛰어갔다. 남자는 여자에게 아이가 뛰어가 버렸다고 일러 주면서도 자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놀라 아이를 뒤쫓아 뛰었다. 어째서 넌 나와 결혼하려 하지 않는 거지? 대학생이 물었다. 아가씨는 대답하지 않았고, 기차가 오자 그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기차에 올랐다. 그는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을 때, 금연칸이라고 쓴 표지판을 보았다. 다음 칸으로 갔다. 그는 마치 자신이 시험에 불합격한 것 같았고, 배웠던 것을 다시 한 번 배워야만 할 것 같았다.

·그들은 납병정들을 전투 대열로 맞세워 놓고 교대로 상대방 전선에 돌을 튀기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포 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총독 각하라 부르고 사격할 때마다 의기양양하게 죽은 병정의 숫자를 불러 댔다. 병정들은 마치 파리처럼 죽었다. 푸딩이 걸려 있었다. 마침내 한쪽 총독 각하는 병정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의 군대는 모조리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로써 승리자는 결정되었다. 쓰러진 병정들이 우군과 적군이 서로 섞여서, 살아남은 병정들과 함께 판지 상자에 날아들어 갔다. 두 총독 각하가 일어섰다. 그러곤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나는 따라갈 수 없었고, 지나가면서 그 아이들은 내 아버지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이제 나와 함께 놀 수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누가 범죄자인지 내게 말했다. 그들의 이름을 말하는 건 좋지 않다는 말도 함께.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그걸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12년이 지난 후, 위대한 총독 각하에 의해 화염 속으로 보내져, 수많은 진짜 화포의 천둥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2차 세계 대전의 끔찍한 마지막 전투 속에서 죽이면서 그리고 죽으면서 그걸 알게 되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죽어 있었다. 그녀는 부엌 돌바닥에 누워 있었다. 반쯤 배를 깔고 반은 모로 누워, 다리는 잠자고 있을 때처럼 구부리고, 머리는 문 가까이에 두고 있었다. 나는 몸을 굽혀 옆으로 돌려진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우리 둘만 있을 때 부르던 식으로 말을 건넸다. 나는 연극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문틀에 기대어, 새벽 3시쯤 자신의 부엌 돌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어쩌면 의식불명인, 어쩌면 죽은 아내 위로 몸을 굽히고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나 이외엔 아무도 없는 관객을 위해 마치 인형과 이야기하듯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는 남자를 반쯤은 지루하게, 반쯤은 흥미롭게 바라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찡그린 얼굴이었으며, 턱은 마치 탈골된 듯했고, 벌린 입에는 위쪽 치열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웠을 때, 나는 그녀의 입에서라기보다는 뱃속에서 나오는, 어쨌든 멀리에서 들리는 듯한 신음 같은 무엇인가를 들었다.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가 마치 죽은 듯이 그곳에 누워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죽었으리라는 걱정(희망)으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마치 필름을 편집한 듯 나는 끝도 없는 물속으로 빠져들었고, 안도와 함께 떠오르며 내 딸이 담긴 대나무 바구니가 내 위쪽, 시멘트 턱 위에 비스듬히 놓여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시멘트 턱이 너무도 높아 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나를 향해 그 아이가 눈을 돌리고 바구니에서 기어 나오려는 것을 두려워한다. 널 도울 수 없는 내게서 떨어져 있어, 무엇인가를 요구하며 믿는 그 아이의 시선이 속수무책으로 물에 떠 있는 내게서 심장을 도려내는 동안 내가 가진 유일한 생각.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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