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에 유복자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혁명 와중에 백군에 참가했다가 총살당했다. 어머니 크세니아 알렉세예브나는 남편 친구였던 마르크 레벤탈과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나기빈을 그의 아들로 입적했다. 그러나 마르크 레벤탈도 곧 유형을 떠나게 된다. 이로 인해 나기빈의 어머니는 1928년 작가 야코프 리카체프와 재혼하게 된다. 리카체프는 나기빈의 첫 번째 문학 선생이었다. 리카체프의 권유로 나기빈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의 영향 아래 마르셀 프루스트, 도스토옙스키, 레스코프, 부닌, 플라토노프 등의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1938년 ‘모스크바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흥미가 없어서 중도 포기하고 ‘소련 국립영화대학’에 재입학했다. 1940년 첫 번째 단편 <이중의 실수>로 문단에 등단한다. 1941년 단편 <회초리> 등을 계속 발표를 하면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워 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볼호프 전선의 정치국에서 복무한다. 전선에서의 경험은 ≪전선에서 온 사람≫(1943) 등 단편집의 소재가 되었다. 나기빈은 전선에서 두 번 부상당해 후방에서 치료를 받았고, 전쟁이 끝나자 창작에만 몰두하게 된다.1950∼1960년대에는 ‘농촌’ 단편들을 발표하면서 단편 작가로의 입지를 굳혔다. 1960∼1970년대에는 모스크바를 소재로 한 ‘도시적 자전적’ 소설들과 아울러 역사적 인물들(푸시킨, 레르몬토프, 차이콥스키 등)의 삶과 창작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들의 삶과 문학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쓴다.
나기빈은 70세가 넘어서야 총살당한 친부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자전적·고백적 소설들을 발표했는데, 1987년에 발표된 ≪일어나 가라≫는 친부로 알고 있었던 계부 마르크 레벤탈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20세기 러시아문학사과에서 러시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저서로는 ≪러시아 명화 속 문학을 말하다≫(이담북스), 공저로는 ≪나는 러시아의 현대 작가다≫(경희대 출판사),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이숲)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에고’에 나타난 서술형식과 솔제니친의 역사인식>, <“소네츠카”의 서사구조와 고전의 귀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