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 날, 정직하게 ‘축,입학’이라고 쓰여 있는 검은색 칠판 앞에 우리 둘은 같이 섰다. 앞에서는 자식의 첫 입학에 들뜬 엄마들이 “사진 찍게 여기 좀 봐”라며 소리를 쳤고, 그날 처음 만난 우리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22년이 흘러 2014년, 정확히 ‘계란 한 판’의 나이가 된 우리는 여의도에 나란히 입성했다. 세상이 만들어 내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그 현장에 몸을 담고 치열하게 타자를 친다. 20여 년째 얼굴을 맞댄 우리는 「한경미디어그룹」에서 4년째 기자 동료로 일하고 있다. 서른 줄에 들어서기 6개월 전 엉겁결에 증권팀으로 함께 발령이 나면서 돈의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2030세대 모두가 나처럼 살아온 줄 알았는데, 아니 나 혼자라도 지금처럼 살아가면 잘살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사실에 손 부여잡고 여의도에서 좌절을 외쳤다. 똑같이 20대 출발선에 섰는데 10미터를 달려오니 누구는 ‘1000만원’, 누구는 ‘3억원’, 누구는 ‘잘난 남편’을 가졌다. 그리고 누구는 ‘능력자’로 서 있었다. ‘우린 누구? 여긴 어디?’를 느낀 순간 시작점을 되돌아보게 됐고 그곳에서 ‘시드 머니’라는 작은 점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