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무 가책도 없이 재미로 개미들을 밟고 몰살시키는 악동처럼, 세상 사람들의 삶을 쥐어짜며 제 주머니를 채우는 게임에 몰두해 있는 억만장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글로벌 자본주의 세상의 모습을 비추는, 코믹 버전의 경제학 서적이다. 미용실에 앉아 여성잡지를 보듯 가볍게 넘기다 보면, 귀여운 여배우의 수다 사이로 마르크스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지나가고, 현실의 비정함을 인정하고 부자와의 결혼이란 해법에 투항하는 여자의 입에선 세상의 비참을 폭로하는 벼락같은 진실이 쏟아져 나온다.
---「목수정의 해제」중에서
그래서 저 내일 억만장자와 결혼해요.
따져 보니 저는 태어날 때부터 운이 없는 쪽이더라고요.
통계를 내 보면 제가 이 지구에서 굶주림으로 허덕이는 누군가와 결혼할 확률은 여섯 명 중에 한 명이에요.
이 숫자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진짜 영양 불량으로 굶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예요.
또 하루에 1달러 25센트로 먹고사는 사람, 너무 가난한 극빈층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인과 결혼할 가능성은 네 명 중에 한 명 꼴이에요.
이들 나라에서는 얼마나 가난한지 이름조차 없어요.
하루에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먹고사는 누군가와 결혼할 가능성은 두 명 중에 한 명 꼴이에요. 그 돈으로는 파리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리고 제가 억만장자와 결혼할 확률은 8백만 분의 1이었어요.
---「1막. 저 내일 억만장자와 결혼해요」중에서
어떻게 해야 억만장자와 결혼할 수 있냐고요?
딱히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조건 그들의 세계를 파고들어 공부를 해야 해요.
일단 『포브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억만장자 순위를 연구하세요.
억만장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함께 실리는 명단 아시죠?
저는 그 명단을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 놨어요.
조지 클루니는 누구보다 잘생긴 미남이지만 안타깝게도 명단에 없답니다.
영화배우도, 축구선수도, 가수도 명단에는 없어요.
아, 어릿광대는 한 사람 있어요. ‘태양의 서커스’를 창립한 기 랄리베르테라고, 캐나다 퀘벡 사람인데요. 순위가 1,367위예요.
뭐 불을 삼켰다 다시 내뿜는 광대치고는 수입이 나쁘지 않죠!
사실 그는 진짜 중의 진짜 억만장자예요.
그가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어디로 휴가를 떠났는지 아시나요?
우주요! 그는 소유즈호를 타고 러시아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인 우주 궤도에서 휴가를 보냈어요.
이제 억만장자들 사이에서는 지구에서의 휴가가 너무 진부한 일이 되었답니다.
---「1막. 저 내일 억만장자와 결혼해요」중에서
생각해 보니 저는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히 자유 진영, 휴머니즘 진영, 선한 사람들의 편이라 말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어요. 결국 아이폰을 산 저도 나쁜 사람들의 진영에, 노예제 지지자들의 편에,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의 편에 섰던 거예요.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쩌면 아이폰을 가졌던 것 자체가 반인류적 범죄로 간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은 자유가 없고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다 모욕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는 휴대폰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를 위해 광산 채굴로 파괴되고 있어요. 망가진 전자 제품들은 해안가를 나뒹굴면서 지구를 오염시키죠.
---「2막. 제가 남편을 유혹한 방법을 알려줄까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