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 부모, 특히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을 이루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아이를 낳은 부모가 갈 곳이 없어지면 저출산·저출생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무너진 임신·출산·양육 지원 인프라가 다시 저출산·저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갈 곳을 잃은 부모와 아이들」중에서
과거에 ‘60만 대군’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50만 대군’이 되었다. 그러나 병력 정원이 50만 명일 뿐 실제 병력은 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군대가 확보할 수 있는 병력의 정원은 30만 명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감사원, 병역의무자 수’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2020년 약 33만 명인 병역의무자 수가 2021년에 이미 30만 명 아래인 29만 명으로 내려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2036년이 넘어가면 20만 명 아래로 추락하여 2039년이면 병역의무자는 15만 명이 된다. ---「군대도 사라질까」중에서
K-소멸위험지수는 사라지는 지역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주인구만을 기준으로 하던 지역인구 개념에서 벗어나 생활인구로서 지역인구 개념을 확장했다. 지역인구로서 생활인구가 기존 정주인구에 더하여 실제로 지역에서 생활을 하는 내외국인을 포함하는 개념이 되는 것이다. 지역인구 개념을 정주인구에서 생활인구로 확장함으로써 주민등록 신고 인구수에 근거하던 예산 등 지원을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늘릴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군대도 사라질까」중에서
객관적 삶의 조건이 좋으면서 삶의 만족도 수준이 높으면 삶의 질로서 행복happiness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물질적으로는 살 만하지만 삶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불일치dissonance의 상태이다. 객관적 삶의 조건으로서 경제적으로는 어렵게 살지만, 주관적으로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적응adaptation 상태이다.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그래서 삶의 만족도 역시 낮을 때 이를 박탈deprivation 상태라고 말한다. 삶의 질이 행복이나 적응의 상태에 있을 때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살아도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출산 의도가 감소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삶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면 아이까지 낳을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중에서
여성의 출산파업에 대응하여 서유럽 복지국가가 선택한 길은 사회적 돌봄체계 구축, 성평등한 노동시장, 민주적 가 족관계로의 변화였다. 이후 이들 국가에서 저출산 현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내용은 3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 먼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실은 이들 국가에서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확립 이후 임신·출산·돌봄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태에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과 성평 등한 노동시장 및 가족관계로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중에서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낮은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피로사회, 불안사회, 차별사회, 박탈사회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 피로사회에서 벗어나려면 일, 생활, 가정 간의 균형을 조율해야 한다. 적절하게 일하고, 적절하게 돌보고, 적절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불안사회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복지국가 구축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노후 돌봄에 대한 불안,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독박 육아, 경력 단절로 인한 불이익을 만드는 차별사회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동시에 개인이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는 다양성 사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찾아서 헤매야 하는,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박탈사회에서 공정사회로의 변화도 필요하다.
출산율 0.78, 대한민국은 소멸하고 있다. 추세대로라면 인구 감소로 소멸할 지구상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일찍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다. 인구 재난이다. 혹자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보다 무서운 재난이란다. 이 책에서 정재훈은 재난의 원인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극복의 가능성을 용의주도하게 탐색한다. 초저출산 문제를 그처럼 처절하게 파고든 이를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다른 곳에 있다. 정재훈은 놀랍게도 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대한민국 대개조’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소멸의 전망은 혁명적 변화의 절박성을 일깨운다. 이제 우리는 피로사회를 균형사회로, 경쟁사회를 연대사회로, 차별사회를 평등사회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길은 없다. 어쩌면 이 절체절명의 재난은 어떤 정치적 혁명도 이루지 못한 근본적인 변화를 우리 사회에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나는 ‘재난 혁명’을 예감하고, ‘재난 유토피아’를 꿈꾼다.
- 김누리 (중앙대 교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자)
왜 한국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가 되었을까? 우리는 어떤 이유로 만남을 포기하게 되고, 무엇이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릴까? 막연하게 떠도는 물음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대답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반가운 책이다. 한국의 저출산·저출생 현상은 다양한 이유만큼이나 오랜 기간 얽히고 꼬인 사회 구조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이제는 인구라는 근대적 개념을 벗어나 사회를 이루는 개인의 삶으로부터, 그 삶에서 파생하는 갖가지 이야기에서부터 다시 복지사회를 위한 토대를 논의해야 할 때다. 이 책이 그 여정을 함께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