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는 한글을 배울 때 처음에 낱자를 익히고, 그 다음 소리의 규칙을 찾아 문자를 읽는 아이였다. 한글 벽보를 붙여두고 규칙을 알려주면 규칙대로 찾아 읽는 아이들이 있다. EBS ‘한글이 야호’나 ‘한글 용사 아이야’를 틀어놓기만 해도 글자를 자연스레 뗐다는, 겉보기에는 영재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실제로 영재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하게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이 이 유형의 학습자에게 잘 맞는 것일 뿐이다. 첫째는 한글 규칙을 찾고 나니 영어 규칙도 자연스레 찾아 스스로 파닉스 읽기가 가능했다. 명확한 규칙을 잘 찾아내는 특성이 수학에서도 강점을 보였지만, 반대로 명확한 규칙이 없는 공부는 어려워했다. 상상력을 동반해서 이야기를 꾸며내는 일이라든가 뒤에 이어질 내용을 상상하는 것,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야기하는 것 등 말이다. 첫째는 시각형 학습자다. 이런 아이는 글자를 먼저 익히게 한 다음, 문자를 통해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활동으로 부족한 점을 키워주어야 한다. (…) 시각형 아이들은 말을 캐치해내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무엇을 시키고 싶다면 시각적으로 보이도록 해서 시켜야 한다. 명료하게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해서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부모 둘 중에 아이와 학습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이 가르치면 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쿵짝’이 잘 맞아야 한다.
---「엄마의 정보력은 옆집에서 찾는 게 아니다」중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키친 헬퍼’ 같은 용품들이 많이 나온다. 집에 있는 식탁 의자면 충분하다. 우리 집에서는 다이소에서 파는 접이식 의자를 썼다. 나중에 망가져서 이케아에서 파는 스텝스툴(나무계단)을 2개 사서 두 아이의 키에 맞게 다리를 잘라주었다. 주말 아침에 내가 늦잠을 자면 아이들은 스텝스툴을 사용해 알아서 식탁에 빵과 우유, 주스를 차린다. 과일을 씻어놓고 휴지와 식기 도구까지 챙겨놓고 아침을 먹는다. 얼마 전에는 둘째에게 커피 내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커피 한잔 주세요.”라고 하면 아이가 커피도 내려오고 “모닝빵에 딸기잼 부탁드려요.”라고 하면 아이가 챙겨다 준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하게 만들면 불필요한 잔소리가 사라진다. 잔소리하다가 또 다른 잔소리를 하고, 계속된 잔소리에 부아가 치미는 상황을 멈추게 한다.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 계속된 요구에 몸이 힘들어지면 갑자기 화가 난다. 진짜 잔소리하거나 훈육해야 할 상황에 화내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잘 비축해야 한다.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가르치고 내버려두어야 한다. 쏟으면 스스로 닦고, 먹고 싶으면 직접 꺼내 먹으면 된다. 그것을 엄마가 해주려고 하면 화나는 것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구분해두면 10가지 화낼 일이 두세 가지쯤으로 줄어든다.
---「자율성을 키워주는 스텝스툴」중에서
프랑스의 한 워터파크에서 미끄럼틀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새치기하려는 아이를 향해 부모가 강하게 말했다.
“이것은 좋은 예절이 아니야. 규칙을 존중해!”
나는 이럴 때 보통 이렇게 말했다.
“새치기하면 안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싫어해.”
“그렇게 하면 친구들이 싫어해.”
“그렇게 하면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안 하지.”
“너 그렇게 하면 친구 없어. 혼자 놀아야 해.”
나는 언제나 아이를 혼낼 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에 의미를 담아 혼냈다. “친구들이 너 이러고 가면 까마귀라고 놀리겠다.”, “그런 옷 입고 가면 사람들이 너 엄마 없다고 하겠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규칙을 지키는 것, 단 하나였는데 그 규칙을 존중하는 것마저도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처럼 가르쳤다. (…)
프랑스인에게 또 하나 배우고 싶은 모습은 애정 어린 스킨십으로 아이들을 끌어안는 모습이다. 하루는 옷가게에 갔는데 모녀가 탈의실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쓰다듬다 차례가 되자 아이는 혼자 들어가 옷을 입어보고 나와서 살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했다. 엄마는 아이의 결정에 따라 옷을 계산해주었다. 나와 내 아이와는 전혀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모습에서 내가 변해야 할 모습에 대해 생각했다.
---「이렇게 버럭 하는 엄마는 존중받습니다」중에서
3대가 몇 년 만에 함께 여행했다는 친구가 내게 고민 상담을 했다. 모든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에서 막 초등 고학년이 된 아들이 식당만 가면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식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단다.
“아, 먹기 싫다고. 먹기 싫은데 어떻게 먹으라고!”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말이 맞고 틀렸는지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언제나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행동이 합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은 싸우면 앞뒤 다 자르고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한다. 어른들도 안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크게 틀린 말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태도를 지적한다.
“어디 지금 엄마한테 눈을 그렇게 뜨고 말하는 거야?”
“아빠한테 태도가 그게 뭐야!”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시끄러워!” (…)
사회에 나오면 맞고 틀린 것보다는 옳고 그름이 기준이 될 때가 많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이들을 훈육할 때는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내가 먹고 싶지 않은 감정은 맞지만, 그것을 티 내고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먹는 식사 자리에서는 내가 먹고 싶지 않더라도 예의를 갖추고 앉아 다른 사람의 식사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조용히 어른에게 내가 먹을 만한 다른 음식도 한 가지 부탁드려보는 것이 옳다.
---「버릇없는 아이에게 옳고 그름으로 대응하세요」중에서
아이들과 자연스레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질문들이다. 아이의 생각을 듣기만 하고, 이에 대한 조언이나 가르침은 절대 삼간다. 잔소리가 곁들여지면 다음에는 이야기하지 않거나 부모가 듣기에 좋은 이야기만 하게 된다. 아이의 말 속에서 마음 상태에 대한 힌트를 잘 찾아보자!
1.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
2. 가장 부러운 친구는 누구야? 어떤 점이 부러워?
3. 만 약 네가 동생(언니/형/누나/오빠)(으)로 태어났다면 뭐가 제일 좋을 것 같아?
4. 오늘 아침에 언니랑 동생 역할을 바꿔봤잖아. 어땠어? 오후에도 계속해볼까?
5. 네가 엄마(언니/아빠/친구)가 된다면 어떤 엄마(언니/아빠/친구)가 되고 싶어?
6. 우리 집 강아지가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 것 같아?
7. 텔레파시 게임을 해볼까? 수박이 좋아? 사과가 좋아? 하나, 둘, 셋!
8. 동화책 《알사탕》 읽어봤잖아. 너는 어떤 사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9. 딱 하루, 갑자기 세상이 멈추고 너만 움직일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
10. 읽어본 책 주인공 중에 누가 가장 행복한(불쌍한) 것 같아?
---「첫째의 이름은 언니가 아닙니다」중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걱정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첫째가 한국 나이로 만 3살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 그런 전화를 받았다고 하면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며 놀란다. 나와 남편은 언제나 아이에게 말했다.
“그럼 어때? 친구가 없는 게 왜 문제야? 혼자서 잘 놀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과도 잘 놀 수 있는 거야.”
“그럼 어때? 뭐가 이상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야. 사람들은 원래 다 이상하니까 이상한 게 정상이야.”
아이가 그냥 혼자 놀게 뒀다. 외로우면 스스로 친구도 찾겠지 싶었다. 그런 첫째가 며칠 전 동네 프랑스 여자아이 2명, 옆집 미국 여자아이 2명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놀고 있는데 친구들이 바라보길래 같이 놀자고 데려왔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아이는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친구가 없으면 외로워하는 둘째도, 친구가 없어도 크게 외로워하지 않는 첫째도 모두가 괜찮아졌다. 아이는 언제나처럼 잘 해낼 것이고, 문제가 있으면 내게 요청해올 것이고, 지금 잘 해내지 못해도 언젠가는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친구 좀 없어도 괜찮아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