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이었고, 나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에겐 더 이상 두려움도 불안도 없었다. 숙의문 정상에 새로운 길이 나타나 어느 인간도 오르지 못한 드높은 곳으로 나아가라고 나를 초대했다. 나는 치노와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조를 건설할 것이고, 가장 아름다운 문화를 탄생시킬 것이다.
바로 그날, 나는 다른 난관들이 내 앞길을 가로막으리라는 것을, 고독이 내 충실한 동무가 되리라는 것을, 내 삶이 죽음과 부활의 연속이리라는 것을, 고통과 절망에서 더 없는 기쁨이 탄생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평범한 아이, 그리 예쁘지 못했던 소녀, 두 차례나 절에 들어갔던 평민 출신의 여자, 그런 내가 하늘의 딸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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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차가운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위현정에게 제국을 바쳤다. 바로 이것이 너의 잘못이다!”
“어머니, 그건 농담이었사옵니다.”
“황제는 신하 앞에서 결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어마마마, 절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옵니다!”
두 달 동안 세상에서 가장 광활한 제국을 다스렸던 남자가 울음을 터뜨렸다. 왕자와 승상들이 연단 발치에, 방안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눈으로 넷째아들 단을 찾았다. 그는 바닥에 이마를 조아리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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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나를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내 영혼을 땅 위에 퍼뜨리기 위해 내게서 유언을 남길 권리를 박탈했다.
나는 얼굴을 붉히는 저 모란, 흔들리는 저 나무, 속삭이는 저 바람이다.
나는 순례자들을 하늘의 문으로 인도하는 저 가파른 길이다.
나는 낱말 속에, 아우성 속에, 눈물 속에 있다.
나는 정화시키는 뜨거움이고, 조각하는 아픔이다.
나는 계절을 가로지른다, 나는 별처럼 빛난다.
나는 우수에 젖은 인간의 미소다.
나는 산의 너그러운 미소다.
나는 영원의 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자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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