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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도망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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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도망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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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00g | 128*190*20mm
ISBN13 9791198194473
ISBN10 119819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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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도망도 용기라는 걸.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섬에서 캐리어 하나 정도의 짐을 싸들고 들어와 명함 없는 삶을 시작했다. 외딴 시골 섬에서의 삶은 당황스러울 만큼 단조롭고 원초적이다. 나는 오늘도 덜 가지고, 덜 소비하고, 덜 욕망하고, 덜 존재하는 삶에 생긴 여백을 자유와 행복, 사랑으로 채워간다. 떨쳐버리려고만 했던 고독과 친구가 되었고,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고 배우며 화해에 이르러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사람들은 다들 인생이 짧다는데 나에겐 길게만 느껴졌다. 새 천 년을 이끌 희망이라 부를 땐 언제고, 신자유주의에 갈 곳 잃은 밀레니얼 실업자가 된 우리를 사회는 ‘루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테헤란로에서 하이힐을 꺾어 신고」중에서

우리 사회는 정말 ‘청춘은 아픈 거’라 믿어버렸다. ‘젊음은 희생해도 된다’는 인식은 더욱 견고해졌다. 사회 전체가 집단 최면에 걸렸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그리고 불안은 돈이 된다. 결국 새 천 년 미래를 책임지리라는 기대와 축복을 받으며 대학에 입학했던 밀레니얼 세대는 갖가지 희망 고문으로 버티고 버티다 끝내 ‘잉여’가 되고 말았다.
---「아픈 건 청춘이 아니다」중에서

젊은 세대를 향해 떵떵거리는 어른들은 당신이 겪은 이십 대가 지금의 이십 대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신은 이십 대를 겪었지만 2020년의 이십 대는 겪지 못했다. 1970~80년대의 이십 대가 2020년대의 이십 대보다 쉬웠을 거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같진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무조건 ‘나도 버텼으니 너도 버티고 견디라’는 건 틀리다. 버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지 버티며 살아온 게 뭐 자랑이라고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주려고 하나.
---「명함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중에서

세상 사람들이 내 삶을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하던 그때 나는 길을 잃었다. 본래 방황이 주특기다. 안정적일 때보다 방황할 때 삶은 모순되게도 더욱 활기를 띤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언제나 옳다. 나란 인간에 대한 탐색, 나란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한 때가 됐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 왔던 일이다. 이제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덜 존재하는 삶, 그리고 작은 외딴섬」중에서

30년 훌쩍 넘게 한국에서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을 신념처럼 따르며 안간힘을 쓰고 살았는데 이곳에선 그 나쁜 버릇을 버리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다. 안 되는 게 있다. 안 되는 건 그냥 두는 게 맞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 죄의식이 느껴지는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하루를 비워 충만하게 썼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한 거라 생각을 바꿨다.
---「뱃속에 나비가 날아다닌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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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조하나가 아직 서울에 있을 때, 나는 그를 보며 자주 ‘에디터보다 록스타 같다’라고 말했다. 내 눈에 그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무늬만 ‘록 윌 네버 다이’를 외치는 이들보다 훨씬 뜨겁게 빛났다. 말도 행동도 무엇 하나 주춤대지 않던 그가 태국으로 가 평생 다이빙을 하며 살겠노라고 말했을 때도 그래서 대단히 놀라지 않았다. 조하나는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고, 조하나라면 충분히 잘해낼 것 같았다. 다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하고, 어떤 기억들로 지금의 새로운 생활을 끌어안게 되었는지는 이 책을 다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끈적하게 들러붙는 매캐한 도시 공기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닷속에서 숨다운 숨쉬기를 택한 그의 값어치 있는, ‘덜 존재하는 삶’을 무한히 응원한다. 용기 있는 그의 도망이 세상의 모든 덜 존재하는 삶들에 가 닿기를 바란다.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이 책은 도시파업자가 바다에서 완성한 무해한 욕심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에디터 조하나와 다이버 조하나의 얼굴을 모두 알고 있다. 어렸을 땐 피처 에디터 조하나의 글을 읽으며 잡지인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훗날 아는 사이가 되고 보니 완전무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가 걸어온 삶은 방황과 불완전의 환장 콜라보였다. 첫 회사는 부적응 퇴사, 쇼핑몰 사업에 실패해 20대에 신용불량 백수가 됐고, 히키코모리처럼 방문을 걸어 잠근 적도 있으며, 사회가 암묵적으로 사장시키는 여자 나이 ‘서른’에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했다. 절정은 매거진 업계에서 ‘조하나’라는 이름이 신뢰를 얻기 시작했을 때다. 갑자기 잘 다니던 잡지사를 뛰쳐나가 꼬따오에서 다이빙하며 산다나 뭐라나… 그럼에도 방황을 마주하는 이 사람의 태도는 꽤 근사했다. 외롭고 차가운 섬 같은 자신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되, 그 속에서 스스로와 화해하고 사랑할 용기를 원기옥마냥 끌어모으는 초인적 뚝심에 약간의 당혹감마저 느낀다. 방황할 때 삶은 더욱 활기를 띤다고,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나 자체로 괜찮다며 말이다. 이따금 내가 서울에서 방콕으로 여섯 시간 비행기, 여덟 시간 버스, 두 시간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낯선 섬 꼬따오, 조하나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그렇기에 나는 활자로 짜인 조하나의 바다로 당신을 초대한다. 바다를 핑계 삼아 자신만의 위도를 찾아 나선 그처럼, 이 책이 도망칠 용기를 부추기는 핑계가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 하예진 ([GQ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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