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연의』 서술의 중심은 제5주 황극이다. 황극 앞에 네 가지인 오행, 오사, 팔정, 오기는 건극建極을 위한 것이고, 삼덕, 계의, 서징, 오복육극은 황극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하였다. 그런 만큼 『홍범연의』의 황극을 중심에 놓고 이해해야 한다. 황극은 임금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되는 표준으로, 표준을 세우는 것은 개인적 차원인 수기가 아닌 제도적 장치를 통해 통치행위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런 제도적 장치를 담고 있는 것이 3주 팔정이다. 팔정에서는 먼저 제사와 빈례 등을 통해 예치사회를 이루고, 학교 등을 통해 교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어 왕도정치에 중요한 먹을거리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전井田을 행할 수는 없으나 이에 준하는 균분均分과 항산恒産을 추진하였다. 농사를 권장하면서 식량 비축을 늘리고 수리 공사를 일으키며 절약하는 사회를 제기하였고,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군사제도는 병농일치적인 부병제를 이상적으로 제시하였다.
--- p.17
『홍범연의』 서술의 중심은 제5주 황극이다. 황극 앞에 네 가지인 오행, 오사, 팔정, 오기는 건극建極을 위한 것이고, 삼덕, 계의, 서징, 오복육극은 황극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하였다. 그런 만큼 『홍범연의』의 황극을 중심에 놓고 이해해야 한다. 황극은 임금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되는 표준으로, 표준을 세우는 것은 개인적 차원인 수기가 아닌 제도적 장치를 통해 통치행위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런 제도적 장치를 담고 있는 것이 3주 팔정이다. 팔정에서는 먼저 제사와 빈례 등을 통해 예치사회를 이루고, 학교 등을 통해 교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어 왕도정치에 중요한 먹을거리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전井田을 행할 수는 없으나 이에 준하는 균분均分과 항산恒産을 추진하였다. 농사를 권장하면서 식량 비축을 늘리고 수리 공사를 일으키며 절약하는 사회를 제기하였고,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군사제도는 병농일치적인 부병제를 이상적으로 제시하였다.
--- p.50~51
유학은 군주의 덕으로 감화시키는 정치를 이상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군주의 덕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는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궁중 속에서 아무리 덕이 있는 군주가 있다고 한들 이것이 어떤 유위有爲한 정치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그 군주가 덕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홍범연의』에서는 군주의 덕은 제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를 위하여 왕후, 세자, 직관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먼저 천자뿐만 아니라 왕후 또한 국가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존재임을 말한다.
--- p.96~97
『홍범연의』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홍범구주의 조목을 뼈대로 삼고, 경經과 전傳으로 구분하여 자료를 인용하였다. 경에는 성인의 경세를 서술한 경서의 내용이 인용되었고, 전에는 한당대 주소와 주희를 비롯한 송대 학자들의 주석이 인용되었다. 이 가운데 한당의 주소는 성인의 경세를 고증하는 자료로 활용되었으며, 송대 학자들의 견해는 한당의 주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거나 역사적 사례를 거론할 때 인용되었다. 이러한 자료의 활용은 『홍범연의』의 존고적인 성격을 잘 보여 준다. 반면 세부 구성에서는 주자학적 관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황극」의 구성은 황극을 군주가 표준을 세우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황극을 중심으로 앞의 4주와 뒤의 4주를 구분한 주희의 황극 해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오행」과 「오사」 역시 주희의 견해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른 장에 배치된 주희 혹은 송대 학자의 견해 또한 한당의 주소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주자학의 관점에서 「홍범」을 읽어야 함을 드러내고 있다.
--- p.141
사실 죽음은 개인적 사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사건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생전에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든 간에 자신이 속했던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실의 슬픔은 살아남은 구성원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운영에서도 떠나 버린 이가 담당했던 사회적 역할에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곧 살아남은 공동체 구성원은 떠나 버린 이로 인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8 그렇다. 한 사람의 죽음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과제가 요청되는 것이다. 이 ‘새로운 공동체’ 는 안정적 유지를 위해 떠난 이가 수행했던 사회적 역할을 살아남은 이에게 새롭게 부여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남은 구성원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사별에 의한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류의목이 부친과 사별 후 가족 공동체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였다는 사실은, 안동의 풍산 류씨豊山柳氏 겸암파謙巖派 문중이 ‘새로운 공동체’를 건강하게 구축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곧 그 집안 전체가 이 사별의 아픔을 건강하게 극복하였다는 것으로, 그 점에서 『하와일록』은 죽음으로 인한 문중의 위기와 극복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 p.188
『홍범연의』에서 저자는 화폐에 관해 우호적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실물화폐보다는 금속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백성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곡식이나 옷감을 화폐로 사용할 경우, 실생활에 먹고 입어야 할 물품이 부족해져 농민들의 삶이 궁핍해질 수 있었다. 또한 각종 병장기나 농기구에 주재료로 사용되는 철보다는 상대적으로 활용 범위가 좁은 구리가 동전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동전은 화폐로 사용되지만, 그 사용 목적은 철저히 교역의 편의를 제공하고, 물가를 조절하는 기능에 국한되었다. 흉년이 들어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을 때 정부가 가진 동전을 다량 방출하여 물가를 낮춰 농민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동전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동전을 다량 소유하여 이익을 취하거나 정부가 부세제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는 경계하였다.
---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