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들이 별나게 자주 쓰는 말로 '별 수 없다, 할 수 없다. 어차피, 차라리...'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말들은 자연이나 세상의 흐름에 내 스스로의 의지나 노력을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되는 대로 내어 맡긴다는 말들이다. 곧 어떤 상태나 상황에 접했을 때 개인으로서의 어떤 작용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날이 가물면 내가 가물게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연의 조화이기에 그것을 어떻게든지 극복하려 들기보다는 할 수 없다고 체념해 버린 뒤 '어차피 하늘의 뜻대로, 세상 돌아갈 대로 되겠지.'하며 그것에 거역하고 자신의 의지를 세워 노력하는 것을 포기한다. 의지나 노력보다 '차라리' 남들처럼 행하는 대로 동조하는 편을 택한다. 이렇듯 나의 의지와 노력과 창의력을 남이 하는 대로의 동조속에 소멸시키려는 성향이 한국인의 의식구조 가운데 강렬한 하나의 자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이래서 못산다>는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흐르는 어두운 면과 잘못된 악습들을 냉정한 시각으로 진단, 세계 무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한국인의 발전 지향적인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한국ㆍ한국인이 새 천년 세계사의 주역으로 당당히 발돋움하려면, 반만 년 역사 속에서 꿋꿋이 견뎌낸 잠재력들을 찾아냄과 더불어 반드시 고쳐야 할 우리 자신 속의 병폐나 악습들도 자신있게 색출해 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br/><br/>예를 들어 종종 ＂한국 사람이 다그렇지 뭐.＂하는 말을 곧잘 하는데, 이것은 '엽전이 뭐 그렇지.' 하는 발상과 다를 게 없다.<br/><br/>우리는 무슨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한국 사람은...' 혹은 '한국 종자는...' 하며 그 좋지 못한 일을 민족 또는 국민 전체의 소행으로 확대시키는 데 길들여져 있다. 이렇게 한국을 통틀어 얕보는 사람의 저의가 자기는 마치 그런 한국 사람이 아닌 체하는 데 예외가 없는데, 이 같은 풍조는 분명 한국인이 고쳐야 할 사고방식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학의 심성 때문인 것이다. 이런 자학의 심성 역시 21세기 우리의 발전을 제지하는 커다란 걸림돌이다.<br/><br/>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글로벌화하는데 그에 걸림돌이 되는 ,민족적 차원의 뿌리 깊은 방해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왜 우리나라에 지름길 나지 않는 보리밭을 볼 수 없는가, 왜 싸울 때 먼저 때리라고 뺨을 내어미는가 등 우리의 발전을 방해하는 고질적 요인을 찾아내어 자성하지 않고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에 필자는 우리 한국인의 어떤 점이 오늘을 살아나가는 데 장애가 되며 왜 그런 자질이 형성됐는가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좌표를 정하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임을 「제1장, 내 멋대로 나 하고 싶은 대로」「제2장, 아무리 넘쳐도 만족을 모른다」「 제3장, 한치 눈앞만 볼 줄이야」「제4장, 속과 겉이 그렇게 달라서야」에서 조목조목 비판적으로 짚어나가고 있다.<br/><br/>▶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서<br/>우리 생활 주변에는 이 남이 하니까에 휩쓸리는 소비 패턴이 깊게 뿌리박고 있다. 어느 소비재의 가치보다 남들이 그 소비재를 사 쓰니까 나도 사 쓴다는 동조성이 지배하는 소비 성향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전기믹서가 불티나듯 팔리는 시절이 있었다. 야채나 과일을 갈아주는 전기믹서는 생활의 이기일 수는 있어도, 없다고 해서 못 사는 필수품은 아니다. 혹시 식이요법을 위해 특수 야채를 갈아먹어야 할 사람 같으면 전기믹서는 그 가정에 가치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 가치에 따라 믹서를 사면 된다. 한데 그 같은 가치가 없는데도 너나 없이 믹서를 사들이는 풍토는 바로 남들도 사니까 하는 동조성에서 형성된 것이다.<br/><br/>▶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br/>누군가가 잘 되거나 누군가가 잘 살게 되면 배리감을 갖고 그것이 질투로, 그 질투가 모략과 헐뜯는 일로 곧잘 진전하는 이유가 바로 한국인의 촌락공동체의 평균 인간 체질 때문인것이다. 모나지 않는 평균 인간으로서 공존하고 싶은데 누군가가 그 평균성을 벗어나려 하면 발을 끌어내려 평균층에 있게 하려는 심리 취향이 곧 시기와 질투로 발전한다. 한국인의 집단생활에서 누군가 어려워지거나 불행해지면 서로를 잘 돕지만 출세를 하거나 돈을 잘 벌거나 승진이 빠르거나 하면 숨어서 욕을 하고 흉을 본다. 그래서 누군가 이 비평균 인간을 헐뜯으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마저도 느낀다.<br/><br/>▶ 어차피 하늘의 뜻인데<br/>이렇게 우리 한국인이 주체인 나를 일상 대화에서 증발시켜 버린 이유는 나의 의견이나 창의력이나 행동이나 책임을 주변 상황에 전가시키고, 주변 상황 속에 자기 자신을 극소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가 잘못된 것은 내탓이 아니라 부모탓, 조상탓, 세상탓, 심지어는 무덤탓으로까지 돌리고 있다. 내가 일을 잘못했어도 잘못하게 된 주변 여건에 핑계를 돌리고 내가 무엇인가를 파손했을 때도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 잘 부숴지게 만들어 놓았거나 부숴질 만한 위치에 놓여진 것 때문이라며 외부 상황에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