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갈등의 잠재성을 내포한다. 자칫 옳고 그름 혹은 우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차이일 뿐이고 서로 인정할 수 있다면 갈등은 관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세대는 옳고, 다른 세대는 틀린 것일까? 세대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배우면서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세대에 대한 또 다른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모든 청년이 촛불에 참여하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계급에 따라 태극기 부대에 참여하기도 한다. 역으로 모든 노인 세대가 태극기 부대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세대를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세대는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가? 이 책은 이상의 질문에 응답하고자 기획되었다. 즉 세대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보고, 갈등과 소통의 사잇길에서 공존을 모색하고자 한다. 공존의 핵심은 세대를 차이로 인정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프롤로그: 세대는 소통할 수 있을까」중에서
이상에서 보듯이 세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세대 게임의 눈에서 세대의 매니저가 누구인지를 봐야 한다. 왜냐하면 세대 자체가 세대 갈등이나 그 세대만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대의 공통된 이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대 타협도 가능할 수 있다. 특히 세대에 대한 특정한 시선은 누가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세대는 정치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세대의 정치학이 필요하다.
---「1장 시선의 정치: 세대인가 세대주의인가」중에서
세대 간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사회화의 불완전성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일정한 정도의 사회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느냐 아니면 느리게 일어나느냐는 상황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세대 갈등은 사회변화를 더 빠르게 진행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사회화의 불완전성 때문에 어느 경우든 변화는 일어나지만 새로운 세대가 불완전성에 기인한 세대 간 차이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면 변화의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변화가 얼마나 긍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가는 기존 체제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회의 빠른 변화를 지향한다면 갈등은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좋은 기반이 된다.
---「3장 세대와 문화」중에서
이런 상황으로 인해 부양을 중심으로 노부모-성인 자녀 관계가 이루어지는 한국과, 친밀감을 중심으로 노부모-성인 자녀 관계가 이루어지는 미국을 비교한 연구(최정혜, 2009)에 따르면, 효의 규범이 강한 한국에 비해 미국의 노부모-성인 자녀 관계의 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의 노년기 부모 세대와 성인 전기 자녀 세대도 자원의 세대 간 전이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밀착이 아니라 좀 더 느슨한 유대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느슨한 유대관계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쌓아가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관계이다(장혜경 외, 2013). 즉, 기존의 위계적 관계를 탈피하여 장기적인 호혜성 맥락에서 느슨한 유대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느슨한 유대관계를 위하여 노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의 독립과 분화, 그 세대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성인 전기 자녀 세대는 심리적·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분화함과 동시에 부모 세대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
---「7장 세대와 가족: 노년기 부모 세대와 성인 전기 자녀 세대의 관계」중에서
세대 갈등의 핵심적인 당사자는 노인과 청년이다. 이들은 제로섬 게임의 주체이다. 즉 노인을 위해서는 청년이 희생당해야 한다. 그래서 양자는 갈등적이다. 그런데 노인과 청년은 제로섬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사회복지는 소득이전이다. 따라서 노인과 청년이 아니라 부자 노인과 빈곤 노인, 부자 청년과 빈곤 청년으로 소득이 이전되는 것이 사회복지의 정상적인 경로이다. 앞서 보았듯이 문제는 통이고, 이 통을 넓히는 방법은 소득이전의 정치에 있다. 청소년의 무상급식,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국민연금의 보험료 부담과 혜택 등은 청년과 노인 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시민의 권리로 타협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세대문제로 보는 순간 다른 쟁점이 사라질 수 있다.
---「9장 분배 갈등: 복지는 정치다」중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시민교육은 도덕과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도덕성에 기반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시민성의 개념은 합리성, 도덕성, 실천성 측면에서 논할 수 있다(박기범, 2014). 20세기 전통적 시민성은 도덕성이 활성화되고, 그에 비해 합리성과 실천성은 약화되는 성향이 있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시민성은 합리성과 실천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도덕성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도덕성의 약화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인 개인정보 유출과 도용, 정보 왜곡, 반인권적 행위 등은 도덕적 책임감의 결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향후 시민교육은 책임감을 함양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12장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시민성과 시민교육」중에서
[그림 15-6] 오른쪽 그림의 블랙박스 B를 보자. 세대는 분명히 존재하고 갈등도 잠재되어 있다. 그런데 갈등을 규정하는 주체가 시민이다. 이들은 시민교육을 통해 상호 이해하고 시민정치를 통해 갈등을 관리한다. 따라서 비판을 통해 성찰하고, 소통을 통해 갈등의 구조와 갈등의 당사자를 이해한다. 특히 사회 구조가 안전을 추구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배고프지 않는 사회에 합의하는 방법으로 결핍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 공감대가 형성된다. 달을 보라고 하면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달을 가르키면서 달을 보라는 놈’(일명 달달놈)을 보아야 한다. 왜 달을 보라고 하는지, 달을 보면 누구한테 유리한지, 그것을 통해서 달달놈이 얻고자 하는 이익이 무엇이고 내가 잃을 이익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15장 세대 갈등, 어떻게 할 것인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