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찾아왔다
창문처럼
커피처럼

눈뜨면 활짝 열고 싶고
눈 감으면 마시고 싶은
커피처럼

사랑이 찾아왔다
어느 날.
---「그대」중에서

다를 수 없어서 너
대신할 수 없어서 너
구겨졌다가도
또다시 펴보는 너
질척이게도 지지리도
나를 못나게 하는 너

무작정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보이는 너
보여지는 너.
---「너」중에서

카라 꽃 한아름 안고
너에게로 가고 싶다
순백의 기쁨
순백의 사랑
순백의 미소
활짝 피어 벙글어진 날
카라 꽃 한아름 안고
너에게로 가고 싶다.
---「카라 꽃」중에서

물빛 머금은 탐스러운 얼굴
꽃잎까지 입안의 축제
검붉게 물든 혀의 상흔

숨 막힌 사랑
붉은 키스
뚝뚝 떨어지던 날.
---「붉은 장미」중에서

또다시 그 빛바랜
그늘 속에서
퍼붓는 소나기를
만날 수 있을까?
사랑 하나, 기억 둘
잊힘의 공허.
---「사랑 하나, 기억 둘」중에서

어느새
내 곁에 와
서 있는 너.
---「내 편」중에서

시월의 거리를 걸었다
옅은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그 거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외로움이 묻어나는 날
음악이 있었고 쓸쓸한
계절 앞에서 서성이던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추억을 밟고 나열된
시한부 언어들이 살아난다
쓰러진 모든 것들을 일으켜 세웠다
나도 이젠 살 것 같다.
---「시월의 거리」중에서

새벽 두 시
빗소리가 뚝뚝
먼 그곳에
외로운 사람 하나
애틋하게 젖어 드는데
거실 한편 한복 입은 돼지 인형이
설날같이 웃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