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달력으로 농사짓는 부모를 알게 된 시인, 두 여인에게 꾸중 듣고 비로소 철든 시인, 아픈 역사와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인, 버려진 무명 장갑 한 짝에서 삶의 원리를 읽어낸 시인, 고요한 마음으로 강산을 거니는 시인, 여느 목숨도 차별하지 않는 시인, 풀씨 한 톨에서 우주를 통찰한 시인, 사랑으로 경계를 지우는 시인, 나의 불완전함을 용인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끌어안는 시인, 조국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 매지구름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별을 보아버린 시인, 찬 서리 내리는 새벽하늘을 나는 기러기 울음의 뜻을 깨우친 시인, 강과 바다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엿들은 시인, 시대를 크게 바꿔놓을 사상을 궁구하는 시인. 그 이름 김정원!
- 이동순 (시인)
김정원의 세계관과 가치관은 동양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핵심인 유가적 성실과 절제, 노장의 자연친화적 사유는 그의 시세계를 견인하는 정신적 기조를 이룬다. 이에 따른 사회 정의와 인간애에 대한 천착, 극진한 남도 사랑은 따뜻하고 건실한 인간관계의 실천적 덕목으로 작용한다. 그 강도와 밀도는 신앙적이라 할 만큼 견고하고 신실하다. 실존의 주체와 인격의 요체로 동양의 정신문화가 뿌리깊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개의 지식인들이 철학, 예술, 문학, 문화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서구 편향적 경향을 보이는 기류 속에서도 의연히 자신의 정신적 뿌리를 견고히 다진다. 그리고 그 특장特長을 묵묵히 강화한다. 여기에서 새삼 그의 근원에 대한 애착과 긍지, 신앙적 소신을 되읽게 된다.
- 김규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