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토종 한국인 엄마 아빠가 영어 환경 만든다고 아이에게 어설픈 콩글리시를 건넬 바에는, 차라리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자. 다양한 영어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어 주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 어린아이에게 영상물을 보여 주는 것보다는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 주는 게 여러모로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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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엄마와 저는 15개월 무렵부터 딸아이를 품에 안고 영어 그림책과 한국어 그림책을 7:3 혹은 8:2의 비율로 소리 내어 읽어 주기만 했습니다. 5~6년 정도 꾸준히 그랬습니다. TV나 컴퓨
터, 스마트폰, 세이펜 등 기계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시각적?청각적 자극은 극도로 경계하였고, 엄마 아빠가 읽어 주는 영어 그림책 속 이야기의 재미를 딸아이가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야 TV로만 영어 영상물을 보여 주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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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언어 발달에서 ‘습득’은 오랜 시간 그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에서 지내면서 몸으로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아기가 태어나 그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 특히 엄마 아빠의 언어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그 언어로 듣는 것과 말하는 게 가능해지죠. 모국어를 배우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그 언어의 문법과 어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국어는 ‘학습’보다는 ‘습득’이라는 표현과 어울립니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이런 언어 습득이 언제까지나 가능한 건 아닙니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세 전후까지는 그 언어 환경 속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pp.40~41
문제는 영유아 혹은 어린아이가 한 언어는 습득하고 다른 언어는 학습할 때 발생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언어이자 공동체의 언어인 한국어를 모국어로 습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언어인 영어를 학습하게 된다면, 아이의 언어 발달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p.42
만두가 초등 1학년 때였습니다. 오전에 읽은 영어 그림책에 ‘disappear’라는 단어가 나왔길래, 그 뜻을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딸, 아까 읽은 책에 나온 disappear는 무슨 뜻이지?”
딸 “(옆에 있던 종이를 가리키며) 여기에 종이가 있지? 아빠, 눈 감아 봐.”
아빠 (아이 말대로 눈을 감으며) “이렇게?”
딸 “응. (종이를 치운 후) 이제 눈 떠 봐. 종이가 없어졌지? 이게 disappear야.”
‘없어져서 눈에 안 보이는 거야’ 정도로 대답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딸아이는 disappear의 뜻을 이미지로 보여 주더군요.
---pp.59~69
엄마 아빠가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더라도, 아이의 영어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오디오북을 듣거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어 영상물을 시청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의 영어 발음은 신기하게도 원어민(성우 혹은 배우)의 발음을 따라갑니다. 만두도 엄마 아빠가 오랜 시간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 줬건만, 결국 영어 영상물 속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을 따라가더군
요. 부모로서는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느라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에 그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시간은 나중에 아이가 영어 영상물을 시청하는 시간에 비하면 매우 짧습니다. 그러니 영어 발음이 유창하지 않다고 스트레스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영어 환경을 잘 유지하기만 하면 아이는 자신만의 영어 발음을 잘 찾아갑니다.
---pp.68~69
돌 무렵 아기는 아직 장난감이 뭔지, 책이 뭔지, 스마트폰이 뭔지 모릅니다. 엄마와 아빠가 아기 손에 무엇을 쥐여 주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엄마 아빠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엄마 아빠와 함께 같은 시선으로 보드 북의 책장을 함께 넘기는 경험이야말로 영유아에게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드 북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책의 형태를 갖춘 것이면 됩니다.
---p.83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는 한국어로 해석하지 않고, 부연 설명하지 않고, 책을 읽는 도중에 혹은 읽은 후에라도 아이가 단어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아이가 개별 단어나 표현보다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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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영어 그림책 읽어 주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표 영어책들에 딸린 책 목록을 살펴보고, 블로그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바쁘다는 이유로 그 책들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게 됩니다. 빠르고 간편하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구매한 영어 그림책은 엄마 아빠가 생각한 것과 다르거나, 아이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책에 대한 취향이 다른데, 저 집 아이가 호응한 책이라고 우리 아이도 호응하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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