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Izolo)』은 1939년 당시 『문학세계(Literatura Mondo)』 제77호 도서로 발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는 저자 칼로차이가 1931년 발표한 2권의 시집 『긴장된 현(Stre?ita Kordo)』과 『운(韻) 초상화(Rimportreto)』 이후 첫 시집이기도 했다. 이 시집은 인쇄 준비까지 해 두었으나, 책으로는 빛을 보진 못했다.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그 기간에 대해 칼로차이는 /이별/이라는 작품 말미에 이미 일찍 이렇게 말해 두었다-
사람들 마음도 이제 삭막해져 있고, 또 피마저 다 쓴 뒤,
각 나라도 똑같이 사막처럼 될 거요.
그 뒤, 칼로차이는 제2차 대전에서 살아남은 충실한 에스페란티스토들과 힘을 모아 임시로『문학세계』를 복간했으나, 『고립』이라는 제목의 이 구식 8절판 형식의 책에 대해선 잊고 있었고, 곰팡내가 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몇 년 뒤, 레토 로세티(Reto Rosetti)가 이 작품을 발굴해 냈다. 로세티가 직접 한 이야기를 들어보자(『Esperanto』지, 세계에스페란토협회, 1976년 3월호, p46):
“2차 대전 발발 전, 인쇄 준비까지 되어 있었지만, 책으로 출간하지 못한, 그분의 새 시집 『고립』에 대해 말해 볼까요? 나는 저자에게 다섯 권을 달라고 하였는데, 마침내 저자의 동의를 얻고서 허름한 임시 막사로 안내를 받아 가보니, 제본을 앞둔 8절판의 그 시집이 땅바닥에 흩어진 채 놓여 있었답니다. 나는 5권을 간추려 집어 들었지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 작품은 세상에 다행히 살아남았지요.”
이 시집의 소장자였던 분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초판〉은 5권-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도 그 부수만큼! 로세티는 그 희귀본 중 하나를 지금 서문을 쓰는 내게 선물했고, 그 이후 38년만인 오늘 〈제2판〉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문학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을 꼭 감상해 보려 할 것이다. 칼로차이는 에스페란토 역사에 있어 엄청나게 이바지한 인물로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모든 작품은 그의 재능의 방향과 발전에 대한 확인과 이해를 위해 특별히 중요하다. 대다수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여기에 실린 그의 작품들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풍의 작품들의 경우엔-. 왜냐하면 적은 수효들만 다른 곳에, 예를 들어 칼로차이의 『황금의 두엣(Ora Duopo)』이나, 『크림(La Kremo)』에서 볼 수 있으니.....
『황금의 두엣』의 수록 작품들과 관련해서도, 『고립』은 여분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말하자면, 칼로차이는 자신이 쓴 시들을 계속 수정해 나가는 성격의 시인이다. 따라서 이 시집에 실린 여러 작품이 『황금의 두엣』에 수정되어 실려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 수정은 그리 많지 않다.(아마도 유일한 예외라고 한다면 초기의 /옛 목가/의 제 1연이다). 그러나 나는 그 시인이 나중에 수정한 생각들이 처음보다 반드시 낫다고는 보지 않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어쨌든, 그것은 당시 그의 편집자로서의 아름다운 문제 제기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독자들은 지금까지 에스페란토로 저술된 가장 아름다운 연가 중 여러 편을 『고립』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느보 산 위에서〉라는 작품에서는 그것도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는 모든 사람조차도 피하지 못하고 닥칠 재앙을 앞둔 몇 년간의 절망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로 보면 『고립』을 빼고는 칼로차이에 대한 우리 지식은 아주 중요한 결함이 되고, 단면만 보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 윌리엄 올드(W. Auld, 영국의 시인, 세계에스페란토협회 부회장 역임)
---「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