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이나 가난에 대한 불안과 실패나 상실에 대한 불안으로 우리의 삶은 평화롭지 않다. 질투할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위로’일 것이다. 아프리카 정글보다 사납고 비정하고 경쟁적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상황과 맞닥뜨리며 깊은 상처를 받는다. 지울 수 없는 상처 때문에 생을 포기하는 이들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글과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글과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유와 방향을 주고 싶었고, 생에 대한 질문을 주고 싶었다. 그림 속에 침묵을 담아, 인간과 세계 사이에 놓여 있는 침묵의 독백도 들려주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p.61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비교’야. 나를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든……. 네가 무엇을 하든, 네 모습이 어떻든, 너를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마. 네가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다 해도, 너는 더 아름다운 날개를 갈망하게 될 거야. 비교는 아래쪽을 바라보지 않고 항상 위쪽만 바라보려고 하니까……. 너의 아픈 그늘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진보를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거야.”---p.76
“부분을 전체라고 믿고 있는 너희들만의 진리가 늘 문제야. 너희들은 진리나 고정관념이라는 견고한 성을 쌓고 살아가는데, 그 성은 너무도 견고해 누구도 들어갈 수 없지만, 문제는 그 성 밖으로 너희들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거야. 너만의 진리나 고정관념을 버리면 더 많은 것들을 불 수 있을 거야. 네가 꽃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꽃이 너를 바라본다고 생각하지 마. 꽃은 꽃의 방식으로 너를 바라볼 뿐이니까.”---p.84
나무와 바람은 서로에게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니까 소통할 수 있는 거라는 분홍나비의 말이 피터의 마음에 와 닿았다. 나 혼자만 행복하지 않고 상대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을 때 소통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는 분홍나비의 말을 피터는 마음에 새겨주었다. 소통하겠다는 것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거라고 했던 숲 속 오리의 말도 생각났다.---p.147
우리의 삶은, 강물 같은 거라고, 강물이 바다로 가는 동안 벼랑을 만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치욕을 만나기도 하고, 더러운 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바다로 가는 동안 강물은 일억 개의 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고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엄마나비의 말을 생각할 때마다 피터는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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