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는 하루 종일 군것질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보는 언제나 주머니에 빵, 과자, 땅콩, 초콜릿 등을 넣고 다닌다. 먹성이 어찌나 좋은지 늘 배가 고파서 하루 종일 먹고 또 먹는다. 그렇게 먹어대지 말라고 우리가 늘 잔소리를 해도 녀석은 안 먹으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둘러댄다. 생각하는 것은 오직 먹는 것뿐인데 무슨 생각할 일이 그렇게 많은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다람쥐란 이름은 어디든 잘 올라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올라가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올라간다. 다람쥐는 커서 사람을 구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카멜레온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빠져나가는 재주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곳에 있어도 남의 주의를 끈다거나 들키는 일이 없다. 이것이 진짜 카멜레온의 재주가 아니고 뭐겠는가! 형사가 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타입이다.
백발 이네스는 백 개의 발에서 나오는 것 같은 힘으로 슛을 날린다. 그래서 백발이라 부른다. 우리의 최고 주장이며 유일한 여학생인 것 외에도 5학년들의 거친 방어벽을 뚫고 상대팀 골문까지 가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한다. 내 친구들은 나를 실타래라고 부른다. 실타래처럼 엉켜서가 아니라 내가 실타래처럼 이야기 보따리를 잘 풀어내기 때문이다.
--- pp.17~19
인디오가 바위틈에 매달려 있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철벅철벅 소리를 내며 인디오의 몸에 덮쳐왔고, 그럴 때마다 그의 몸이 균형을 일고 휘청거렸다.
“구조를 요청하는 게 낫겠어.”
그러나 다람쥐는 주저하지 않았다. 바위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부여잡은 뒤 몸의 탄력을 이용해 바위를 올라탔다. 일단 위로 올라가자, 그는 마치 카드놀이를 하듯 바위를 하나씩 뛰어넘기 시작했다. 뾰족한 바위 모서리도 그의 발을 찌르지 않았으며, 복어 가시도 그를 개의치 않았고, 홍합의 칼날 같은 껍질도 그의 발을 배지 않았으며, 바위에 붙어 있는 삿갓조개 무리들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다람쥐는 역시 다람쥐였고 어디든 올라가지 못할 곳이 없었다. 그는 인디오가 있는 곳까지 가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 pp.123~124
“이네스, 인디오가 뛰지 않은 경기에서 이겼던 거 기억나? 그땐 인디오가 없어서 골문까지 길을 열어 준 사람도 없었어. 그런데도 두 번이나 골을 넣었잖아.”
“이네스, 인디오가 늘 하던 말 기억나?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 인디오가 발이 저절로 움직이게 하라고 했잖아. 혼자서 하게 하라고 말이야. 기억나?”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