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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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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사랑바보

: 오대양 육대주에서 만난 사랑하는 영혼들과의 대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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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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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4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52g | 145*210*20mm
ISBN13 978895461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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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의 위안은 나뿐 아니라 동시대의 모든 인류가 사랑을 마스터하지 못한 ‘사랑 바보’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과 안데스의 장터에 주저앉아서, 혹은 메콩 강에서 나무보트를 타고 가면서, 혹은 심해의 바닥처럼 푹 꺼진 어느 게스트하우스의 낡은 소파에 마주 드러누워서, ‘똑같이’ 모자란 머리를 맞댄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장터와 나무보트와 푹 꺼진 소파 위에서도 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오대양 육대주의 우리가 모두 사랑을 ‘잘’ 하고픈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경우이든지간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케이크의 장식처럼 맨 위에 환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랫단에 침전물처럼 상처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야기는 늘 케이크의 맨 윗단에서 시작해서 맨 아랫단에 이르러 집중적으로 길어졌다. 환희는 대충 돌보아도 알아서 잘 자라는 반면, 상처는 잘 돌볼 때만 썩지 않는 까닭이었다. 상처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발화’되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한 번의 상처와 한 번의 회복은 언제나 한 번의 성장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성장하지도 않는다. --- 「프롤로그」중에서

어떤 이별은 우리의 마음을 갓 구워낸 커다란 한 덩어리 빵이 되게 한다. 우리는 ‘가슴 속 오븐’에서 따끈한 빵을 꺼내 상대에게 통째로 건네줄 수가 있다. 서로의 부드러운 빵을 받아 품에 안고서, 코를 묻고 힘껏 향기를 들이마신다. 서로가 보는 앞에서 한 입씩 베어 물고 맛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랫동안 배가 부를 것이다. 오랫동안 행복할 것이다. 선물 받은 빵을 들고 각기 자리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내내 향기가 길에 퍼진다. 사람들이 그 향기에 대해 묻는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한 조각씩 떼어준다. --- 「밥」 중에서

길 위에서든 지붕 위에서든 오직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랑일 것이다. 이 행성에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이 중력만큼의 무게를 지니게 된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 이곳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무게를 들어올려 수직절벽을 오르는 사람들이다. 인간이 자신의 무게를 들어올리는 방법은 지구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자신의 무게를 들어올린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우리는 중력에 저항하는 서로의 다양한 사랑법을 존중해야 한다. --- 「마르셀로」 중에서

사람들은 늘 ‘어떤 배우자를 만나게 될까’에 대해 고심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나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인가’가 훨씬 중요한 문제예요. 왜냐하면 내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도,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려 들기 때문이에요. 복잡한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가 엉켜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당신의 마음가짐…… 신께서 점지해주시는 사람에게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 마음이라면, 나는 당신이 그 누구와라도, 그 어떤 제도적 모순을 거친 뒤라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달랄」중에서

당신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사랑은 좀 더 복잡해져요. 더 작지만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 충동적인 욕망을 희생하는 거죠. 인생이라는 집이 단선적인 욕망 위에 지어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욕망은 허약한 거예요. 그 시작을 제어하지 못하면, 끝도 허망하게 손에서 빠져나가 버리죠. 순간적으로 욕망에 탐닉할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 당신에게 소중한 것을 하나도 수호할 수가 없지요. 욕망을 허허벌판 위에 풀어놓으면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헤매게 되지만, 일단 소중한 것으로 집을 지은 뒤 그 안에 넣으면 욕망도 그 집의 질서를 따르게 된다는 걸요.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생각처럼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일이 되는 거죠.
--- 「함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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