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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최상] 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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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최상] 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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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54g | 128*188*30mm
ISBN13 9791190893671
ISBN10 1190893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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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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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의 모든 현장에서 원격 수업이 시작된 2020년, 다양한 온라인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며 수업 구상을 하느라 허덕이던 중 의문이 생겼다.
“이게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거야?”
바쁘다, 힘들다, 어렵다, 막막하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업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 존재의 스러짐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재난 상황에서 공교육 교사가 온라인 도구로 해야 하는 일이 고작 ‘교과 지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일이라고?
---p.8

이 책을 읽은 동료들이 “아, 우리가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나’라는 한 명의 교사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어깨를 조금 더 펴고, 허리에 힘을 주어 수업하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모았다.
그간 교육을 향해 우리가 가져온 ‘어떻게 가르치지?’라는 고민을, ‘무엇을 가르치지?’라는 조금 더 열린 고민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학생을, 교사를, 사회를, 지구를, 우주를, 그리고 낱낱의 작지만 소중한 개체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수업이 좀 더 많은 교실에서 이뤄진다면.
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멋지다!”라는 탄성이 나온다. 동료님들, 우리는 시대의 기후를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그럴 수 있어요.
---p.13

온라인 수업에 댓글방을 만들어 질문 만들기를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무조건 질문을 한 개 이상씩 댓글로 쓰게 했다. 질문이 도저히 없으면, 질문이 없다고 쓰게 했다. 최대한 부담을 가볍게 하되, 반드시 학생마다 댓글 하나는 쓰도록 했다. 그랬더니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질문이 엄청나게 쏟아진 것이다. 385명의 학생이 참여하여 371개의 댓글이 달렸고, 100여 개의 질문이 있었으며, 꼼꼼한 질문이 50여 개, 그중 상당한 수준의 질문이 30여 개 있었다. 당연한 결과인가? 아니, 당연하지 않다. 오프라인 수업에서 이런 많은 질문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p.20

근사한 밥상이 차려졌다. 바둑판 모양의 화면 위로 오징어볶음, 잔치국수, 주먹밥, 파스타, 제육볶음, 오므라이스에 월남쌈까지. 서로의 취향과 솜씨만큼 다양한 요리가 가득했다. 각자 만든 점심 메뉴를 소개할 때마다 그럴듯한 요리에 대한 감탄과 환성, 볼품없는 요리에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랜선 너머로 오갔다. (…)
한 사람씩 메뉴 소개가 끝난 후에는 각자의 요리를 들고 화면 캡처 기능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인증 샷 촬영까지 마친 후에야 우리는 카메라를 끄고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만든 바질 페스토 라비올리(거창한 의도를 충격적으로 소박하게 요리한 사람 중에는 교사도 있었다)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미지근함과 시원함 사이 어디쯤에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따끈따끈했다. 그렇게 온라인 개학으로 돌아온 2학기의 첫 점심시간이 흘러갔다.
---p.54

아이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종일 모니터를 보며 혼자 공부했다. 학급 친구들의 이름도 잘 몰랐다. 입학식도 못 한 채 집에서 혼자 교복을 몇 번이나 입어봤다고 했다. 몇 달째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아이도 있었다. 지난해에 가르쳤던 제자에게, 작년이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해 종업식 때 아이들과 함께 봤던 영상을 다시 보았다. 체육대회, 학급 여행, 축제와 합창대회. 사진 속 아이들의 생기와 미소가 눈부셨다.
그래, 우리는 화면 속 음 소거된 작은 네모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와 반짝이는 순간을 지닌 존재였지. 텅 빈 교실에 앉아 대답 없는 화면을 마주할 때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실재와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졌다. 나쁜 소식이 이어지고 마음에 그늘이 드리우기 쉬운 시기. 교실을 가득 채운 시집에 파묻혀 시를 읽는 경험을 누리진 못하더라도, 시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만날 수 있다면 온라인에서나마 서로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p.159

온라인 수업 세계로의 진입은 이제껏 익숙했던 것을 달리 보게 했다. 모둠 활동이 특히 그렇다.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교실 안에서 모든 모둠이 처음부터 잘 돌아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교실 수업에서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서 말한다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다. 내가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닐까, 선생님이 의도한 답에 가까울까, 친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저것 따져보아야 하니까. 눈치 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수업 상황에 편안함이 깃들기까지는 긴장이 흐른다. (…)
그런데 온라인 채팅에서는 아이들이 오히려 낯가리지 않고 곧바로 소통을 시작했다. 성적이나 교실 내 서열로 위계화되지 않고 수평적 대화가 이루어진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입을 열어 말하는 것보다 채팅으로 소통하는 것에 부담을 덜 느꼈고, 목소리가 크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답변에 묻어가기보다는 자기 나름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채팅과 댓글이 아이들에게는 더 편안한 소통 방식이었던 걸까.
---p.229

1학기가 끝나갈 즈음 나는 콧대가 꽤 높아져 있었다. 미증유의 상황에서 생전 처음 만져보는 도구들로 이런 수업을 해냈다면 꽤 선방 아니냐고 여겼다. 심지어 ‘나는 사이버 교사가 체질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뭔가 계속 허전했다. 뭐지, 뭐지? 아주 중요한 걸 흘리고 지나간 느낌인데….
여름방학 동안 머리의 열을 한 김 식히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헐, 우리 책 안 읽었잖아. 교과서 속 낱낱의 작품을 읽고 의미를 논하는 일도 그 나름의 멋짐이 있었지만, 단행본이 중심이 된 것과는 분명 달랐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진한 의미 부여는 책을 쥐고 있어야 가능했다.
2학기에 맡은 교과가 ‘독서’였으므로, 지난 학기에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을 만회하겠단 마음으로 엄청난 독서 수업 계획을 세워버렸다.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을 읽은 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기. 원한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읽은 책의 작가를 만나 이야기 나누기. 작가와 나눈 대화를 녹취해서 인터뷰 책자 만들기. 각 잡고 세운 우리의 책 읽기 수업 계획이었다.
---p.238

학교 도서관 이용이 금지되고, 지역 도서관도 문을 닫고, 전자 도서관도 복본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책 준비부터 쉽지 않았다. 2학기 진로 독서를 할 때는 개별적으로 책을 구입하도록 했는데 1학기부터 책을 사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에게 책 값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 뜻밖의 횡재가 생겼다. 우연히 급식실에서 만난 국어과 선생님에게, 책을 구할 방법이 없어서 청소년문학상 프로젝트를 못 하겠다고 했더니, 이분이 부장 회의에서 말해 전교생 책값 500만 원을 단번에 마련해준 것이다. 혁신학교 예산을 몇 개 부서에서 십시일반 보내줬다. (…)
아이들은 후보 도서 6종 중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나는 동네 서점에 주문을 하고, 배송은 워킹스루!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가져가기로 했다. 담임선생님들이 학년별로 정한 장소에서 책을 나눠주는 동안, 비담임선생님들은 교문 앞에서 환영 피켓을 들었다. 꽃샘추위가 몰고 온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아이들을 맞이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보고 싶었다고, 등교하는 그날까지 건강 단단히 챙기자고. 학교 정문과 후문, 담장 옆 근린공원까지, 아이들이 한바탕 다녀가니 훈기가 돈다. 올해 나의 독서 수업은 이렇게 모든 선생님들의 응원을 받으며 떠들썩하게 시작됐다.
---p.315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들려준다.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훌륭한 교육학 책이다. 현장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랜선 독서 수업을 하느라 선생님들이 좌충우돌했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더 좋은 교육’을 위한 일련의 길 찾기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 물꼬방 선생님들의 수고로 온라인 수업이 재앙이 아니라 훌륭한 독서 수업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19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내느냐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 이향규 (《후아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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